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저널리스트 : 카를 마르크스 더 저널리스트 3
카를 마르크스 지음, 김영진 엮음 / 한빛비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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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저널리스트 】: 카를 마르크스 | 더 저널리스트 3

 _카를 마르크스 (지은이), 김영진 (엮은이) / 한빛비즈



“다른 노동자들은 이를 지지하기 위해 자신의 고용주에게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 지역의 노동자들이 애쓰는 동안 다른 지역 노동자들이 하향된 노동 조건을 받아들여 그 노력을 무의미하게 만들지 말자는 게 노동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신념이자 관심사가 된 셈이다.”


마르크스의 글과 책자는 오랫동안 불온서적, 금기서적으로 취급되었다. 특히 유신정권이 국민들의 입과 생각을 막았던 1970년대만 해도〈공산주의 선언〉이나 〈자본론〉등을 학습해 ‘사회주의 국가건설’을 계획하다는 이유로 구속된 사람들이 많았다. 1982년 이후 마르크스 관련 서적 일부가 금서에서 해제되긴 했으나, 여전히 마르크스의 이름을 붉게 칠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 책은 대학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다보니 사회, 정치 분야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한 김영진 작가의 세 번째 책이다. 작가는 헤밍웨이의 칼럼 한 편에서 전쟁 중 무의미한 죽음을 맞은 한 젊은 군인의 이야기를 읽고, 이후 여러 작가의 저널리즘 작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소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조지 오웰, 카를 마르크스 등 세 권의 책(더 저널리스트 시리즈/ 한빛비즈)을 출간했다.


오늘날 독일서부에 해당하는 프로이센 왕국에서 태어난(1818년) 칼 마르크스는 대학에서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24세 때 라인주 쾰른에서 창간된 〈라인신문〉에 기고를 시작한다. 곧 편집장에 임명된 마르크스는 사설을 통해 프로이센 정부와 언론의 검열을 매섭게 비난했다. 반체제 인물로 분류되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결국 신문은 거센 검열 기간을 거치다가 이내 폐간됐다.


그 후 사회주의 사상이 활발히 논의되던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정치경제학과 프랑스혁명의 역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때〈경제학, 철학 초고〉〈헤겔의 법철학 비판〉등의 원고를 썼다. 현실에 눈을 가린 종교를 비판하면서도 종교가 탄압받는 민중의 고통을 대변하다며 ‘종교는 민중의 아편’이라는 명문을 남겼다.


이 책에 담긴 마르크스의 기사는 크게 둘로 나뉜다. 1부는〈뉴욕 데일리 트리뷴〉등의 매체에 실린 기사들이고, 2부〈임금노동과 자본〉은 소책자로 묶여 출간된 적 있는 연재기사다. 이 책을 엮은이 김영진은 많은 마르크스의 글들 중에서 이념적으로 좌로 몹시 치우친 이미지로 굳어진 마르크스가 아닌 저널리스트로서의 마르크스를 소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마르크스의 기사는 대체적으로 시사 논평의 형태를 띠고 있다. 당대의 중요 사건을 주로 경제적, 법철학적 관점에서 논박하는 식이다. 특징적인 것은 요즘 언론인들이 많은 지적을 받는 ‘카더라 통신’이 아니라, 공인된 통계와 정보를 토대로 그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 점이다. 생전 마르크스는 “나는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가 쓴 글에 진정성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글들을 통해 그가 살아냈던 1880년대의 국제 정세를 단편적이나마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그의 글 전편을 통해 느껴지는 핵심은 노동자의 권익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궁핍하고 비참한 일상 속에서도 노동자들이 놓지 말아야 할 자존심, 권익, 자유에 대해 끊임없이 주입하고 설득하고 있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정치가들이나, 노동자들을 기계의 부품처럼 취급하는 기업가들이 마르크스를 끔찍하게 싫어할 만하다. 정치가나 권력가들은 국민들이, 악덕 기업가들은 노동자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엮은이 김영진은 프롤로그에 이런 글을 남겼다. “매우 부지런하게, 끊임없이 분석하고 고민했던 저널리스트 마르크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기 바란다. 그의 성실한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더 크게 뜨이기 바란다. 마르크스는 세기를 넘어 우리의 눈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공장주들은 자신들이 고용한 노동자의 목숨이나 팔다리를 지켜주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일하다 잃은 팔과 다리에 대한 보상금을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이 ‘이 움직이는 기계’들의 비용을 어떻게 남에게 떠넘길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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