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신호 - 모든 범죄에서 당신을 안전하게 지키는 법
가빈 드 베커 지음, 최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5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전 나는 피아노 학원을 갔다가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파트 복도를 오르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안아서 꼼짝하지 못하게 했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상대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가 잠바 주머니에서 칼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내 쪽으로 하고 있는 것은 보였다. 그는 거의 울것같은 나에게 조용히 따라오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조용히 따라가지 않았다. 속으로 하나 둘 셋을 헤아린 다음 있는 힘껏 소리를 지르며 그를 밀치고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크게 소리를 질렀는지 내 귀청이 다 찢어질 지경이었고 그날저녁 아파트에서는 어디서 사람 하나 잡나보다 싶어 모두들 집밖으로 나와서 무슨 일인가 살폈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무슨 일인가 하고 나와본 엄마와 아빠에게 울면서 사실을 말했고 아빠는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 (그 사람은 끝내 잡지 못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만 해도 그냥 이 얘기를 한번쯤 겪을 수 있는 무용담으로나 여겼었다. 하지만 책을 보고 나니 내가 저때 얼마나 잘 대처를 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조용히 따라오면 살려주겠다는 말을 표면 그대로 믿지 않았다. 내가 살려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는데 굳이 살려주겠다고 말한 것은 나를 죽일 의도가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칼 처럼 보이는 무언가를 내밀었지만 그게 칼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섣불리 칼이라고 단정짓고는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너무 무서워서 소리가 나지 않을까봐 마음속으로 하나, 둘, 셋을 헤아리는 것과 같은 준비과정을 거친 다음에 크게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그를 밀쳤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소리가 안나오면. 혹은 밀쳤으나 밀쳐지지는 않고 그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나를 찌른다면 등의 생각을 했더라면 나는 분명 그날 그에게 끌려갔을 것이다.

뉴스를 보면 날마다 사건 사고이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학대하거나 스토킹하거나 살해하는 일은 매일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일어난다. 이는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또 일면식도 없던 (적어도 피해자 쪽에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런 위험에 노출 되었을때 해야 할 일은 뭘까?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어떻게 하면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해답을 제시한다. 바로 직관에 귀를 귀울이라는 것이다. 두렵다고 해서 벌벌 떨거나 운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생명에 위협을 받을때 가장 강한 신호를 느낀다. 인간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 신호에 따라서 행동을 하면 옛 말처럼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누가 누굴 죽이면 살인자를 단순하게 미친놈으로 생각한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총을 들고 쏘는데 또는 칼을 들고 찌르는데 그 누구라서 피했겠는가 재수가 없었지 뭐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그 전에 어떤 신호건 있게 마련이다. 암살범이 먼 건물 옥상에서 총으로 저격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어떻게건 접촉을 하게 되어 있고 그 접촉 속에서 우리는 신호를 읽어내서 위험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일 같은건 없다고 이 책은 말한다. 미리 그 신호에 귀를 귀울이고 직관을 믿는다면 반드시 사람에 의한 위험은 어느정도 피해갈수가 있다. 사람에 의해 저질러지는 위험한 일들은 자동차 사고나 가스 폭발처럼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두려움을 더욱 증폭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했었지만 읽고난 지금은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험학한 시대에 산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내게도 언제든 협박이나 스토킹 혹은 살해당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예전에 모르고 했던 행동 (직관에 의한것)을 좀 더 알게 되었고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내 생존본능이 내게 신호를 보낸다고 생각을 하니 처음 예상과 달리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순간에도 강간과 살인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피해자가 되는것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런 일은 절대로 내게서 일어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일어날수도 있으나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그 상황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꼭 한번은 읽어보길 바란다. 다만 하드커버에 책도 두터워서 나처럼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읽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ugool 2004-06-1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헌데 하드커버라구요? 윽... 하드커버 책 저도 너무 싫은데...

