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라는 말이 이전에도 자주 언급되었었나 싶을만큼 요즘은 아이돌 노래가사에도 ‘광야‘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만큼 팬데믹 시대에 비대면으로도 충분히 소통하는 듯 하지만결국 우리 모두 혼자라는 외로움과 싸우며 광야 한복판에 서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이규현 목사의 <광야, 창조의 시간>은 광야라는 것이 반드시 지리적인 장소를 뜻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스스로 용기를내어 광야에 들어가 주님에게 온전히 자신을 내맡겨 본 사람만이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원하지도 않았는데 광야에 던져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목사는 이렇게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서 혼자일 수 있는 그 시간이야 말로 우리에게는 기회이며 그 기회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가만히 있다‘란 ‘잠잠히 있다‘라는 뜻이다. 자아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죽여야 한다. 욕망이 다그치는 아우성을 잠재워야 한다. 욕망이 들끓는 소리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147쪽

홀로있을 때 우리는 자신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는데 그것이 너무 괴로워 일부러 혼잡한 사람들속으로 들어가려고 애쓸때가 있다. 문제는 그렇게 걸어들어간 사람들 틈에서 여전히 외롭다고 느낄 뿐 아니라 자신과 소통하고자 하는 사람들마저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며 경청은 커녕 오히려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목사는 민낯을 두려워 하지말고 주님앞에서 그대로 내보이며 약한 것을 고백하고 잘못한 것은 용서를 구하며 철저하게 비움으로써 채우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을 다 비우고 나면 주님의 사랑과 말씀으로 더이상 틈이 없을 만큼 완벽한 채움, 자유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드러내고 싶은 허영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높아지고자 하는 자아 숭배적 교만은 암 덩어리와 같다. 사람들이 상처를 잘 받는 이유는 병적인 자존심 때문이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깊은 열등감에 허우적거린다. 235쪽
다른 사람들의 좋은 것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응원하며 나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분명 그것은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신앙생활의 갈급함을 해결하기 위해 성서모임을 갖고 종교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것 역시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활동하는 것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이롭다. 하지만 주님과 완벽하게 함께할 수 있고 임재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는 다름아닌 철저하게 혼자있을 수 있는 광야에서만이 가능하다. 혼자 잘 있을 수 있을 때 부부가 되어도 잘 살 수 있다는 말은 단순히 결혼에 있어서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을 통해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광야라는 곳은 단순히 힘들어서 광야가 아니고, 빨리 탈출하고 싶다고 애원하는 것이 무의미하며 무엇보다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면 결국 다시 광야로 되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기 전 내 삶은 왜이렇게 광야의 반복인가 싶었는데 아직 주님이 원하시는 만큼, 원하시는 모습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내 멋대로 도망치거나 다른 것에 눈을 돌려 마치 광야를 모르는 척, 잊은 척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혼자라는 기분에 지독하게 외롭고 힘겨운가. 광야가 자꾸 반복된다고 느끼거나 신앙생활이 무료하게 느껴지는가. 아니면 스스로 헛된 것인 줄 알면서도 우상이나 중독현상을 보이고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주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빚어질 때, 바로 그때를 기다리며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친절하게 안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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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 -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 팬데믹 시리즈 2
슬라보예 지젝 지음, 강우성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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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의 <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는 팬데믹을 철학적으로 사유해야 하는 이유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좀 더 간결하게 이 책을 정리하고자 하면 책의 뒷표지에 적힌 다음의 내용을 기준으로 읽으면 좋다.


지젝과 함께 읽는 포스트코로나

마스크를 쓰지 않을 권리와 코로나바이러스 음모론
생산수단을 휴대하는 노동자와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기업
체계적인 인종차별과 그에 맞서는 광범위한 항의 시위
비대면 사회를 지향하는 ‘스크린 뉴딜 정책‘과 삶의 디지털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프로젝트‘와 포스트휴먼의 미래
두려움보다 심각한 피로감, 그리고 정신건강의 위기

