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

참 오래도 기다렸다. 화양연화가 2000년에 개봉했으니 무려 4년을 기다린 셈이다. 왕가위의 신작 2046은 이미 화양연화를 찍을 때 부터 예고를 했으므로 그 기다림은 더 지루했다. 아예 모르면 모를까 존재를 알고 있지만 언제일지 모르는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래서 나는 아주 지친 기분으로 이 영화를 봤다. 배가 고플때는 그 시기를 지나쳐 버리면 더이상 배가 고프지 않다. 나는 이 영화에 목마르지 않았다. 너무 오래 기다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럴까? 2046은 이미 배고픈 시간은 지나버렸지만 어떻게건 끼니를 떼워야 한다는 생각에 먹는 라면같은 영화였다. 만약 배가 고플때 먹었더라면 라면은 맛있었을까? 불행하게도 나는 그 답을 알수가 없다.

2046을 얘기하려면 먼저 화양연화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영화와 화양연화는 연장선상에 있다. 주인공의 이름이나 중요한 기억들이 모두 화양연화에서 넘어왔다. 시간상으로 2046은 화양연화 그 이후가 된다. 혹시 화양연화를 보지 않았거나 화양연화를 봤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잠깐 줄거리를 소개하겠다. 초우(양조위)라는 이름의 남자와 수리첸(장만옥)이라는 이름의 여자가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배우자가 있으며 연립주택에 이웃해서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초우의 아내와 수리첸의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들은 만나서 어떻게 해야 할건지를 의논한다. 그러다가 우습게도 자신들마저 사랑하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그 사랑을 확인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이미 사랑으로 충분하게 상처를 받은 그들이기 때문에 그 사랑을 그냥 뭍어두기로 한다. 신문기자인 초우는 싱가폴로 발령을 받으면서 수리첸에게 함께 가자고 하지만 수리첸은 거절한다. 그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에 가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벽에 난 구멍에다 고백을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처럼 비밀을 구멍에다 대고 말한다음 그 구멍을 막아버린다. 그러면 비밀이 탄로날 일도 없으며 누군가에게 말을 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힘이 들 일도 없다.) 

2046에 등장하는 남자의 이름은 초우(양조위)이다. 초우는 신문기자인 동시에 작가이다. 초우는 싱가폴에서 홍콩으로 막 도착해서 여관을 찾는다. 예전에 수리첸(장만옥)과 함께 묵었던 방번호인 2046호에 묵으려고 하지만 그 방은 수리를 해야 한다고 해서 그는 2047호에 묵는다. 하지만 알고보니 2046호는 수리중이 아니라 루루(유가령)이 자살을 했기 때문에 그 흔적을 치우려고 했던 것이다. 2046호에 또 다른 여자 바이링(장쯔이)이 묶는다. 초우와 바이링은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지만 진심인 바이링에 비해 초우는 그녀를 단지 즐기기 위해 만나는것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 여관 주인에게는 딸이 있는데 첫째딸인 왕징웬(왕정문)은 일본인인 애인 (기무라 타쿠야)를 사랑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들의 사랑을 반대한다. 초우는 기억을 떠 올린다. 예전에 싱가폴에서 검은거미라 불리우던 수리첸(이번에는 장만옥이 아닌 공리이다.)을 만났던 기억. 그리고 루루(유가령)을 만났던 기억. 초우는 소설을 쓰게 된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남자와 그 남자가 사랑하게 되는 두명의 안드로이드 여 승무원 (왕정문, 유가령)에 관한 이야기인 2046을 쓴다.



 

 

 



 

 

2046

사실 2046은 무척 난해한 영화이다. 내가 줄거리를 쓰면서도 저게 맞는건지 틀리는건지도 모르겠을 정도로 말이다. 아마 말로 줄거리를 설명해보라고 했더라면 나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단편적으로 툭툭 끊어지더라도 어떻게건 이어나가기만 하면 되는 글로 썼으니 나는 저만큼이라도 2046에 대해 설명할 수 있었다. 화양연화와 끝임없이 연결된 것 같으면서도 따로 노는 2046은 거기다 초우가 쓰는 소설 2046과 뒤섞여서 도무지 언제가 언제인지 알 수가 없다. 거기다 수리첸이라는 이름은 예전의 여인인 장만옥과 공리가 똑같은 이름이다. 초우는 화양연화와 이름도 같고 직업도 같으며 캄보디아와 싱가폴에 있었던것 마저 같지만 인물로만 보자면 완전히 다른 인간이다. 화양연화에서의 그는 따뜻하고 소심한 남자였고 사랑에 대해 용기를 가지지 못했던 남자였던 반면 2046의 그는 냉소적인 바람둥이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나는 도저히 그 두 인물을 동일한 인물이라고 보기가 힘들었다.