부리 2004-06-13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최고의 논객이 사라질 뻔했군요.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참고로 전 생각이 없이 살아서 누구보다 직감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거든요. 그니까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내가 가지고 있는 키플링 가방과 많이 다르게 생겼지만 빨간색이 제일 이쁘게 나왔길래 이 사진을 올린다. 사실 키플링 가방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저 놀라운 땟깔. 벨기에산 가방인데 내동생 말로는 그쪽동네에 사는 아해들이 컬러 감각이 끝장이란다. 나도 키플링처럼 빨간색을 이쁘게 뽑아낸 가방은 잘 보지 못했으므로 보자 마자 확 꼽혀서 사 버렸었다. 엄하게 우리나라에서 저게 유행 비슷하게 해버리는 바람에 좀 안타까웠다. 제발 저런 노말한 제품은 유행좀 안했으면 좋겠다. 키플리이나 롱샴같은 가방이 왜 유행을 하고 난리일까? 정말 안타깝다.

생각보다 키플링 가방은 물건이 많이 들어가므로 사기전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너무 큰 가방을 사면 나처럼 넣어도 넣어도 채워지지 않는 여행가방 수준이 되어 버리므로 적당한 크기를 사는게 좋을듯. 그리고 키플링 가방 중에서 내가 보기에는 파란색이랑 빨간색, 노란색등의 원색이 가장 이쁘다. 우중충한 색깔은 다른 가방 회사에서도 나오는게 많으니 키플링에서는 원색의 가방을 고르는게 좋을듯. 

Tip : 가짜 키플링을 구별하는 법. 진짜 키플링은 고릴라 인형이 엄지손가락을 들고 있는데 그걸 고릴라의 입안에 넣으면 쏙 들어간다. 허나 가짜는 입에 안들어간다. 엄지손가락이 크거나 아니면 입이 작거나. 아무튼 안들어간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BRINY 2004-06-09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키플링 가방 좋아해요~ 참 많이 들어가고 가볍지요. 전 파란색 계통을 샀는데, 파란색 계통도 다양하고 예쁘게 빠져서 좋아요

메시지 2004-06-0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커플링으로 읽고, 플라시보님께서 남치소(내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암튼 가방이 이쁘네요.

진/우맘 2004-06-09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메시지님.....저와 비슷한 정신세계+시력의 소유자 이시군요.^^;

groove 2004-06-09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에 두분과 정신세계와시력이 같은사람이 여기또있습니다.하하하

starrysky 2004-06-09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요. 당연히 커.플.링.인 줄 알았어요. 아아, 플라시보님의 예쁜 손에서 반짝이는 반지를 보나 했는데..
근데 키플링 가방은 정말 예쁘죠. ^-^

마태우스 2004-06-1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저는 커플링으로 읽고, 플라시보님이 드디어...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다수가 잘못 이해했으면 제목이 잘못된 거라는 게 제 생각.

플라시보 2004-06-10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저도 키플링을 사러 갔을때 빨간색과 파란색을 두고 많이 고민을 했더랬습니다. 둘 다 너무 이뻐서 말이죠. 근데 파란색은 제가 원래 좋아하는 색이라 그 계통의 가방이 많은데 빨간색은 하나도 없어서 과감하게 저질러 보았습니다.^^
메세지님. 히..실망드려 죄송합니다. 만의 하나 눈삔 남정네가 걸려들면 댐시 보고하겠습니다만 과연 언제가 될지...하하^^
진/우맘님 groove님 비슷한 정신세계와 시력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흐흐. 전 두분 다 혼자 늙어가는 제가 안쓰러워 마음속 깊은곳에서 부터 '저 에미나이래 좋은 남자 만나 호강해야 할텐데'라는 내면의 소리에 충실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starry님. 제 손에 반짝이는 반지를 끼는 그날이 오면 제목이 커플링이 아닌 반지의 제왕을 쓸겁니다. 하하^^
마태우스님. 님의 말씀에 일리가 있군요. 키플링 가방 이라고 했으면 좀 덜 헤깔렸을것을...그러나 기왕지사 이렇게 된거 그냥 넘어가면 안될까요? ^^

2004-06-10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누발바닥 2004-08-27 0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주 작은 가방인데....귀여워서 그런지 탐내는 사람이 많더군요~~
근데 님 가방도 이쁘네요...색깔도 곱고...