위의 내용을 토대로 했을 때 책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마스크를 쓰는 것이 심각한 자유침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고 여기에 더나아가 코로나바이러스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우리가 언론과 의료진에 의해 듣고 있는 상황만큼 심각하지 않다라고 보는 견해로 전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해당한다. 그는 코로나 확진 이후에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차안에서 창문을 내려 자신의 건재를 당당하게 보여주었다. 두번째 생산수단을 휴대하는 노동자와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기업이란 과거 탄광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사고발생시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안전모 착용을 스스로 거부했는데 안전모 구입비용을 직접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코로나를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대책이라고 했을 때 마스크 품귀현상을 떠올릴 수 있다. 당장 생업을 위해 일터로 나가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자비로 충당할 수 밖에 없었고, 심지어 유럽의 북부에서는 수확해야 할 양이 늘어 썩어가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집단감염으로 인해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 세번째, 이런 팬데믹 시대에 곳곳에서 일어나는 시위를 곱게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팬데믹 이전에도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직간접적 피해를 역으로 호소하며 시위를 불편해하던 사람들이 비대면시대에 시위는 정신나간 행위라고 간주하는 경우도 많다. 지젝은 말한다. 코로나가 하찮게 여겨질만큼 생존권을 위협받는 사람들이 있고, 팬데믹은 오히려 이를 겉으로 들어나게 하는 촉발제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우리는 또한 팬데믹이 서로 다른 계급(가난한 사람들이 훨씬 더 충격이 크다)과 인종(미국에서는 흑인과 라틴계가 훨씬 더 고통을 겪는다)과 성(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영향을 받는다)에 어떻게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지.... -중략- 특히 전쟁, 빈곤, 굶주림, 국지적 폭력 등으로 상황이 너무나 안 좋아서 팬데믹이 사소한 악의 하나로 취급되는 나라들도 항상 유념해야 한다. 158쪽

경제적으로 부족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팬데믹을 관망하거나 오히려 부를 축적하는 기회로 삼지 못한 서민이자 여성인 내게 팬데믹은 지젝의 지적처럼 초기에는 비대면으로 인해 공동체 활동보다 개인 활동에 치중하는 잠시 멈추는 시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확진자의 수가 급증한 요즘 가정보육이 너무나 당연히 되고 그로 인해 불거지는 불편은 여성인 내가 오롯이 감수해야한다. 물론 이런 불편함은 앞서 언급한 인종과 지역으로 인해 차별받는 이들에 비하자면 어쨌거나 내게는 팬데믹이 커다란 이슈이니 불평할 만한 상황은 못될 것이다.

네번째, 비대면 사회를 지향하는 ‘스크린 뉴딜 정책‘과 삶의 디지털화란 사람들의 외출을 최소화하고 모든 것을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것으로 이런 경우 배달하는 운전자와 시스템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이 보는 스크린에 의해 우리의 삶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것이다. 혜택을 많이 보는 사람일수록 그만큼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으로 이어지는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프로젝트‘와 연결지으면 그가 말하는대로 우리가 언어로 소통할 필요없이 이미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으로 지젝의 경고처럼 이런 시스템이 가동된다면 우리의 머릿속이 이미 누군가에 의해 지배당할 수 있고 그렇게 지배당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그가 예로 들은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을 두고 우리가 당연하게 ‘빨간약‘을 먹었다고 생각하는 행위가 결국 사기업의 이익경제 구도에 현혹된 채 파란약을 빨간약으로 착각하고 복용하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두려움보다 심각한 피로감으로 인한 정신건강의 위기에서 지젝은 대타자를 언급한다. 팬데믹 시대에 가장 아쉬운 것이 무엇일까.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하던 행동을 더이상 할 수 없다는 사실과 더이상 이전처럼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서 오는 스트레스일 것이다. 퇴근길에 선술집에 들르는 것, 동네 친구를 만나 가볍게 수다를 떠는 것 모두가 감염을 확산시키는 행위로 간주되는 지금 우리는 지금 이시기를 어떻게 거쳐가야 할 지를 생각해야 한다. 전에 읽었던 아트스피치 김미경 대표의 <리부트>에서도 유사한 내용이 들어있는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이란 부분이었다. 만약 여전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팬데믹 시대의 종말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직 철학적 사유를 하지 못한 것이다.

진정한 변화에 이르는 길은 오로지 우리가 시스템 내에서의 변화에 대한 희망을 버릴 때 열린다. 이것이 너무나 ‘급진적‘인 주장으로 느껴진다면, 오늘날 우리의 자본주의가 비록 정반대의 의미이긴 하지만 이미 변화하고 있음을 상기해보라. 151-2쪽

사실 지젝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으로 이 책을 접했지만 나조차 팬데믹 시대를 단순하게 시간이 흐르고 나와 너를 포함, 사회전체가 일시적으로 조금 불편하기만 하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 팬데믹 시대는 누구의 말처럼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지젝의 주장처럼 자본주의의 폐해를 직시하는 것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고 혹은 모두일수도 있다. 철학적으로 사유했을 때 비로소 올바르게 볼 수 있다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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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릿속에서 나오라 - 생각의 공격, 그리스도인의 해법
제니 앨런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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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묻고 싶다. 당신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가? 다시 말해, 당신이 아침저녁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68쪽

수개월간 사탄의 공격에 시달린 저자는 주님을 믿는 사람이라면 생각의 변화만으로 충분히 매순간 우리를 공격하려는 사탄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살면서 수많은시련이 찾아오는 데 그 순간마다 주님께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거나 어두운 방에 갇혀 부정적인생각에 사로잡힌 상태로는 벗어날 수 없다. 물론 주님을 믿는다고 갑자기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경우처럼 신실한 지인의 도움을 받거나 전문인 혹은 공동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데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주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경우보다 혼자 해결해보거나 두려움과 불안함, 이 또한 사탄의 계략으로 주님앞에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게 만든다. 사탄이 싫어하는 것이 바로 변화이며 열린 마음이다.