내가 처음으로 왕가위라는 이름의 감독을 알게 된 것은 대학에 막 들어가서였다. 내 친구의 자취방에서 짜파게티를 먹으며 왕가위의 아비정전을 봤었다. 그때 받은 충격은 무척 컸었다. 저런 영화도 있구나. 세상에는 저런 스타일로 영화를 찍는 감독도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그 이후 중경삼림과 타락천사 동사서독 그리고 해피투게더에 이르기까지 나는 왕가위 감독의 열혈 신봉자가 되었다. 2000년이 되어서 본 화양연화는 여태까지의 왕가위 감독이 보여준것과는 조금 다른 아주 정적인 작품이었는데 나는 딱 그때까지가 왕가위 감독의 감각이 살아있던 마지막이 아니었나 싶다. 2046은 다시 예전으로 리턴한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감각적이라는 것은 무한할 수 없나보다. 인간의 젊음이 영원할 수 없는것 처럼 말이다. 왕가위의 2046은 그 작품에 등장하는 여 배우들 만큼이나 서글프다. 한때는 아름답고 젊었던 그녀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녀들의 얼굴은 세월이 느껴졌다. 차라리 자연스러운 나이의 흔적이면 서글프지 않았으련만 여전히 탱탱한 피부와 주름하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왕정문도 유가령도 공리도 모두 서글펐다. 오직 실제로도 젊은 장쯔이만이 서글프지 않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왕가위 영화 역시 예전의 감각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이제는 그의 감각은 구닥다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도저히 숨길수가 없었다. 배우가 보톡스와 화장과 주름살제거 수술로도 세월의 흐름을 감출 수 없듯. 왕가위 감독의 감각도 이제는 퇴보했음이 느껴졌다.

부산 국제 영화제에서 이 작품은 개막작이었고 4분 54초만에 표가 매진되어 버렸다. 그만큼 왕가위 감독이 오랜만에 작품을 냈다는 얘기도 될 것이고 또 아직까지는 왕가위감독의 브랜드 네임이 먹힌다는 소리도 될 것이다. 영화 중간중간에는 LG마크가 자주 등장한다. 왜 그런가 했더니 나중에 자료를 찾아보니까 LG에서 화양연화 개봉당시 내한한 왕가위감독과 PPL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계약금액은 5억 7천만원이고 LG마크는 초우가 쓰는 소설인 2046의 미래 도시에서 총 4번정도 등장한다.)

너무 큰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지 이 영화에 대해 아무런 느낌이 없다. 굳이 가지라면 서글픔 정도랄까. 같이 봤던 친구 역시 왕가위의 열혈마니아 였었는데 그녀는 심지어 영화를 보다가 졸기까지 했다. 내 개인적인 바램으로는 이제 더이상 왕가위가 한때 그의 영화속에서 별이었던 배우들을 데리고 영화를 찍는 일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늙은 배우들을 등장시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왕가위의 영화에서 젊고 아름다웠던 그들은 아직까지도 그 이미지를 그대로 끌고 가려고 하고 왕가위 역시 그들이 그때의 분위기를 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세월은 어떤걸로도 막을수가 없다. 그리고 흔적을 지우는 것도 불가능하다. 왕가위에 한참 미쳐있던 스무살의 여자가 이제는 서른이 되어버린것 처럼 말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쉽고 서러워도 세월이 가는걸 인정해야만 한다. 이제 왕가위 감독은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일때가 온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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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verick 2004-10-14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왕가위보다는 양조위때문에라도 이 영화를 꼭 보려구요..
양조위의 그 표정은 정말이지... 전 남자이긴 합니다만 그의 표정을 보려고
그가 나오는 영화는 다 보려고 하는 편이죠
플라시보님 글대로라면 스포일러를 좀 보는게 나을것 같네요 그래야 이해가 빠를듯 ㅎㅎ