플라시보 2004-08-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누발바닥님 처음 뵙네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이름이 너무 귀여워요 비누발바닥. 저는 아기들 발바닥 보면서 꼭 비누 같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아 그리고 저 위에 가방은 제 것이 아닙니다. 이미지를 찾아서 올린거구요. 제 꺼는 룩색의 형태가 아니라 크로스백 형태입니다.^^
 
기생충의 변명 대학병원 건강교실 6
서민 지음 / 단국대학교출판부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사실 기생충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초등학교의 대변검사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빗자루로 회충 촌충 십이지장충 이라는 글짜를 쓸어내던 회충약 CF도 TV에서 자취를 감춘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생충이 창궐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생충을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이 책에 의하면 지금도 엄연히 기생충은 미비하나마 그 숫자가 존재하고 있고 세계 보건기구에서 유의해야 할 질병중 6개 항목은 기생충으로 인한 것이라고 하니 말이다. 거기다가 걸리면 목숨을 잃는 말라리아를 그냥 모기가 옮기는 줄 알았는데 이것 역시 기생충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직까지 충분하게 기생충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이다.

기생충 하면 무조건 대변을 통해 나오는 하얗고 길다란 것만을 생각했는데 육안으로 보이는 기생충 이외에도 전자현미경을 들이대야 할 정도로 작은 기생충도 있으며 모양도 가지가지이다. 예전에 못살던 시절에 비해서 위생상태가 양호하고 또 수많은 기생충학자들에 의해 거의 박멸되다시피 해서 지금은 기생충이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기생충의 위험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정력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우리나라는 뱀도 잡아먹고 동물의 생간이나 사슴피 따위를 곧잘 먹는데 그런 곳에 기생충이 많다고 하니 말이다.

교과서에서 본 기생충은 민촌충, 갈고리촌충, 십이지장충 정도가 전부였는데 생각보다 기생충의 종류는 매우 많다. 또 모기, 물벼룩, 파리, 애완동물을 비롯한 동물의 대변등 감염 경로도 매우 다양하다. 나는 기생충은 그저 대변을 보고 손을 잘 씻지 않으면 걸리는 병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렇다. 내게있어 기생충은 대장균이나 별반 다름 없었다. 이래서 사람은 무식하면 안된다고 하나보다.) 아직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은 만큼, 그리고 심각하면 목숨을 잃기도 하고 산모가 걸리면 태아에게 심각한 뇌손상등의 기형을 초래하는 기생충인지라 무엇보다도 예방이 필요한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생충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걸리는지. 또 치료법은 무엇인지 이 책은 비교적 쉽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 두었다.

내가 이 책에 많은 점수를 주는 이유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룸에도 불구하고 학술용어나 어려운 의학용어 등으로 사람 기를 죽이지 않으며 무엇보다 저자가 유머를 잃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책의 거의 대부분은 기생충에 관한 것인데 제일 마지막 챕터가 이채롭다.

내가 아직도 의사로 보이니라는 4장에서는 보조약 (여기서 말하는 보조약이란 예를 들면 결핵환자에게 결핵약과 함께 결핵약중 간에 손상을 주는 성분 때문에 간장약을 함께 처방하는 것)의 남용에 대해, 이주일씨와 폐암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냄비근성을 다루었고 의사들이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진짜 이유, 그리고 사후 피임약인 노레보에 대한것. 광우병에 관한것 등등 기생충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되었던 부분을 다루었다. 한쪽 입장에서만 다룬것이 아니라 그런지 '뭣뭣을 먹거나 뭣뭣을 하는것은 무조건 나쁘다'라는 식의 언론플레이에 열심히인 의사나 박사들과는 다소 다른 면면을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서 기생충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조금은 기생충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기쁘다. 늘 재밌고 쉬운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조지는 나 이지만 가끔은 이렇게 머릿속에 남아서 지식이라 부를만한 무언가가 있는 책도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머털이 2004-06-06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처음 글 남깁니다. 이 서재의 재미난 글들 잘 읽고 있지요^^ 그나저나 마태우스님, 기분이 굉장히 좋으시겠는데요? (저는 학교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마태우스 2004-06-0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광이긴 하지만.... 아이 참. 이러시면 안되는데... 실제 상품의 가치보다 더 칭찬을 해놓으시면 혹시 님을 믿고 산 분에게 원망을 들을까 두렵사옵니다. 아, 어찌 이런 일이...

