그리고 우리가 남았다 - 과로사·과로자살 사건에 부딪힌 가족, 동료, 친구를 위한 안내서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음 / 나름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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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가 남았다 - 과로사·과로자살 사건에 부딪힌 가족, 동료, 친구를 위한 안내서 _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나름북스

 

 

과로 권하는 사회

 

질병에 의해 가족을 잃는 것과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황망히 떠난 사람들의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안겨진 상실감은 여간해선 회복되기 힘들다. 그렇게 떠나간 사람이 한편으론 원망스럽고, 그저 꿈이길 바라는 마음이 끊임없이 올라오지만, 현실에서 그 사람의 빈자리는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것 같으리라.

 

남아있는 사람들은 떠나간 사람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후회와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직장 내 괴롭힘과 함께 죽음의 절대적 원인인 감당할 수 없는 업무량 때문에 숨을 거두거나 재촉했을 때 특히 회사 사람들은 있지도 않은 개인적인 문제를 만들어서 대외적으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업무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회사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강조한다. 과로사로 죽은 팀장에게 중간관리자는 일이 힘들어서 죽은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 사람은 일을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포장한다.

 

이 책은 과로 권하는 사회에서 더 이상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과로사, 과로자살 유가족들의 모임이다. 201771일 첫 모임을 시작으로 20여 가족이 모임에 함께하고 있다. 모임 참여자는 대부분 30~50대의 여성이고 남성은 5%정도다.(...)모임에서는 산업재해 승인 등을 위해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공부하고, 심리 치유를 도모하며, 궁극적으로 과로사와 과로자살 문제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사회문제라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 모임 참여자 대부분의 성별과 나이를 통해 떠나간 사람들의 성별과 나이가 짐작된다.

 

한 순간에 힘든 상황들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상심의 가족들은 서로의 어깨를 도닥여주면서 자신과 동료들의 사례를 직접 기록했다. 모임 내에서 심리 치료와 인터뷰를 통해 얻은 이야기, 생각조차하기 힘들었던 사건 당일부터 산재 신청 과정까지 그 감정의 일면들이 담겨있다. 사연들을 읽다보니 내 가슴도 먹먹해진다.

 

이 책에선 과로사, 과로자살을 장시간 노동 등 과중한 업무 부담 및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사망 및 자살로 정의한다. 장시간 노동, 과중한 업무 부담 및 심리적 부담을 일하는 사람이 건강을 유지할 수 없고, 가족 및 사회생활을 원활히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로 덧붙인다. 건강을 해치고 목숨을 잃는 결과를 낳기 전이라도 가족생활을 양보해야 하거나 원하는 만큼의 사회생활, 취미생활 등 기본적인 인권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은 이미 과중한 업무로 봐야 할 것이다. ‘살인적인 업무량이라는 표현이 그저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여기에 미처 담지 못한 과로사, 과로자살 유가족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훨씬 더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이 마중물이 되어 가까운 사람의 과로죽음 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혹은 홀로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중인 더 많은 목소리가 서로 어울려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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