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혼주례를 했습니다 - 가정법원 부장판사의 이혼법정 이야기
정현숙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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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혼주례를 했습니다

#오늘도이혼주례를했습니다 #정현숙 #푸른향기 #결혼 #도서협찬

이혼하고 싶어서 <오늘도 이혼주례를 했습니다>를 읽은 건 아니었다. 그냥 가족과 지인을 제외하고, 신문에서 만나는 극단적인 경우들을 제외한 경우가 아니라면 어떤 이유로 이혼을 생각할까, 혹은 어떻게 이혼하지 않고 다시 결합할 수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조인들이 흔히 쓰는 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라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리와 구체적 타당성을 두고 이틀여를 고민하다 마음의 결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AI 판사였다면 고민도 없이 법리대로 기각판경을 했겠지만, 나는 AI가 아니지 않은가. 60쪽

그렇다고 판사인 저자가 법리를 따르지 않고 감정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랬다면 이 책을 쓸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전에 판결된 사항이나 사건에 대해서도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텐데’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따뜻했다. 이혼으로 상처받을 아이들을 떠올리는 모습, 일을 마치고 귀가 후 자신을 웃으며 반기는 아이를 보며 그렇지 못했을 아이들을 염려하는 모습에서 하세가와 요시후미의 그림책 <내가 라면을 먹을 때> 가 생각났다. 서두에 적은 것처럼 내가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책을 읽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는 부모의 다툼으로 아이가 울고 있으리라는 것을 저자 정현숙 판사가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이혼 부부가 서로 죽도록 미워하며 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식을 위해 사랑하면서도 헤어질 수 밖에 없는 부부가 정말 있었다. 병원에 누워 이혼소장을 받고서 겨우 힘을 내어 이혼에 동의하는 아내가 있고, 그런 아내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워지면서도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결국 이혼하는 남편의 사연은 이미 다른 매체를 통해 접했으면서도 가슴이 먹먹했다.

원고와 피고는 슬하에 성년자녀 ***및 사건본인들을 두고 있는데, ***은 미숙아로 태어나자마자 희귀병 판정을 받고 중증 뇌병변 장애와 지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실, 원고는 피고와 ***의 치료비 및 간병비 등으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실, (중략) 99쪽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 부부가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것외에도 경제적인 문제는 물론 위의 상황처럼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의 건강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말을 믿지 않았던 나도 이 이혼을 보면서 더는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런가하면 저자의 ‘이혼가방 사연’도 인상적이었는데 아이가 태어나고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 육아는 거의 대부분 여자인 엄마가 ‘독박’으로 맡게 된다. 산후우울증이란 말로 표현하기에는 가부장적인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이를 키우면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엄마들이 정말 많았고, 저자도 친정어머니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상황이 악화되었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지금도 어디선가 이혼가방을 싸고 있을 필부필부에게 갈등의 불씨를 식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도합니다. 다만 그것이 다른 여성의 희생하에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기를, 이 사회가 아이들을 키우기 좋은, 힘든 엄마 아빠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그런 사회로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197쪽

끝으로 저자는 상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자신의 사례를 통해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었다. 혹 어디선가 이혼가방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면 저자의 조언대로 상담의 도움을 받아보면 어떨까. 그래서 저자에게 ‘이혼주례’의 경험이 점차 낮아지길 나또한 바라본다. @pr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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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대가 - 안전이 빼앗아 간 당신의 진짜 가능성에 대하여
체이스 자비스 지음, 최지숙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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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대가

이 책의 부제는 ‘안전이 빼앗아 간 당신의 진짜 가능성에 대하여’로 쉽게 얘기하자면 주변의 시선이나 사회에서 ‘안정적인 선택’이라고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가능성을 축소시키거나 빼앗기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정말 구체적으로 제시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과거에 당신을 얽매던 것을 극복하고, 스스로 사랑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이 방법이야말로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창조적인 행동이다. - 19쪽

먼저 이 책을 읽기 전, 나의 상황은 대학원 마지막 학기,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주말 출근, 전시해설사 활동 준비등으로 도무지 쉴 수도 없고 어느 것 하나 놓칠 순 없는데 몸과 마음은 언제 번아웃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불안정한 상태로, 저자가 말하는 ‘시간 부족, 제약, 인생을 즐기기 보다는 일이 우선, 가장 사랑하는 일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함 등 정말 다양한 이유로 이 책이 간절하게 필요했다. 왜냐면 나는 실패를 두려워 하고 있었고 무엇에 관심과 집중해야 할 지를 몰랐으며 특히 어느새 ‘놀이’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나도 모르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짧은 명상, 매일 일기 쓰기, 기도 그리고 마음챙김도 나름 한다고는 했는데 무엇이 부족했을까?