플라시보 2004-06-0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털이님 안녕하세요. 처음뵙겠습니다. 학교 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하신다구요? 읽어보면 생각보다 재미있을겁니다. 즐거운 독서 되시길^^
마태우스님. 후훗 부끄러워 하시기는요. 저도 읽어보고 좋다고 생각이 되어서 칭찬을 한거지 아니라면 아니라고 말 했을겁니다. 제 성격을 아직 잘 모르시나봐요^^

nugool 2004-06-0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마태우스님께서 하필 왜 기생충쪽 전문이신지 그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 아직도 기생충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으악이긴 하지만.. 게다가 어린 애들을 키우다보면...
촌충맞나? 하여튼 그 애들에게 잘 옮는 기생충 있어요. 밤에 밖으로 기어나와서 알을 깐다는데 그 알이 다시 입에 들어가고 들어가고 해서 약을 한참 먹어야 되더라구요. 애는 간지럽다고 난리지.. 이불은 맨날 뜨거운 물에 빨아야지.. 하여튼 생쑈를 했더랍니다... 애들은 아직도 봄 가을에 기생충약을 먹어 줘야 한다네요. 참, 근데 의사들이 제왕절개 수술을 권하는 진짜 이유는 뭐래요??

플라시보 2004-06-08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은 모르지만 책에 나와있는 있는 대로라면 제왕절개로 수술을 해서 잘못되면 자연분만을 해서 잘못되는 것 보다 의사들의 책임부분이 훨씬 적다고 합니다.

마태우스 2004-06-09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말씀하신 기생충은 요충으로 사료됩니다. 글구 제왕절개에 관한 그 글을 여기다 다시 옮겨 볼께요. 초록은 동색이라지만... 저를 그들과 같은편이라고만 생각지 마시고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
조선일보 2월 10일자 독자투고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렸다.
[xx산부인과 장원장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장원장은 한번도 임신중절 수술을 해준 적이 없으며, 불가피하지 않으면 산모가 아무리 제왕절개 수술을 원해도 설득을 거듭해 자연분만으로 낳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 나라에서 제왕절개의 문제는 좀 심각하다. 미국 LA타임즈의 보도에 의하면 '한국에서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는 비율이 43%로 미국의 20%에 비해 2배 이상 높다'고 한다. 이 신문에 의하면 '한국에서 제왕절개가 많은 배경으로 1) 수술이 더 안전하다는 믿음 2) 법적 책임을 면하려는 병.의원의 태도 3) '사주'가 좋은 날 아이를 낳으려는 태도 등을 꼽았다.

[특히 높은 제왕절개 시술 비율의 원인으로 의사들이 지목되고 있으며, 최근까지 한국의 병원들은 제왕절개 출산에 대해 자연분만보다 3배나 더 많은 치료비를 받아왔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도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 공단 관계자는 "제왕절개 시술이 많게 된 책임은 의사에게 있으며, 진료비를 더 받기 위해 여성들에게 공포심을 불어넣어 수술을 유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사들은 소위 '가진자'이며, 의사들의 행동은 대개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건 당연하며, 그것이 공익을 해치지 않는 한, 무조건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즉, 언제까지나 '의술은 인술'이라는 식으로 의사에게 도덕심만을 요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노레보'라는 사후피임약을 의사들이 반대하는 것은, 연간 5천억원에 달하는 불법낙태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사들의 이기주의가 작용하며, 이건 여성의 건강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공익과 충돌한다. 즉, 이런 이기주의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제왕절개 또한 마찬가지일까?

신문기사에서 '제왕절개가 자연분만보다 3배나 비싸다'며, 보험공단 관계자가 '진료비를 더 받기 위해 여성에게 공포심을 불어넣어...'라는 대목에 주목하자. 우리 나라의 자연분만 수가가 원가에도 훨씬 못미친다는 건 사실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20대 여자가 단란주점에서 두시간 정도 술을 따르면, 십만원을 번다. 그런데 밤을 세워가며 애를 받아봤자 그 댓가가 10만원에 불과하다면, 별로 일할 의욕이 나지 않을 것이다.