LAYLA 2004-10-14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사서독볼때 헷갈려서 엄청 고생했었는데 이번에도 ...고생할거 같네요...^^
호화캐스팅이 무조건 좋은게 아니군요 :-)

플라시보 2004-10-15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verick님. 네 저 영화는 미리 사전정보를 약간 가지고 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특히나 화양연화를 보지 않았다면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가 힘들거든요. 음. 그리고 양조위. 저도 참 좋아라 하는 배우입니다.^^

LAYLA님. 제가 동사서독을 비디오로 가지고 있었거든요. 한 세번 정도 보니까 완전하게 이해가 가더라구요. 아마 극장에서 봤으면 전부 내용에 대해 토론하느라 정신이 없었을듯^^

tarsta 2004-10-15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동사서독. 저는 그때 그 영화에 푹 빠져서는 극장에서만 네 번 봤습니다. 같은 영화를 극장에서 두 번 본 적이 거의 없으니 저로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였죠. 비디오로 본 것 까지 합치면.. 꽤 봤죠. 대사를 거의 받아적다 시피 한 적도 있었어요. 그 겨자색사막, 황량하기 그지 없는데도 옐로우오커의 노란 색이 자꾸 눈을 잡아 끌어서 황량하지만 어쩐지 썰렁한 느낌은 없던 그 사막. 언젠가 사막에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실제로 보면 아마도 다른 느낌이겠지만..
비디오로 가지고 계시는군요. 괜히 반가워서 한마디 남기고 갑니다. :)

플라시보 2004-10-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사서독 하도 많이 봐서 대부분의 내용은 다 외웁니다. 흐흐. 참 괜찮고도 특이한 영화였죠.

마냐 2004-10-17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벼르고 벼르는 영화인데....옆지기가 "따로 보자"고 하더군요. 이미지 과잉이 이젠 싫다나요...그래서, 잘됐다..이 영화는 옆지기와 보지 않는게 더 좋겠다...하면서 더욱 기다리고 있었슴다..ㅋㅋㅋ 암튼, 님의 리뷰는 좋은 참고가 될 듯 합니다. 한 템포 늦춰서 기대를 조금 죽이겠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 부터 내 친구는 광분했더랬다. 엘르걸이라는 잡지에서 뽑은 세계 10대 꽃미남에 우리의 원빈이 당당하게 등극했기 때문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으로 나온 꽃미남 올랜드 볼룸. 잘생긴게 축구까지 잘하는 데이비드 베컴. 안드로이드 남창을 연기할 정도로 미끈한 주드로. 더이상 말이 필요없는 조니뎁 등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아. 우리의 꽃미남 원빈. 세계로 뻗어 나가는구나. 쫘악 쫘악 뻗어 나가거라 대한의 플라워 프리티 보이여!

처음에 나는 이 영화가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배경도 부산이고 (친구의 배경은 부산. 똥개의 배경도 부산. 곽경택의 고향은 부산) 주인공이 사투리를 쓰며 거기다 무엇보다도 김태욱 (친구: 도루코역. 똥깨: 진묵역)과 친구에서 선생으로 등장했던 머리털이 별로 없던 배우가 여기서도 선생으로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때 보니 곽경택이 아니라 안권태 감독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는 영화 친구의 조감독이었었다.) 안권태 감독은 자신의 데뷔작을 영화 친구에 그 뿌리를 두고 안전하게 출발했다. 만약 감독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면 곽경택 감독이었다고 다들 느낄만큼 말이다.

이 영화는 원빈의, 원빈에 의한, 원빈을 위한 영화이다. 신하균이라는 연기를 꽤 하는 배우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의 비중은 그냥 멋진 원빈의 형 정도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를 못한다. 싸움 잘하고 욕 잘하는 불량스런 학생 원빈은 시종일관 후줄그레한 추리닝을 입지만 그 마저도 '니가 입으면 집구석 웨어 내가 입으면 빠쑝' 으로 승화시킨다. 너무 잘 생긴 배우들이 흔히 그렇듯 보는 손해도 원빈은 피해가는듯 보인다.(장동건의 경우 잘생긴 얼굴 때문에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고생아닌 고생을 해야했다.) 이 영화로 인해 원빈이라는 배우는 막내 혹은 동생의 이미지를 더욱 확고하게 굳힌다. 예전에 TV드라마 꼭지에서도 원빈은 막내였으며 장동건과 함께한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동생이었고 본 영화에서도 또 동생이다. (여기서의 동생이미지는 태극기 보다는 꼭지에서의 동생과 그 분위기가 사뭇 비슷하다.)



