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맥콘빌은 자신과 가족이 낯선 나라에 있는 이방인들인 것처럼 느껴졌다.25 동벨파스트에서 극히 가톨릭적이라는 이유로 추방당한 그들은 서벨파스트에서도 극히 개신교적이라는 이유로 국외자였다. 집에 낙서가 칠해진 뒤, 그나마 몇 안 되는 동네 친구들은 그들과 더 이상 어울리고 싶어하지않았다. 가는 곳마다 적대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 P80

죽음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있었다. 딸 헬렌은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 "꼭포기한 사람 같았어요. 진은 침대에서 나오고 싶어하지 않았으며 담배와 약으로 연명하는 것처럼 보였다. 벨파스트의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진정제와안정제인 "신경안정제를 쉽게 처방했기에 그중 많은 이들이 정신이 멍하게나가 있거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울부짖곤 했다. 북아일랜드는 영국 연합의 다른 어떤 곳보다도 안정제 복용률이 높았다. 요즘 시대에는 그러한 질환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칭할 터이지만 당대의 한 책에서는 그것을 가리켜 "벨파스트 증후군"이라고 불렀다. "적이 쉽게 식별되지 않고 폭력이 무차별적이고 임의적으로 발생하는 곳에서 끊임없는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는 결과로 생긴 고질병이라고 했다. 의사들은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불안증 유형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거리에 나와 있는 주체의식을 가진 적극적 - P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래곤 하이
강산 지음, 브러쉬씨어터 원작 / 올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이야, 안녕!

만약 내 아이가 말을 할 줄 알았다면 하이와 인사를 시켜주고 싶다. 하이야, 안녕! 하고.

용처럼 머리에 뿔을, 꼬리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 하이는 자신이 진짜 용은 아닐까 고민한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으로 상처를 받았기도 했지만 자신과 같은 '동지'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런 하이에게 귀여운 외모에 똑똑하기도 한 동생이 있다.



오빠 하이의 걱정을 무시하거나 덮어놓고 위로하기보다 진짜 용의 나라가 어디있는지 함께 고민하고 용의 나라로 향하는 여정에 동행하길 원한다. 그림책을 읽을때면 아이에게 들려주고픈 내용도 있지만 <드래곤 하이>는 나이와 성별 상관없이 스스로 외톨이라고 느끼거나 지나치게 특별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전한다. 이런 내용적인 면을 떠나 그림만 봐도 색감이 풍부해 글자 없이 이미지만 봐도 아이와 함께 '이 장면은 무얼하고 있는걸까?', '하이와 아이 중 누가 더 용과 비슷한 것 같아?' 혹은 재주 많은 용들을 주제로 어떤 특기, 재주를 갖고 싶은지를 물어보며 나눔활동하기에도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그림으로만 보던 이야기를 뮤지컬로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단연 돋보인다. 이야기가 현실로 보여질 때 아이에게는 더 많은 상상과 감동을, 자녀를 둔 부모나 교육자들에게는 좀더 효율적인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과는 다르지만 고민을 나눌 수 있고, 또 진짜 용을 찾으러 떠나는 용기있는 아이, 하이. 아이가 하이처럼 조금은 다른 외모의 친구를 만났을 때 이상하다고 느끼기보다는 그 친구가 가진 특별함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싶을 때 어렵거나 지루한 말대신 <드래곤 하이>를 함께 읽고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라운드 업 - 스타벅스 하워드 슐츠의 원칙과 도전
하워드 슐츠.조앤 고든 지음, 안기순 옮김 / 행복한북클럽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과연 무엇일까. 하워드 슐츠와 조앤 고든의 <그라운드 업>을 읽기 전에는 수익금의 일부를 불우이웃을 위해 내놓는 것, 소외계층의 경제적 지원 및 배움의 기회를 열어주는 것 등 상당히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 이 책의 저자 하워드 슐츠 는 커피를 좋아하거나 소비의 영향력을 미치는 여성들의 모임장소 스타벅스의 굉장한 부유한 사업가 정도 였다. 그가, 또 그가 수장으로 있었던 스타벅스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기 전에 책에는 하워드 슐츠가 자라온 환경과 배경, 어쩌다 커피회사에서 재향군인들의 손을 잡아주고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펼치게 되었는지를 결코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담고 있었다.