배추값이 폭락하면 농촌에선 배추를 다 버린다. 돼지값이 폭락하면 돼지를 그냥 죽인다. 팔아봤자 손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인간은 배추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수가가 낮더라도 환자는 봐야 한다. 이 경우 예상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많은 의사가 도둑이 되었다. 이것이 한국 의료의 구조적인 문제이며, 그 도둑질을 못하게 만든 의약분업에 의사들이 저항한 이유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의사들의 파업에 반대했으며, 그래서 한 친구와 거의 절교를 하긴 했지만.

다시 제왕절개 이야기를 해보자. 의사들이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건, 단순히 수가 때문이 아니다. 그 증거를 대보자. 서울대병원 의사들은 국가에서 월급을 준다. 제왕절개를 하든 자연분만을 하던 똑같은 월급이 나온다. 그런데도 그들은 제왕절개를 선호한다. 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서울대병원 의사들은 그럼 왜 제왕절개를 선호할까? 돈 때문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건 바로 '책임' 문제다. 자연분만의 경우, 1% 이하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흔히 하는 말로 탯줄이 목에 감긴다든지 하는 일 말이다. 통로가 좁아서 분만이 지연되는 건 산모나 태아나 모두에게 해롭다. 분만이 완벽하게 이루어졌다고 해도, 애가 조금만 이상하면 그 책임을 의사가 뒤집어 써야 한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에 비해 산모가 회복이 더디긴 하지만 태아에게 어떤 위협도 없다. 의사들이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 위험이 1%의 가능성일지라도 말이다.

아까 그 독자의 글이다. [그곳 부원장은 "아줌마, 자연분만 성공률이 99%라고 해도 1%의 가능성 때문에 실패한다면 누가 책임집니까?"라고 했다.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최선책을 택해야 할 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 같아 섭섭했다....]

이 사람은 뭘 착각하고 있다. 엄마들은 자신은 좀 안좋더라도 아이만 무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즉, 태아의 건강을 더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99% 안전한 것과 100% 안전한 것 중 어느 것이 태아의 건강을 위한 최선책인가?

다시 문제는 '책임'이다. 1%를 책임지지 않으려고 제왕절개를 권하는 의사들이 얄밉게 보일 수도 있다. 돈은 돈대로 받으면서 책임은 안지려고 하다니?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의사가 완벽하게 분만을 한 경우라도 태아가 좀 잘못될 경우 의사가 그 책임을 뒤집어 쓴다. 뭐, 책임을 지라면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 문제다. 의사가 돈을 많이 번다는 믿음 때문인지 몇억원을 요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병원이 통째로 날라간다. 이런 상황에서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의사의 과실 여부를 가려줄 기관이 존재하고, 그에 따른 의사의 책임 한도가 법으로 규정되지 않는 한 제왕절개는 줄어들 수 없다. A라는 행위를 할 때 자신의 사업체가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무도 A라는 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의사라는 이유로 그런 위험을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이 무조건 '치료비를 많이 받으려고..'라고 비난해서는 안된다. 만일 자연분만의 수가가 올라 제왕절개와 비슷하게 되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 난 그래도 의사들이 제왕절개를 선호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심지어 자연분만의 수가가 제왕절개보다 더 높을지라도 말이다.

우리가 별 이상없이 사는 이유는 의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불안할까. 그럼에도, 평소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도 돌아서서 의사들을 매도하는 건 별로 좋은 태도가 아니다. 의사는 같이 공존해야 할 대상이지, 결코 타도의 대상이 아니다.



호랑녀 2004-06-1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덧붙여 마태우스님의 코멘트두요. ^^

부리 2004-06-14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책을 가지고 이주의 마이리뷰에 되셨다니, 너무너무 축하드립니다. 더불어 이달의 마이리뷰도 차지하시길 빌겠습니다. 화이팅, 화이팅!
-부리 드림-

조선인 2004-06-14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아 부리님, 플라시보님 축하드려요.