내용은 별거 없다. 태어날때 부터 언청이 (구개열)로 태어난 형 신하균. 형이 태어나자 마자 아빠는 죽고 원빈은 유복자이다. 엄마는 남편없는 여자들이 흔히 그렇듯 억척스럽게 아들들을 키운다. 신하균은 말잘듣고 착한 범생이 스타일이나 외모때문에 늘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 한다. 원빈은 자연스럽게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다가 껄렁껄렁해져 버린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그득한) 아이로 자란다. 둘은 같은 학교에 같은 학년 같은 반이 되고 원빈은 형같은 아우. 신하균은 형 대접을 못받는 아우같은 형이 된다. 그러다가 이러저러한 사건에 휘말리고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보니 단 한번도 원빈을 형이라 부르지 않았던 원빈은 뒤늦게서야 형에 대한 사랑을 밖으로 표출한다.

이 영화가 곽경택 영화의 아류작 쯤으로 보이는 결정적인 이유는 친구나 똥개에 나왔던 배우들 때문만은 아니다. 사투리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것. 양념조의 예쁜 여학생이 등장하는것 (똥개에서는 학생이 아니라 다방 종업원이었지만) 그러나 주인공과 본격적인 로멘스에 돌입하지는 못하고 그냥 미묘한 관심만 가지고 맴도는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성은 완전히 거세된듯한 100% 마초적인 남자영화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주인공이 어린시절부터 나와서 현재로 넘어가는 전개 스타일. 그리고 중간중간 과거 회상장면이 등장하는 것. 잘생긴 배우를 터프하게 혹은 망가지게 그리는것 (친구에서의 장동건. 똥개에서의 정우성. 그리고 이 영화에서 원빈) 까지 무엇 하나도 곽경택의 연출 스타일을 벗어나는게 없다. 친구의 조감독이었으니 별 수 없잖느냐고 말하면 할 말은 없겠지만 그래도 스승과 똑같은 제자는 재미없다.

이 영화가 더더욱 아쉬웠던 것은 비단 곽경택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타일 때문만은 아니다. 복수는 나의것과 지구를 지켜라에서 더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배우 신하균이 화성으로 간 사나이에 이어 이 영화에서 마저 자신의 연기를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그런 평이한 역에 머무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과거 서프라이즈라는 영화가 신하균이 잠깐 정신을 못차리고 실수 한 것으로 여겼었는데 이렇게 연타를 쳐 버리면 실수라고만 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잘생긴 꽃미남 배우의 들러리를 하기에 신하균은 연기를 너무 잘 하는 배우이다. 우리형에서의 종현역은 그가 슬렁슬렁 해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는 역이었다. 배우에게 베스트를 이끌어내는 것은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은 원빈을 멋지게 그리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이 연기 잘 하는 배우를 그냥 평이한 조연쯤으로 내버려두는 실수를 저지른것 같다.

원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친구와 똥개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 역시도 그럭저럭 재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굳이 극장에 가서까지 볼 필요는 없을것 같다. 비디오로 보거나 아니면 명절을 기다렸다가 TV에서 해 줄때 봐도 결코 늦지 않을 영화이다. 아. 그리고 이 영화에서 엄마로 등장하는 김해숙씨는 발군의 연기를 보여준다. 오 해피데이에서 오바하는 장나라의 엄마로 나왔을때는 그저 그렇다가 이 영화에서는 무척 인상적인 엄마를 연기한다. (비록 엄마의 캐릭터 자체는 진부하기 이를데 없지만)