우선 이 책을 한 기업의 CEO가 아닌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자선사업가의 성공기로 자기계발서 등에서 흔히 접하던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가난한 집, 폭력적인 아빠를 피해 책으로 도피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실제 하워드 슐츠의 이야기였고, 그런 과거를 결코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가정사에 잠을 거의 안잔것 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던 어머니의 노고와 안타까운 사연도 기억에 남는다. 겨우 한 아이의 엄마인 나도 밤잠을 설치고 늘 잠이 부족하기에 어머니의 역할과 그 영향력 또한 놀라웠다. 앞서 안타깝다고 했던 것은 그런 헌신적인 어머니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그의 자녀들과 아내에게는 조용하고 세심한 모습이 아니라 폭력적이고 소란스러운 모습으로 기억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 역시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안타까운 청년 중 한사람이었다는 사실이 전쟁을 모르면서 군인을 함부로 말하고 쉽게 단정지어 말하는 목소리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깨달았다. 군인들의 희생과 트라우마를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보고 또 실천하는 모습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내가 방안에서 가볍게 생각한 것이상이며, 또 그렇게 가능한 일들을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외면하고 있는지 안타까웠다.


두꺼운 책속에는 그가 살아온 삶과 동시에 그가 일으켜 준 삶들, 그와 함께 일어나 행동하는 삶들이 사진과 함께 등장한다. 최근에 읽었던 소설과 에세이들은 세대를 되물림할 수 밖에 없는 가난과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교육과 주변사람들의 관심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는데 그 관심을 기업이 나서서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기적을 하워드 슐치가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돈의 힘을 결코 간과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는 돈에 종속되고 지배되기 보다는 그 돈의 힘을 선하게 이용할 줄 알았다. 책을 읽을수록 자주가는 카페의 CEO가 아니라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인생선배로 느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왜 마음이 약할까? - 마음에 상처받지 않는 법
조관일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스로 마음이 약한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불편해도, 불공평해도 참을 수 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렇게 다독이면서도 결국 '마음약한 내 탓'이라는 자괴감을 피할 수는 없었다. 아마 이런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진짜 나만은 아니라고 <나는 왜 마음이 약할까?>의 조관일 저자가 말해준다. 너만 그런거 아니다란 말만큼 큰 위로가 어디있겠는가. 책의 내용 중 1/3은 약한 자신을 탓하지 말라는 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쌩떼 부리듯 약한 마음을 이용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대항하는 방법을 1/3, 나머지는 마음이 약했지만 놀라운 성과를 내거나 위업을 쌓은 유명인들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우선 이 책은 독설로 사람을 괴롭히거나 그냥 약한 것이 내 천성이니 수긍하며 살라는 식의 내용도 아니란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사실 처음에는 지나치게 마음이 약한 사람들을 위로해주고 유명인사들 중 몇몇 이야기를 언급하는 듯 느껴졌지만 약해져서는 안되는 때와 강해져야 할 때를 분명하게 짚어주고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직접 정치권에 들어섰을 때의 일화를 통해 선의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주었을 때였다. 선거철이면 정당에서 헐뜯고 비난하기에 급급한 모습이 늘 불만이었다. 자기의 소신과 공약만 잘 알려주면 좋겠는데 왜저렇게 비난하지 못해 안달일까 싶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정치권 상황을 알게 된 것이다. 비난이 싫다면 아에 문을 걸어잠그고 방안에만 들어 앉아 SNS도 하지말아야 하는 이 시대에 도대체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을까.