진/우맘 2004-06-15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플라시보 2004-06-1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님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주아주 간만에 알라딘에서 마이리뷰가 당첨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당첨금으로 방금 책들을 주문했고 열심히 읽겠습니다. 뽑아주신 알라딘 관계자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꾸뻑.
 



나는 회사에서 잠을 많이 잔다.(그렇다고 집에서는 잠이 없냐면 그것도 아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어떨때는 일주일 내내 회사에서 꼬박꼬박 4시간씩 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런 나에게 필수 요소가 있다면 바로 저런 담요이다. 잠이들면 나는 체온이 많이 내려가서 여름에도 추위를 느낀다. 지금은 예전에 샀던 검은색 모직 숄을 두르고 자지만 언젠가는 저렇게 예쁜 담요를 덮고 실컷 자고 싶다. 참고로 나는 쇼파, 의자, 책상위 등 가리지 않고 기어 올라가서 잘 잔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tarrysky 2004-06-07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름에 에어컨 빵빵 틀어놓은 사무실에서 자다가 깨면 정말 온몸이 선뜩선뜩하지요. 담요나 두꺼운 스웨터, 꼭 필요합니다. 근데 저 담요 무지 이쁘네요. 분홍색이나 빨간색으로 하나 갖고 싶어요. 아이보리는 너무 때 타서 안 되겠고..

두심이 2004-06-06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회사에서 밤샘작업하다가 신문지를 깔고 덮고 하면서 잔적이 있었습니다. 위에 있는 담요하나만 있었으면 좋았을것을..아침에 동료들이 와서 얼마나 놀라던지...ㅋ.

로렌초의시종 2004-06-06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때타도 좋으니까 아이보리 색으로 갖구 싶어요. 겨울에 집에서 저거 두르구 방바닥에 엎드려있으면 책도 잘 읽힐듯......, 그리구 분위기도 그림 깉고 말이죠(그럼 뭘해! 모델이 안 받쳐주는데!!! ㅜ ㅜ) 암튼 퍼갈께요. 괜찮죠?^^;

메시지 2004-06-0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요를 묶어놓은(?) 적 가죽끈은 원래 있는건가요? 정말 휴대하기에 편하겠어요.
그런데 갑자기 고스톱판을 떠올리는 저의 정신상태는 뭔가요?

BRINY 2004-06-0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거 Kosney에서 파는 거 아닌가요? 비슷한 디자인의 무릎담요 있는데.
요즘은 여학교 앞 문구점에서도 접으면 가방식으로 되는 귀여운 담요 많이 팔아요. 가격은 만원 안팍이었던가. 겨울이나 초봄에 애들이 많이 갖고 다녀요. 왜 내가 학교 다닐 땐 저런 생각 못했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근데, 덩치 큰 아이들이 담요를 어깨에 두르고 다니면, 꼭 [인디언 아낙네]같이 보여서 좀 그래요.

조선인 2004-06-0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좀 더 실용적인 성격인지라 담요방석을 유용하게 쓰고 있습니다.
결혼할 때 이불가게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건데, 그땐 사은품이 박하다 생각했는데,
애 낳고 보니 정말 좋더군요.
평소엔 차에서 방석으로 쓰다가, 애가 잠들면 이불로도 쓰고, 야외에선 돗자리 위 깔개로 쓰고.

플라시보 2004-06-08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arry star님 맞아요. 여름에 에어콘 틀어놓고 자면 정말 춥죠. 비슷한 곳으로는 야간 우등고속이 있습니다. 밤에는 거의 불을 끄고 운행하는데 자다가 보면 추워서 고생합니다. 그래서 전 언제나 야간우등을 탈때는 여름이라도 카디컨을 챙겨서 갑니다.
두심이님. 정말 일을 열심히 하셨나보군요^^ 회사에서 밤샘을 다 하시구.. 그나저나 감기 안드셨어요?
로렌초의 시종님. 때타는걸 두려워 않으시는걸 보니 홀로 사시지는 않으신듯^^ 전 때타는게 무서워요. 하하
메세지님. 네 원래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래야 휴대도 간편하고 보관할때 자리도 많이 안차지할테니까요. 흐흐. 그리고 고스톱판을 떠 올리셨다구요? 지극히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이십니다.^^
Briny님. 코즈니에도 있나요? 그렇군요. 정말 우리 학교 다닐때 그런게 있었더라면 다리와 무릎이 훨씬 덜 시렸을텐데... 우리땐 오직 방석과 털달린 실내화에 치중하던 시절이었지요^^
조선인님. 저도 나중에 이불 장만할 일이 있으면 사은품으로 달라고 징징거려봐야겠습니다. 흐흐.