한가지 덧붙이자면 김태욱의 연기가 참으로 볼만했다. 언듯 생각하면 친구에서나 똥개에서나 이 영화에서나 모두 깡패 연기를 했기 때문에 '쟤는 또 깡패냐? 지겹다 지겨워' 할 수도 있겠지만 세 영화에서 그의 캐릭터를 찬찬히 비교를 해 보면 전부 다르다. 친구에서의 도루코는 의리도 있고 카리스마도 있는 깡패로 나왔으며 똥깨에서의 진묵은 비열하고 비리비리하고 거기다 약간 없어보이기까지 하는 깡패. 이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삼류 똘마니로 나온다. 깡패라는 이름의 똑같은 범주안에 든 캐릭터를 저렇게 다양하게 소하를 해 내는것을 보니 그 배우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제는 깡패 전문 배우가 된 듯 해서 약간은 지겨운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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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4-10-1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영화평입니다. 볼 생각도 없엇지만 님의 평을 보니 더더욱 보기가 싫어지는군요. 그리고 전 형이 없답니다.

부리 2004-10-13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짝반짝 빛나는 추천은 저의 소행입니다. 참고하세요

플라시보 2004-10-13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추천 감사하니다. 님의 아름다운 소행. 내 길이길이 기억하지요^^

sooninara 2004-10-13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우리형 봤는데..님의 글을 보니 전 페이퍼 올릴께 없네요^^
츄리닝만 입어도 베컴 저리가라..멋있던 원빈..
드라마 시티틱한 다 보이는 줄거리..그래도 원빈 얼굴만으로도 즐거웠답니다..
같이 본 친구두명과 셋이서 줄줄 울고 나왔다죠..

플라시보 2004-10-13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중간에 찡한 부분이 있었더랬죠. 뻔한 줄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울게 만든것은 감독의 힘이었다기 보다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크게 의존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온 배우들 모두가 자기가 맡은 역활을 비교적 잘 해낸것 같습니다. (신하균의 경우는 분명 잘 하긴 했지만 더 잘할수 있는 배우였기에 안타까웠구요.)

sweetmagic 2004-10-13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거 엄마랑 마징가랑 보러가기로 해서 님 리뷰 못 봤어요 영화보고 나서 추천! 드릴게요 히히히

플라시보 2004-10-14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그러세요 매직님^^ (마징가란 남동생 맞죠?)

흰 바람벽 2004-10-1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역쉬 안보길 잘한거 같아요. ^^
저도 감독이 곽경택으로만 알고 있었네요. 이런~ (그래서 보면서도 왜 이런 비슷한 영화를 계속 만들어 내는거지 했는뎅.. )

플라시보 2004-10-15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제작사가 친구랑 챔피언 똥깨등 곽경택 영화 제작한 곳이더군요. 대표는 친구에서 선생으로 나온 사람 ('어이 거기 쥐새끼 같은놈 이사가느라 욕본다' 한 선생님요) 이구요. 그 영화사에서는 아예 그런 분위기의 영화만 줄곧 제작하기로 독하게 맘 먹은것 같습니다.^^

마냐 2004-10-17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너무나 예쁜 원빈 만으로 볼만하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줄거리에 따르면, 꼭 그런 식으로 형제의 화해를 유도해야 하나..싶은게 마음에 안들어서...음..여전히 고민중임다.

marine 2004-12-0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보고 친구랑 둘이 그랬죠 "야, 이거 60년대 영화 아니냐?" 그래도 원빈은 정말 멋있죠? 원빈 보고 아무 감정 없었는데 그 영화 보고 감탄했다는 거 아닙니까?
 





도쿄에 있는 휴양지 니키클럽. 역시 일본인들 답게 자연을 자기에게 끌어들이는 것에 능숙하다. 자갈과 물. 그리고 낮은 지붕 때문에 산속에 있는 암자에라도 온 것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실내의 인테리어마저 소박하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실내는 어떤 리조트 못지 않게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시끌벅적한 휴양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딱 좋을것 같다. 나도 휴가때 저런 조용한 리조트에서 그림자처럼 소리없는 서비스를 받으며 책이나 읽고 싶다. 그야말로 노는게 아니라 쉬기에 딱 적합한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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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10-13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자처럼 소리없는 서비스를 !!!! 와~~~~~~저도 데리고 가주세요 ~~~

비로그인 2004-10-14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의 여름 휴가 계획이 말입니다~ (아직 1년 쩝...)
호텔 잡아서 며칠 쉬는 거랍니다. ^^*
니키클럽이니 이건 좀 어렵고
제주도 펜션도 싸다하니 호텔이 비싸면 비행기 타고 븅~하고 날아가렵니다.

