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황제
셀마 라겔뢰프 지음, 안종현 옮김 / 다반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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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황제

아이를 교육할 때 부모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교육의 최종 목표는 자립에 있다라는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명확히 해야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결국 아이들은 하나의 독립된 인격으로 부모를 떠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떠남 그 자체를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여전히 더 챙겨줘야만 할 것 같고 무엇보다 부모에게 아이는 여든이 넘어도 늘 아이다.

그러나 클라라는 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얀은 마치 자신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인 양 소외감을 느꼈다. 아이의 시선은 선생님을 향해 있었다. 61쪽

클라라가 연한 살이 되던 그해 여름, 두 부녀는 언덕을 넘어 뢰브달라로 향하고 있었다. (...)
얀과 클라라가 과수원에 들어섰을 때, 소녀는 아름답게 자란 사과나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무마다 탐스럽게 잘익은 사과로 가득했다. 87쪽

아이들은 부모들이 자랄 때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손을 놓기 시작하는 순간, 세상과 만날 기회가 점점 늘어난다. 위험해보이고, 아직 준비가 덜 된 것처럼 느껴져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다 채울수도, 그래서도 안된다. 하지만 아이의 탄생부터 하나하나 그 아이의 웃음과 눈물로 하루를 채워본 부모들은 자발적이든 그렇지 않든 떠나는 아이들의 두 손을 놓을수가 없다. 아이가 오겠다는 전화 한통을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부모가 되기 전까진 나도 이해할 수 없었다.

“딸아이가 이렇게 말하더군. ‘그래서 제가 이렇게 다시 돌아온 거예요. 두 분의 손을 서로 맞잡게 하기 위해서라도 꼭 붙잡고 있으세요. 언젠가 제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예전처럼 두 분의 손을 제가 잡아드릴게요.’“ 128쪽

딸의 연락을 기다리던 아버지 얀은 그리움이 너무나 깊어져 자신만의 세상속에 갇히게 된다. 얀이 그렇게 된 이유는 분명 클라라지만 그것이 클라라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 그 간절한 마음은 이해하면서도 아직 내가 오는 날을 기다리는 부모가 계셔서인지 변해버린 얀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는 클라라의 심정도 이해가 되었다. 황제가 되어버린 아버지, 그리고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행동까지 그리움에 사무친 얀을 읽어내지 않았다면 클라라를 나무라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다.

”얀 안델손이야, 좋은 사람이지. 암, 그렇고말고! 그렇지만 자넨 딸을 너무 버릇없이 키웠어. 내가 더는 눈 뜨고 볼 수가 없어서 그래, 자네가 하루가 멀다하고 여기로 달려와서 딸을 기다리는 꼴을 말야...“ 179쪽

기다리는 부모, 그런 부모가 힘겨운 아이들. 이 둘을 모두 사랑하며 이해하는 부모 중 한 사람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그리고 이 소설은 이외에도 ’권력의 관계, 타락의 전조를 알리는 빨간 드레스와 사과, 죽음의 상징성, 호수의 상징성, 에릭 유산의 상징성 등이 그러하다(347쪽).‘ 한 번 읽고 덮기에는 아쉽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의 입장에서 그리고 또 상징을 찾아 토론해보는 독서모임 도서로 추천하고 싶다. #포르투갈황제 #다반 #셀마라겔뢰프 #노벨문학상

북스타그램_우주 @woojoos_story 모집, 다반출판사@davanbook 도서지원으로 우주서평단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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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시작해 - 듣는 데서 아는 데로 널 위한 재즈 수업 뉴노멀을 위한 문화·예술 인문서 5
이락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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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를 시작해 #이락 @greenrainbooks

듣는 데서 아는 데로 널 위한 재즈 수업.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재즈에 ‘음, 스탄 게츠로군. 이 음반 명반이지’라며 허세를 부려본다든지, 카페에서 들려오는 음악에 “오, 빌 에반스네요. 재즈 좋아하시나 봐요?” 하며 사장님에게 말을 건네고 단골이 되는 것. 이 정도가 이 책의 효용이다. 7쪽