nugool 2004-06-08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강색 예쁘네요. 헌데 저런 담요 만들기도 쉬워요. ^^ 지금은 철이 아니라 저런 천을 구하기 어렵겠지만... 쌀쌀해지면 천시장에 폴라폴리스 천이 나오거든요. 그 천을 사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접 블랭킷 스티치를 해서 저런식으로 마무리를 해줘도 되구요, 그게 도저히 귀찮아서 안되겠다 하면 천을 산 시장에 오버록을 해주는 곳에 가서 몇천원 주고 쓱싹 오버록을 해 오면 된답니다. 그렇게 담요를 만들어도 그럴싸 하고 아주 예뻐요,.^^

플라시보 2004-06-08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굳이 사지 않아도 만드는 방법도 있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너굴님^^ (근데 저 끈은 어떻게 조달하죠?)

nugool 2004-06-08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끈이요? ㅎㅎ 없이 써야죠 뭐.. ^^
 
조종사의 아내
아니타 슈레브 지음, 최필원 옮김 / 대현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번역하신 최필원님이 내게 보내주신 것이다. 그분과의 인연은 알라딘으로 시작되었는데 그분이 번역하신 척 팔라닉의 소설에 대해 내가 서평을 쓴 것을 보고 이메일을 주신 것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사실은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은 갈등을 했다. 그분은 번역본이 나올때 마다 잊지 않고 내게 책을 보내 주시는 고마운 분이시기에 이 책에 대해 내가 과연 순수한 독자의 입장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작품이 아주 좋은 경우에는 나도 망설임 없이 좋은 서평을 쓰지만 솔직하게 말 하자면 이 작품의 경우는 읽기는 읽었으나 굳이 다른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할 만한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아예 리뷰 자체를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래도 나는 알라딘에서 다른 님들이 쓰신 리뷰를 통해 책 읽기에 많은 도움을 받았고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싶기 때문에 솔직하게 리뷰를 쓰기로 했다.

사설이 길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책 얘기를 해야겠다. 이 책의 내용은 한 여자가 남편을 사고로 잃은 후 숨겨져 있던 남편의 비밀을 밝혀내는 이야기이다. 그녀에게는 사춘기인 딸이 있으며 남편은 항공사의 비행기 조종사이다. 평온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갑자기 남편이 몰던 비행기가 추락을 하고 졸지에 그녀는 미망인이 된다. 추락원인이 석연치 않은지라 그녀는 언론이나 단체로 부터 시달림을 받게 된다. 그러던 중 그녀는 남편에게 자신과의 함께 하던 삶이 아닌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고보니 남편은 영국에서 또 다른 아내를 두고 두 아이까지 둔 것이었으며 자살이다 사고다 말이 많았던 비행기 추락은 남편이 옳지 못한 일을 하고 있는 조직이 남편을 제거하려고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편을 누구보다 믿었던 그녀는 큰 충격을 받지만 사랑하는 딸과 함께 일상을 찾아가기 위해 애를 쓴다.