˝내 문제를 뭐하러 굳이 사람들에게 얘기해.˝
˝나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어.˝
사람들에게 말해 봐야 좋을 게 없어.˝


우리는 주님앞에 모두 작은 존재이며 단1초 앞의 일도 우리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반문한다면 이미 자신이 주님처럼 전지전능하다고 착각하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사탄이 주님의 능력을 오해하고 곡해하도록 우리를 괴롭혔다는 또 다른 증거와 같다.



˝하느님이 너희 아버지였으면 너희가 나를 사랑하였으리니 이는 내가 하나님께로부터 나와서 왔음이라 나는 스스로 온것이 아니요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이니라 어찌하여 내말을 깨닫지 못하느냐 이는 내 말을 들을 줄 알지 못함이로다 요 8:42, 43


우리는 그때 그때 문제를 해결할 능력은 없지만 주님의 자녀로서 우리의 감정과 방향의 키를 주님께 넘겨드리도록 선택을 할 수 있다 저자가 반복적으로 우리에게 아주 빠르고 간단하게 사탄과의 싸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하는 주된근거도 주님께 맡겨드린다는 선택만큼은 우리가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럴 수 있도록 우리는 숨쉬는 것을 포함해 거저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 주신 것들에 대해 감탄하는 마음, 이 세상이 아닌 하늘의 것을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를 공격했던 생각들은 다음과 같았다.


질병의 악화, 어둡고 우울한 표정이 지속될 거란 두려움,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제는 저자의 말대로 내게는이 모든 것을 떨쳐낼 수 있는 방법, 주님에게 오롯이 맡겨드리겠다고 선택할 수 있음을 안다. 내가 편안한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내게 주신 시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길 주님께서 원하는지를 차분하게 들으며 인간의 기준이 아닌 주님의 기준으로 하루하루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물론 당장 쉽게 변화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사탄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빠르게 깨닫고 이전보다 더 빨리 주님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거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러니 혹 지금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면 우선 이 책을 읽고 현재의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며 답을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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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
심선혜 지음 / 판미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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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보다 나를 걱정하는 사람, 나 대신 죽을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이 엄마라는 걸. 다큰 어른이 되어서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서도 엄마가 필요하다는 것을. 59쪽



작년 봄 몸이 많이 아팠다. 돌도 안된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가서 봄과 여름을 지냈다. 감사하게도 돌잔치를 한달 보름 남기고 몸은 빠르게 회복되어 코로나로 인해 축소되긴 했어도 무사히 잔치는 치를 수 있었지만 누워지내던 4개월의 고통과 심경의 변화는 지금껏 이어져온다. <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책을 읽기전에 이미 암투병 후 자신이 느꼈던 것과 깨달은 내용들이 담긴 에세이를 읽으며 가족들조차 환자만큼의 고통을 느낄수도 그래서도 안됨을 공감했었다. 여기에 한가지 더 심선혜 저자가 말해주는 것은 질병이나 이와 상응하는 시련에 앞서 평소에도 나 자신을 잘 돌봐줘야한다는 내용이었다. 환자라서 신경써주고 이해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막내딸처럼 돌봐주는 것‘ 말이다.



먼저 육아서 말고 내가 진짜 읽고 싶은 책을 읽었다. 아프고 나서 부쩍 몸과 마음의 치유에 관심이 많아져서 관련된 책을 찾아 읽었다.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지난해에는 심신치유전공으로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리고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던 책 쓰기도 시작할 수 있었다.

182쪽

나를 돌본다는 것은 나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다. 평소에 감정표현이 서툰 남편에게 이해를 구하기보다 내가 나를 이해했듯 내가 먼저 남편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저자처럼 그렇게 나를 위해 상대를 배려해주고 육아에 있어서는 안된다고짜증내는 아이에게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함께 답을 찾아가면서 화부터 낸 후 찾아오는 자괴감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과 별차이가 없어보이지만 기준이 ‘나를 위해‘라고 정해두는것이 중요하다. 저자의 말처럼 친정엄마라도 때로는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속상해질 때가 있는데 지나친 걱정과염려가 오히려 상대방의 의향을 무시해버리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투병중인데 어떻게 이런 내용들을 글로 쓸 수 있었을까 싶다가도 글로 쓸 수 있었기에 오히려 잘 버텨낼 수 있었다는 말에 마음이 울렸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찾아오지만 그 시련을 기록하며 객관적으로 때로는 오롯이 나의 마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을지는 자신의 몫일 것이다. 암에 걸린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을 ‘막내딸처럼‘ 돌볼 수 있게 된 저자가 마음만큼은 이전보다 몇 배 더 건강해졌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독자인 내게도 건강한 기운이 전해지니 말이다.