플라시보 2004-10-1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weetmagic님 그럴까요?^^

벨님. 저도 매번 휴가 계획을 그렇게 세웠었죠. 사람들이 다 빠져나간 도심 호텔에서 스파나 즐기면서 며칠 쉬자고.. 근데 항상 일이 생기더라구요. 님은 꼭 이루시길^^
 


이 영화는 다른건 다 제쳐두고 다코타 패닝이 어떻게 컸는지가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아이엠 샘에서 대 배우 숀팬의 연기에 전혀 가리지도 않았고 그 카리스마에 눌리지도 않았던 다코타 패닝. 그렇다고 해서 미달이과의 톡 까진 애 답지 않은 애 같은 느낌도 아니었다. 할리 조엘 오스먼트만큼이나 놀라운 발견이었던 다코타 패닝은 다행스럽게도 아주 잘 크고 있었다. (외모로나 연기로나) 아이엠 샘에서 보다 스토리상에서는 분명 중요한 인물인데 출연하는 시간은 많이 줄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그럭저럭 볼만 했다. 하지만 다코타 패닝만 보면 만족이야 하면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영화가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이 자국 이외의 나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뒷골이 땡겼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맥시코 시티에 사는 한 가족이 아이의 경호원을 고용한다. 그러다가 아이가 그만 납치가 되어버리고 범인은 몸값을 요구한다. 아이의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하고 몸값을 약속된 장소에 뒀으나 일이 틀어져서 몸값을 받으러간 범인의 가족이 살해당하고 열받은 범인은 아이를 죽여버린다. 다소 무뚝뚝했지만 아이를 통해 세상을 다시 살아봐야겠다는 용기를 얻은 경호원은 아이를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를 시작한다.

내용으로 보자면 뭐 한 남자의 복수극? 그쯤 될 것이다. 보는 내내 레옹을 떠 올렸을 정도로 아이와 경호원의 관계는 각별하다. 이 영화는 백인 여자아이와 그를 지키는 경호원. 즉 영웅을 흑인으로 설정해서 일면 인종편견을 타파하는듯 보인다. 하지만 배경인 멕시코 시티에 사는 맥시코 인간들은 전부 쓰레기로 묘사 해 두었다. 무식하고 가난한것도 모자라서 잔인하고 엉성하기까지 한 그들을 보면 기도차질 않았다. 흑인 영웅은 너무도 손쉽게 아이를 납치한 조직의 수뇌부까지 들어간다. 그나라 경찰들도 어쩌지 못하고 기자들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조직이지만 우리의 흑인 영웅이자 미국인에게는 누워서 떡먹기 쯤이다. 그도 그럴것이 아이의 엄마는 같은 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록 알콜중독이긴 하지만 흔쾌히 그를 고용했으니까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어야 한다. 딸아이의 아버지인 맥시코인은 그럭저럭 괜찮은 아빠이지만 막상 문제가 닥치니 바보처럼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력자로 나온다.  결국 이 영화는 미국인은 미국인이 지키고 미국인끼리 똘똘 뭉쳐야 한다는 메세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있다. 경호원의 등장으로 이 가족은 맥시코 가족에서 미국인 가족으로 새롭게 재 탄생하는 것이다. 이제 미국은 피부색이 다른건 용서를 했나보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피부색이 달라도 미국인일것.

다코타 패닝과 덴젤 워싱턴은 호흡도 잘맞고 연기도 썩 잘했다. 그래서 하마터면 이 영화가 '유괴
나빠요' 영화로 착각할뻔 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걸 말하려는게 아니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처럼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것은 코믹스 안이건 실제 세상에서건 반드시 미국인이며 미국인일 수 밖에 더 있겠냐는 영화이다. 자국에서 일어나는 숱한 유괴사건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한수 더 떠서 경찰까지 깊숙하게 개입되어있는 썩어빠진 나라. 그 나라의 한 가운데서 우리의 외롭고 고독한 영웅 덴젤 워싱턴은 복수를 시작한다.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복수이긴 하지만 복수라고 부르기에도 뭣할 정도로 너무나 쉽다. (그렇게 잘 도와줄것 같으면 지들이 잡지 왜 저러고 있나 싶을 정도로 멕시코인 경찰간부와 여기자는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 정계와 손을잡고 움직이며, 멕시코인이라면 누구나 그 존재를 알지만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조직을 미국인 혼자서 간단하게 일망타진한다.