사실 내용만 나열해 놓고 보면 이 소설은 충분히 재밌을 수 있었다. 일단 남편의 직업이 항공기 조종사라는 흔치 않은 직업에다 어느날 갑자기 밝혀지기 시작하는 그의 이중생활. 그 중 하나는 다른 가족이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장이 아닌 또 하나의 직업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내내 지루하게 이야기를 끌고간다. 거의 70% 가량은 남편을 잃은 여 주인공 캐트린의 힘든 상황이랄지 과거를 추억하는 것으로 할애를 하고 나머지 30%에서 남편의 이중생활에 관한 부분이 나온다. 남편의 이중 생활에 좀 더 촛점을 맞추고 캐트린이 남편의 이중생활에 대해 알아내어 가는 과정을 좀 더 흥미롭게 다루었다면 더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이 말 하려고 했던 것은 우리가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가 그렇게 믿는다는 것이지 사실과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는 것이다. 캐트린은 남편과 오랜 결혼생활을 했고 딸아이도 있으며 아무런 불만 없는 행복한 가정의 주부이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죽고나자 그의 감춰졌던 부분이 수면위로 올라온다. 다 안다고 여겼던, 뭐든 공유하고 있다고 느낀 남편. 같은 침대에서 잠이들어 같이 눈을 뜨는 생활을 수년간 한 사이인데도 그녀는 남편에 대해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자신과 함께 하는 남편.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아내인 뮈어 볼랜드와 함께한 남편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어떤 남편의 모습이 진짜일지 궁금해 하지만 이미 죽었으므로 물어 볼 길이 없다.

그녀에게는 약간의 로맨스가 있을수도 있었다. 사건 직후부터 등장해서 계속 그녀를 도와주는 남자인데 나중에는 그 역시도 남편이 했었던 위험한 일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 그녀에게 따라붙은 조사원일 뿐이었다. 그녀는 그녀 스스로 남편의 이중 생활을 알아냈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그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녀가 어떻게 그걸 밝혀내는지를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이었다.

정말이지 이 소설은 충분하게 재밌을 수 있을 만한 요소를 골고루 갖추었다. 그러나 작가는 불필요한 감정적인 부분에 너무 많은 페이지를 할애했고 정작 흥미로울 만한 스토리는 번개불에 콩을 구워 먹듯 후다닥 해치워 버린다. 분명 남편이 죽었고 그 남편의 이중생활이 있다는 정도의 암시는 책을 사자 마자 알고있는 독자들로서는 나중에 기다리다가 짜증스러워 질 요소가 충분하게 있다.  좀 더 흥미롭게 스토리를 잘 분배해서 나갔더라면 더 나았을 책이었는데 덮는 그 순간까지 아쉬웠다. 마치 좋은 원작을 가지고 원작에 미치지 못하는 영화를 찍어낸 감독을 볼때처럼 말이다.

책은 비교적 수월하게 읽히지만 좀 더 전문적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상상력과 함께 발로 뛴 노력까지 더해졌더라면 좋았겠지만 이 책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없이 미진하다. 결국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를 가지고 너무 감상적인 눈을 가지고 들여다봐서 심심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 책이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라고 하는데 솔직히 우리나라에서의 반응은 그렇게까지 열광적이지는 못할 것 같다. 좀 더 힘있는 소설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짙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4-06-05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4-06-05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좀 지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신문에서는 상당히 좋은 평을 해 놨더라구요. 작가가 심리 묘사를 꽤 잘해 놨다고 하고, 특히 번역이 너무(?) 좋아 오히려 저자가 번역자에게 빚을지고 있다고. 근데 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 책 좀 신중히 고려해 봐야할 것 같군요.

진/우맘 2004-06-05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론가들은, 스토리텔링이 좋은 책 보다는 심리묘사에 치중한 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문 평론가들이 <재미있다!>는 말을, 저는 별로 안 믿어요.-,.-

플라시보 2004-06-0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tella09님 번역은 무리없이 매끄럽게 잘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분이라서 그런게 아니라 정말 최필원님이 번역하신 책들. 예를 들자면 미스틱 리버랄지 파이트 클럽 같은 경우는 정말 좋은 작품과 좋은 번역이 만난경우입니다.
진/우맘님. 이 책에서 심리묘사 부분도 저는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섬세함 보다는 자잘함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이며 문제의 핵심을 찌른다기 보다는 계속 우회적으로 돌리기만 합니다. 물론 진짜로 큰 일을 갑자기 겪으면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기대하는 남편을 잃고 남편의 이중생활을 알게된 여자의 심리묘사는 없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