해당 도서는 리딩투데이 선물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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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쓰레기를 그만 버리기로 했다 - 어렵지 않게 하나씩! 처음 시작하는 제로 웨이스트
케이트 아넬 지음, 배지혜 옮김 / 미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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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란 자신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찾는 과정이고 ‘제로‘라는 단어는 노력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7쪽

며칠 전 음식물을 포함한 쓰레기봉투를 구매하려다가 자연분해가 가능한 봉투를 구입하며 나름 뿌듯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책 <이제 쓰레기를 그만 버리기로 했다>를 읽기 전까지는 환경을 위해 조금씩 실천해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자연분해 되는 봉투가 그렇지 않은 비닐봉투보다야 낫겠지만 결국 자연분해 봉투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자연분해 되는 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이용하고 있다길래 다음에는 나 또한 종이봉투를 구매할 수 있는지 찾아볼 생각이다. 이 책의 활용은 바로 이런 방식이다. 내가 모르고 오해하는 어렵기만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좀 더 수월하게,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환경과 취향에 맞게 실천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먼저 실천한 선배로서의 경험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특히 제로웨이스트라고 하면 미니멀리스트처럼 거의 대부분의 물건을 비우고 살아야 한다고 착각하거나 육류를 포기하고 비건으로 살아야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얼마전 읽었던 환경관련 책들에서도 알려준 것처럼 육류를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동물을 기르는 데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도 꼭 필요한지 깊이 고민해보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없어도 생활 할때 불편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아예 물건을 들이지 않는 것이 환경에 더 도움이 되면서 가장 저렴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79쪽

한 때 환경을 위한다며 텀블러와 에코백을 잔뜩 사들인 적이 있었다. 사기도하고 물건을 사고 공짜로 받기도 하다보니 소장하고 있는 에코백과 텀블러 갯수가 수십개에 달했다. 이게 과연 환경을 위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을 늘이고 공짜 에코백과 텀블러를 받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지출했을 뿐이다. 서두에 게재한 발췌문을 보면 알겠지만 생활 습관을 바꾸는 기회와 시작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받아들인다면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구체적으로 총 6주 플랜을 제시하는데 1주차에는 버리기와 거절하기 2주차에는 재사용과 대체품 3주차에는 욕실과 위생용품 4주차에는 청소와 청소용품 5주차에는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보고 마지막 6주차에는 가장 고난이도의 썩히기와 대응하기인데 이중에 몇 가지를 좀 더 이야기해보자면 3주차는 나보다 우리 남편이 읽어봐야 하는 내용이었다. 청소에 소질이 있다고 표현하는게 맞는지는모르겠지만 화장실과 주방 그리고 집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해주는 고마운 남편이지만 독한 세정제와 갯수가 지나치게 다양한 제품을 쓰는 것이 늘 아쉬웠다. 책에서는 갯수를 줄이고 환경을 덜 오염시킬 수 있는 세정제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해 전달해준다. 6주차가 가장 고난이도라고 했던 것은 음식물이나 애완동물과 관련해 퇴비를 직접 만드는 것인데 좀 더 찾아봐야겠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도심 아파트와 같은 곳에서 퇴비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주의할 점은 고양이의 경우 배설물을결코 변기에 흘려보내거나 땅에 묻어서는 안된다. 분해되지 않을 뿐 더러 수달이 먹을 경우 아주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혹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다면 해당 내용을 좀 더 주의깊게 읽어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념일과 여행과 관련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이 유용했는데 코로나시대에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기념일 챙기기와 여행일 것이다. 저자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일 년 중 크리스마스 시기에 가장 많은쓰레기가 나온다고(본문 188쪽)할 정도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선물 등 일회용에 그치는 것들이 많은데 저자가 알려준 선물포장 방식 중 굳이 포장을 하지 말고 등 뒤에 숨겼다가 ‘짜잔‘하라는데 웃음이 나면서도 아이에게는 꽤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하면 신문지 활용도 가능했는데 이때 사용할 면의 헤드라인 기사를 꼭 확인하라고 했다. 왜냐면 저자의 어머니가 포장한 신문지의 기사가 가족보다 보내는 크리스마스보다 돈이 더 좋다라는 내용이 실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비행기에 탑승시 알게 모르게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경고도 인상깊었다.

소소하게 위트있는 저자의 글이 맘에드는 여러 순간 중 하나였다. 이처럼 어렵지 않게 바로 그리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전해주는 이 책을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지금 내 생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 소비 생활에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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