이 영화가 결정적으로 나빴던 것은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었다. 멕시코인에게 감사한다는 자막을 보면서 난 진짜 이들이 사람을 가지고 노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너무 무식한 나머지 자기 가족들 외에는 관심도 없고 유괴같은건 소매치기처럼 쉽게 하는 인간들. 다 썩어빠졌다는걸 알지만 도려낼 용기는 커녕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인간들. 거기다 가난하고 비열한 인간들. 그런 인간들이 득시글거리는곳으로 묘사해놓고 제일 마지막에 땡큐 멕시코 시티 한마디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사고는 참 편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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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2004-10-13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면서 뭔가가 불편했었는데, 그걸 이렇게 멋진 글로 표현해 주셨군요
-부리 드림-

플라시보 2004-10-1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별말씀을^^

2004-10-13 1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흰 바람벽 2004-10-15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저 이걸 비싼 돈 주고 봤어요. ㅜㅜ..보고 나서 엄청시리 욕했죠.
하지만 평을 이렇게 멋드러지게 써 주시니 제 속이다 후련해지네요. ^^;;
ㅋㅋ 저도 레옹과 비스무레 하다 생각했는데.
것도 마지막 자막 올라가는거 보고 발끈해서 더 욕 나왔잖아요. 흐미~

플라시보 2004-10-15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돈 아깝다 정도는 아니었지만 속에서 뭔가 울컥 하긴 하더라구요. 대체 미국의 자국 우월주의는 어떤걸로도 멈출수가 없는가 하는 생각만 들더군요. 특히 자막. 정말 헉겁했습니다. 이것들이 누구 놀리나 싶었고 제가 만약 멕시코인이었다면 심한 모멸감을 느꼈을것 같아요.

마냐 2004-10-17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플라시보님 감상이 저와 비슷해서 넘 반갑고 고마운거 있죠? ^^
 


나는 파란색을 정말 미치게 좋아한다. 파란색은 흰색과 섞어놓으면 깨끗해보이고 검은색과 매치를 하면 도회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왼쪽 첫번째 사진에는 문이 주목할만 하다. 우리나라는 방문하면 무조건 원목 질감이 살아있는 나무색. 간혹 체리목처럼 짙은색이 주를 이루는데 저렇게 파란색으로 칠해놓으니 무지하게 이쁘다. 오른쪽 파란색 타일은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멋지구리하다. 파란색은 역시 끝내주는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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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0-1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화장실이 저색입니다. 변기가요^^

플라시보 2004-10-1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우리집에도 저 색 있습니다. 변기 속 물 색깔요..흐흐

니르바나 2004-10-1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에도 파란색 좋아하는 사람이 한 분 계십니다.
확실히 좋아하니까 선물마련할 때 참 편해요.
옷색깔은 선택에서 제외해도 되니까요.
그게 어딥니까.

플라시보 2004-10-12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파란색 좋아한다고 그렇게나 광고를 했었는데 선물로 파란색으로 된 무언가는 한번도 못 받아본것 같네요. 늘 환장한 제가 스스로 구입할뿐^^

nugool 2004-10-12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언젠간 응용해봐야겠습니다. 특히 화장실.. ^^

mannerist 2004-10-13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타일에 물때 껴도 잘 안보이겠군.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_-;;;;;

나중에 집장만하면 매너 서재는 검정으로 도배할겁니다. 바닥도 벽도 천장도. 그러자면 전에 제 공간박스부터 검정색으로 칠해야 하겠죠. ㅎㅎㅎ

플라시보 2004-10-13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 꼭 응용하시고 사진 박아서 올려주시길^^

매너님. 후훗. 제가 노리는것도 바로 그점입니다. 제 욕실 타일은 흰색인데 유광이 아니라 무광 타일이거든요. 어찌나 물때가 잘 끼는지.. 아 그리고 검정색으로 다 하려면 공간이 무지 넓어야겠습니다. 많이 축소되어 보이잖아요.^^

sweetmagic 2004-10-13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색이라.... 먼지 닦아내느라 정신 없겠군여....
전 때 안타는 색 할랍니다 ~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