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배가 조금 아프거나 날씨가 쌀쌀할 때면 설탕 녹인물을 조금씩 마셨던 기억이 난다. 엄마의 마법과도 같았던 그달달한 물을 성장하며 약이나 차, 코코아 그리고 커피등을 마시면서 조금씩 잊고 살았다. 대신 시럽이 듬뿍 묻혀진 정과류와 도너츠 등을 신체적, 심리적 기운이 떨어졌을 때 ‘당 떨어졌어‘라며 먹고 있기에 <조선셰프 서유구의 과자 이야기 2>의당전과, 포과편이 정말 반가워 읽고 싶었다.
이 귀한 설탕을 얻는 방법은 사탕수수를 재배해야 가능한 것인데 안타깝게도 조선시대에도 제대로 된 사탕수수 재배가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책에서도 여러차례 언급되는 것처럼 좋은 식재가 있음에도 정작 설탕이 없어 제대로 조리되지못하고 보관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설탕이라고 하면 요즘에는 살을 찌우는 것, 당의 수치를 높여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각종 차나 청을 만들 때에도 설탕은 반드시 필요하다. 연근 조림도 설탕을 넣어 조리하는데 책에서소개된 방식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수비드 조리법과 유사한 방식이었다. 천천히 밀봉 상태로 조리하면서 설탕이 재료에찬찬히 그리고 깊게 잘 배어 향과 맛이 그윽하다고 한다. 평소에 빠르게 조리하여 청을 넣거나 꿀 등을 입혀 반짝 반짝 윤이 나게 만드는 방법과는 조금 다른 방식인 것이다. 앞서 어릴 적 엄마가 타준 설탕물을 아프거나 서늘해지면 마셨다고 했는데 실제 설탕이 과거에는 약으로 쓰였다는 이야기가 책에 나온다.
옛날에는 설탕이 약으로 쓰였다. 비위를 상하게 하거나 몹시 쓴 약을 먹은 다음에는 입가심용으로 설탕을 먹었다. 소화가안될 때도 설탕을 먹었고 심지어 배가 아플 때나 피곤할 때도 설탕을 물에 타먹었다. 93쪽
입이 심심할 때 흔하게 찾게 되는 것이 오징어, 육포 등인데 과일 또한 말려서 포로 먹을 수 있는 방법도 소개되어 있다. 흔히 변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먹는 말린 자두 푸룬은 이건(자두)방으로 불리는데 자두 보다 더 끌리는 레시피는 다름아닌 살구 였다. 살구를 참 좋아하지만 과육 자체가 워낙 부들부들 해 보관이 어려운 데 행포(살구)방으로 만들면 보다 더길게 즐길 수 있다. 행포방 또한 이건 방처럼 변비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 빛이 말린 자두 보다 환하고 고와 고명으로 사용하기에 훨씬 더 활용도가 높아보였다.
설탕과 관련된 조리법 중 가장 익숙한 것은 다양한 과일을 활용한 청으로 담그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면유자청이 간절한데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유자를 청으로 담그는 것이 대표적인 것이 오히려 유자에게는 미안한 일이라는 것이다.
<정조지>와 <규합총서> 속에 있는 조리법만 봐도 지금보다 쓰임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자 껍질과 속을 꿀에 조려 정과를 만들거나 전복 김치에 유자를 채 쳐 넣어 귀한 전복에 향을 더했다. 동치미에도 유자를 통째로 넣고 나중에 썰고 국물에 꿀을 타고 석류에 잣을 뿌려 먹으면 맑고 산뜻하여 맛이 좋다고 했다. 243쪽
부유의 상징이기도 했다는 설탕은 몇년 전 정제 방식에 따라 더 좋고 나쁨이 있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흔히 흑설탕이 백설탕보다 더 좋다거나 둘다 어느 정도 수고가 더해지므로 갈색 설탕이 가장 안전하다는 내용들이었다.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덕에 달고나가 유행하면서 설탕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시점, 설탕을 이용한 다양한 과자와 청을 옛방식에 현대의 기술을 더한 이 책을 보며 조리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