“그 삶에 ‘너만의 것’이라고 할 만할 게 있어?” 115쪽

브렌트는 성공한 인생으로라도 보였지, 내 삶은 실패한 인생인데도 숨이 막혔다. 그래서 시간이 부족해도 이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한 번 읽고 마음에 남는 부분을 한 번 더 집중해서 읽으라던 저자의 말이 이해가 갔다. 정말 그랬다. 내가 놓친 부분! 그 부분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당신은 최대한 많은 일과 일정으로 하루를 빽빽하게 채우고, 한순간도 속도를 늦추지 않은 채 끊임없이 달려왔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잠깐 멈춰 보자. 바쁜 삶은 그리 멋지지도, 대단하지도 않다. 그저 인생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일 뿐이다. 121쪽

저자는 초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으로 인해 자신의 창의성이 가로막히는 경험을 했다.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지만 타인에 의한 것보다 내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점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외부에서 만든 ‘제약들’로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던 것이다. 가령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치우자고 말하면 몇몇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오히려 더 장난치거나 회피한다. 하지만 놀이처럼 장난감 정리를 시작하면 초반에는 다소 혼란스러운 듯 싶어도 금새 몰입하여 신나게 정리하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도 역시 독자에게 놀이처럼 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방식으로 몰입하는 방법으로 시도해보자고 말한다.

우리는 무슨 일을 해도 자연스럽고 수월한 몰입 상태를 잘 알고 있으며, 그러한 순간을 사랑한다. (…)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그러한 순간은 그저 바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한다. 271쪽

우리가 창의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고 시도했다고 해서 당장 모든 것이 완벽하게 놀이처럼 다가오지 못할 수 있다. 폴 닌슨처럼 인종을 포함한 문화, 경제적인 이유로 그럴 수도 있다. 그럴때 멈추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 지점, 우리가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그 지점에서 다시금 생각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그 버튼을 누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결코 실망을 안겨주지 않을 것이다. 우선 내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다. #추천 #자기계발 #오픈도어북스 #안전의대가 #체이스자비스 @opendoorbooks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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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의 두 사람 단지의 두 사람
후지노 치야 지음, 양지윤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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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의두사람 #후지노치야 #빈페이지 #50 #친구

<단지의 두 사람> 노에치와 낫짱은 유년시절부터 같은 단지에서 자란 절친이다. 어른이 되어 각자 서로 다른 곳으로 떠난적은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다시 고향의 아파트 단지로 돌아왔다. 공부를 잘했던 노에치(본명 오타 노에)는 대학교 시간강사로 운전을 하기 때문에 멀미로 인해 먼 곳에 갈 수 없는 낫짱(사쿠라이 나쓰코)의 발이 되어주기도 한다. 낫짱은 엄마가 있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엄마는 친척 간병을 하기 위해 현재 아파트에는 낫짱 혼자 지내고 있다. 혼자 지내는 낫짱의 집에 노에치는 거의 매일 퇴근을 집이 이곳으로 하기 때문에 저녁 역시 두 사람이 함께 할 때가 많다. 이렇게만 봐도 낫짱과 노에치의 삶은 누구보다 여유로워보인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나이는 50. 그저 같이 밥먹고 놀기만 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당장 먹는 것부터 시작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노에치는 먼 곳까지 통학하며 시간강사일을 하고 있고, 이전보다 인기가 시들해져 일감이 많지 않은 낫짱은 중고 거래 어플을 이용해 물건을 팔아주고 중개수수료 몫을 챙기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낫짱의 수입과 지출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물건이 잘 팔린 날에는 호화로운 식사를 하기도 하고, 때때로 퇴근길에 과일산도(샌드위치)를 사오는 노에치와 맛있어! 하며 먹는 장면을 보면 우리의 월급날의 시작과 끝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맛있는 음식을 사먹는 것, 나누는 것 외에도 ‘중고 물품‘을 바라보는 낫짱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이 나라에서 단 한명이라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니, 나쓰코는 종종 멋진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팔릴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물건일지라도 이 세상에 누군가 한 사람 정도는 흥미를 갖고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그 사람에게만 닿으면 된다. 31쪽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물건 뿐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노에치에겐 낫짱이, 낫짱에겐 노에치가 그렇게 서로를 위해 발이 되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주는 손이 되어주는 것. 단지의 나이든 어르신들도 쉰이 넘은 두 사람을 여전히 아이처럼 바라보며 두 사람의 우정을 부러워한다. 개인적으로는 음식을 나눠먹는 것 보단 영화를 같이 볼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러웠다.