사실 이 책을 다 완독하고 나서도 특정 재즈음악가를 말할 자신은 없다. 또 음악을 들으면서 ‘스탄 게츠로군’도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중요한 걸 깨달았다. 나는 미국재즈가 아니라 ‘유럽 재즈파!’였다는 사실이었다. 저자는 재즈를 제대로 잘 듣기 위해 재즈의 역사와 흐름을 잘 정리해서 들려주는데 유럽재즈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그 전까지 추천해준 음반들을 들을 때는 ‘역시, 재즈가 좋군.’ 싶은 정도였는데 ‘칼라 블레이’의 음반을 듣는 순간 내 취향을 찾은 것이다. 취향이야긴 여기까지 하고 책 내용을 좀 더 적어보자면 재즈는 곧 자유이지만 무턱대고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흥성은 재즈를 재즈답게 만드는 생명력(23쪽)인 것은 맞지만 헤드가 없는 연주가 없는 만큼 최소한의 규칙이란게 존재한다.

악보가 없거나 리허설 없이 녹음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즈 뮤지션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공유되는 기본 구성이 존재한다. 바로 앞서 설명한 ‘헤드->솔로(즉흥연주)-헤드’라는 틀이다. 28쪽

다만 이런 구성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 구성을 알고 듣게 되면 어느 부분에서 즉흥연주가 시작되고 있고, 연주자에 따라 달라지는 변주 스타일을 알게되면 해당 음악가의 음반이라는 것을 알아낼 수도 있다. 이런 구성외에 재즈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악기가 가지는 소리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재즈의 발전과 전쟁사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관악기 역시 주로 사용되는 악기와 발전된 경향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안타까운 부분이 뭐냐면 유명 연주자들 대부분이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약물 문제도 있었지만 사인을 알 수 없는 의문사한 아티스트도 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외에도 흑인들의 연주는 좋아하면서도 흑인들과 함께 듣는 것을 꺼려해서 발생했던 인종차별적인 문제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시대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이런 상황과 어우러져 재즈의 양상도 대중적인 시대와 연주자체에 집중하던 방식이 교차적으로 혹은 동시대적으로 일어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과 능력자들의 음악중에서도 만약 하나의 음반을 골라야 한다면 누구의 음악을 고를 수 있을까?

재즈 역사의 위대한 앨범이라 손꼽히는 <<Kind Blue>>이다. 수많은 재즈 팬에게 “인생에 단 하나만 재즈 앨버을 들어야 한다면?” 이라고 질문한다면 십중팔구 이 앨범을 대답할 정도이다. 135쪽

책을 한 자리에서 읽었던 것이 아니라 저자처럼 별다방에 혼자가서 읽기도 하고, 때로는 지인을 만나 빵을 먹으면서 책을 공유하고 추천리스트를 함께 듣기도 했다. 위의 언급된 음반을 들었을 때는 지인도 ’나도 재즈가 좋아.‘라고 했지만 침묵에 가까운 희미함속에서 피어나듯 시작되는 칼라 블레이의 음악을 들을 땐 취향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익숙한 케니 지의 앨범이나 비밥을 들을 때면 오래 전 보았던 한 애니메이션이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책 중간중간 치르는 재즈고사(라고는 해도 결국 취향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도 의외로 긴장되어 흥미진진하니 좋았다. 커피 한 잔 내려서 유튜브를 켜서 혼자 들어도 좋지만 저자의 말처럼 재즈는 장소와 때에 따라 달라질 뿐 우리 곁에 항상 플레이되고 있었다. 그러니 이제 그대도 ‘#재즈를시작해 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jazz #재즈 #초록비책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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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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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아동 #동화 #창비 #진형민 #이윤희그림 #환경 #기후위기 #환경동화 #기후

더는 안 돼! 그만 멈춰! 멈춰야 우리 모두 살 수 있어!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199쪽

저자가 말하는 멈춰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는 건 무엇을 향한 것일까. 온난화.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와 문헌들 만큼이나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시선들과 관련 기사들을 읽다보면 차라리 눈을 감고 모른 척 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죽은 뒤 한참 더 살아야 할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아이들 그리고 사람 뿐 아니라 지금 이 곳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은 왜왜왜 멸종의 위기를 맞이해야하는 것일까.