너튜브의 EBS라고 불리는 저자의 채널에도 뜻모를 비난과 입에 담기 험한 수준의 욕설이 올라온다고 했다. 나처럼 마음이 약한 사람이 SNS를 할 수 없는 이유를 제대로 잘 보여주는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페이스북을 비롯 테크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자녀들에게 결코 스마트폰을 이른 시기에, 또 장시간 허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SNS가 좋은 점보다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리라. SNS는 하고 싶지만 비난은 싫고, 자랑은 하고 싶은데 소심한 사람들, 혹은 정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담겨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스 룸
레이철 쿠시너 지음, 강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토커를 죽였다. 하지만 죽였다는 사실만 인정될 뿐 '왜'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검사도 판사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의 변호인 조차 불인정이 형량만 늘릴 뿐이라며 자백을 강요했다. 그렇게 로미는 스토커를 죽인 그 날 이후 어느 것 하나 맘대로 소유할 수 없었고 어느 한 사람 조차 마음대로 볼 수 없었다. 심지어 자신이 낳은 아들 잭슨까지도.


마스 룸에서 스트립댄서로 일하는 로미는 베트남참전용사 출신의 커트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다. 전화번호를 바꿔도 그는 어떻게 알아냈는지 또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그녀를 뒤쫓아 오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쑥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그를 피해 아들과 함께 이사를 했지만 그곳까지 그가 들이닥쳤을 때 로미는 더이상은 그를 봐줄 수가 없었다. 이런 자세한 내용이 이야기에 맨 앞에 위치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스 룸의 저자 레이첼 쿠시너는 그렇게 간단하게 상황을 알려주지 않는다. 뿐만아니라 서두에 말한 것처럼 억울한 누명벗기기에 초점을 맞춘 것도 아니었다. 스티븐 킹의 추천사처럼 영리한 작가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미 로미가 재소자가 된지 2년이나 흐른 뒤였다. 더군다나 그녀는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그것도 37년후에나 가능한 그 심사의 기회마저 동료 재소자의 출산을 돕느라 날려버렸다. 답답한 상황속에서 그녀가 들려주는 그녀의 유년시절, 동료 재소자들의 과거 이야기를 듣다보면 여러가지 생각이 오고간다. 샌프란시스코의 서민들은 중국계 미국인 그리고 가톨릭계 아일랜드인들이 주를 이룬다. 그들은 백인들의 조소와 뜻밖의 배려를 동시에 받으며 살아간다. 경제적으로 부를 이뤄 자식들 세대만큼은 형편이 나아지는 경우도 있고,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로미는 안타깝게도 앞의 두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다. 빈민가의 아이들 답게 밥보다 약을, 보호와 규제보다는 방임과 방치에서 성장했다. 저자는 교육의 중요성과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려고 이 소설을 쓴 것은 아니다. 재소자들의 인권을 위해서만도 아니었다. 오히려 로미와 그녀의 아들 잭슨을 떼어놓는 법의 역할이 못마땅할수록 교관들의 말이 더 와닿았다. 아들을 그렇게 걱정했다면 그런 짓을 저지르면 안되었다는 말. 그 말들이 반복적으로 나오면서 처음에는 로미의 억울한 사정을 모르는 교도관들이 잔인하게 느껴졌다. 제대로 변호하지 않았던 존슨의 변호사도 마찬가지였다. 로미의 말처럼 그녀를 이토록 괴로운 상황에 놓이게 만든 것은 그날의 사건이 아닌것 같다. 


표지와 책소개를 통해 내용을 잠시 보았을 때 이 억울한 재소자 로미가 어떻게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 혼자 남게된 아들 잭슨은 어떻게 엄마없는 세월은 견뎌낼지 궁금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에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만약 역자의 말을 먼저 보았더라면 좀 더 많은 생각과 넓은 시각으로 읽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평소라면 역자의 후기, 특히 문학일 경우 더더욱 본문이 끝난 후 순서대로 읽기를 권했겠지만 이 책 만큼은 그런 이유로 역자후기를 먼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강도에게 호감을 보인 배우의 이름을 자신의 딸에게 붙여주었다는 로미엄마의 이야기가 결국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만 무엇에 흥미를 느꼈는지가 각양각색일 것 같다. 진짜 영리한 작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