커피를 끓인 뒤 그물 선반에서 DVD를 골라, 약간 영화관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오랜만에 왕가위 감독의 <해피투게더>를 봤다. 양조위와 장국영이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는 권태기 게이 커플을 연기한 작품이었다.(...)
방 안에서라면 무책임하게 지껄이든 무슨 상관이랴. 82-3쪽

같은 영화를 매번 열심히 감탄하며 볼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정말 부럽다. 혼밥을 시작으로 혼자서 하는 것이 이제 편하고 좋아진 세상이지만 이런 친구는 확실히 한 명은 꼭 있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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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단지의 두 사람 단지의 두 사람
후지노 치야 지음, 양지윤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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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의두사람 #양지윤 #후지노치야 #빈페이지 #추천

단지의 두 사람의 두 번째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고향의 아파트로 돌아와 거의 매일 함께 밥을 먹고, 같은 단지의 어르신들의 심부름을 돕고 때로는 함께 아는 지인들과 음식을 나누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또 한 사람. 노에치의 과거가 화려한 오빠 덕분에 중고 물품 거래로 용돈(혹은 그 이상)을 버는 낫짱의 일상도 은근한 재미가 있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특히 아쓰(노에치 오빠)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그가 고향집에 두고 간 LP 음반 거래와 낫짱에게 해준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너 대신 아쓰 오빠한테 상담했어. 큰 프로젝트라 자신이 없다고 농담처럼 말했지. 그랬더니 오빠가 진지한 표정으로 묵묵히 들어줬어. 그렇게 말없이 계속 들어주다가 마지막에 딱 한마디 하더라.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언제 노력할 거냐!라고.˝

책을 읽다가 당황할 때가 종종 있지만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가 뼈를 맞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최근 이런저런 일로 너무 바빠서 (근로자의 날을 제외하고 4, 5월 주중, 주말 모두 출근) 퇴근하면 집에와서 아이랑 잠시 노는 것 외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었는데 저 문장을 보고 나서는 이렇게 자리잡고 앉아 서평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읽고 쓰지 않으면 ‘지금 쓰지 않으면 언제 쓸거냐!‘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중고거래 이후 수입과 지출 내역을 빠짐없이 적는 낫짱의 꾸준함도 어떤 자기개발서보다 나를 뿜뿜하게 만들어주었다.

친한 사람과 좋은 관계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방법은 ‘주고 받기‘를 잘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에치와 낫짱의 관계 뿐 아니라 주변 이웃들과의 사이만 보더라도 어르신들이 두 사람에게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꼭 그 고마움을 무언가로 나누어준다. 살다보면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해 서운할 때도 있지만 반대로 고맙다고 말해야 할 때를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한동안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을 잘 하지 못했는데 <또 단지의 두 사람>을 읽고나니 물건도 관계도 잘 대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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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 두 번째 까미노, 포르투갈 길을 걷다
이윤 지음 / 푸른향기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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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의 에세이 <까칠한 할매는 왜 다시 산티아고에 갔을까>

이 책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시 걷게 된 이유를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다. 처음 읽기 전에는 ‘왜 굳이 다시 갔을까’라는 궁금증이 앞섰는데, 책을 읽다 보면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면서도 깊다. 이미 할머니의 나이가 된 작가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기 위해 다시 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 여정은 여행이라기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시간에 가깝게 느껴진다.

저자의 길을 따라 이야기가 흐르기 때문에 특별히 꾸며진 사건이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길을 걸으며 겪는 일들과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래서 읽다 보면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글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는 느낌이 든다. 특히 두 번째 순례라는 점에서, 이전과 같은 길을 걷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순간들이 인상적으로 그려진다. 일상 속에서는 충분히 꺼내놓지 못했던 감정을, 길 위에서는 오히려 더 솔직하게 마주하게 된다. 걷는 동안 떠오르는 기억들, 문득문득 밀려오는 그리움이 반복되면서, 이 여정은 점점 누군가를 잊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온전히 그리워하기 위한 시간이 되어간다. 그 과정이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그려지기 때문에 더 오래 남는다.

제목에 있는 ‘까칠한’이라는 표현처럼, 글의 태도 역시 솔직하다. 힘든 건 힘들다고 말하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감동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감정이 따라오게 만든다. 특히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후에도 남아 있는 감정이 어떻게 계속 이어지는지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감이 된다.
결국 이 책은 ‘왜 다시 갔을까’라는 질문에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다.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 마음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그 이유 하나로 다시 길을 걷는 선택이 가능하다는 점이 인상 깊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그리움을 견디는 한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푸른향기 #까칠한할매는왜다시산티아고에갔을까 #이윤 #순례길 #여행에세이 @prun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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