왜왜왜 동아리의 저자 진형민 작가는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정작 문제를 해결해야 할 어른들의 현실을 동화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록희, 용해시 시장 이경석의 딸 록희가 있었다.

록희는 아까 낮에 홍 변호사와 함께 아빠를 만나러 갔다. 아빠는 시장님이기 이전에 록희 아빠였고, 록희가 이제부터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고 있어야 했다. 홍 변호사는 아빠에게 재판에 관해 자세히 설명한 다음, 먼저 시장실을 나갔다.
“고마워, 아빠.”
“뭐가?”
“아빠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게 해 줘서.” (…)
“아빠는 틀리지 않았어.” 185쪽

용해시에는 석탄발전소가 공사중이고, 최소 30년 이상 운영될 예정이다. 발전소와 함께 항구가 들어설 예정이라 바닷가 주변은 공사하는 트럭이 오가며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인근에서 펜션을 하는 진모와 진경이네 집 부모는 더 버티지 못하고 서울로 이사갈 계획이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추운 겨울이 아닌 온난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사과나무의 해충이 죽지 않아 병충해를 입지 않은 나무들 까지 땅에 묻어야 했던 록희의 할머니 친구인 사과농장 할아버지 사정도 딱하기만 하다. 수온이 올라가 명태가 잡히지 않아 수입산 명태를 무쳐서 파는 사람은 물론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이 단시간에 퍼져 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다. 산불로 인해 아끼던 개 다정이와 생이별한 기주는 산불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하는 엄마 때문에 더 괴롭다.

누가 알려 주면 좋겠는데 아무도 얘기를 안 해 줘.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어른들은 우리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살기를 바라는 거 같아. 43쪽
진경 누나는 이 모임이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가족들이 우리를 인정해 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더 당당해질 수 있다고 했다.183쪽

어른들은 아픈 상처를 묻고 살거나 기주 이모처럼 무조건 ‘괜찮다’로 상대와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도 어느 새 그런 비겁한 어른이 되었지만 그 사정을, 그 까닭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태도가 무조건 나쁘다거나 무책임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문제를 회피하면 결국 같은 문제를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웃이 겪을 수 있고, 해결 방안을 찾지 않았던 그 이유로 반복될 수도 있다. 아픈 상처를 천으로 덮어만 둔다고 회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상처로 이어진다. 아버지와 뜻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가족은 한 팀’이라고 말하는 수찬이의 말에 록희는 고민이 늘어난다. 동화에서는 아버지와 딸이라는 혈연관계만을 이야기 했지만 사회에는 혈연 외에도 다양한 인연과 관계들이 ‘한 팀’으로 묶여지거나 묶임을 당한다. 록희 아버지가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틀리지 않았다는 정도로는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갈 수 없다. 옳은 답이 있다면 그 답을 찾아야 하고, 그 답을 요구하는 이들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 왜왜왜 동아리와 아이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시장과 어른들의 판결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한 가지의 시선으로만 답을 찾으면 안된다는 것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쉽고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동화, 왜왜왜 동아리를 추천한다.

#초등독서 #아동그림책 #독서토론 #독서 #독서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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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 - 삶의 인사이트가 넘치는 어른 사용법
이지행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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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잘노는어른이될거야 #이지행 #에세이 #에세이추천 #인생책 #책추천 #독서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
몇 해 전, 한 매거진에서 ‘몰입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공모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응모한 내용은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 아닌 진짜 몰입하여 함께 놀기’였다. 운이 좋았던 건지 다양한 소재가 필요했었던건지 잡지에 실리는 행운을 얻었다. 그런데, 왜 놀아준다고 할 땐 힘들다가, 함께 논다고 생각하니 몰입까지 할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도 평소에 혼자서도 잘 놀았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인 이지행 저자의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거야‘는 이런 맥락으로 읽는다면 마치 따로 또 같이 노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사실 마흔 넘어 잘 놀기란 쉽지 않다. 결혼을 했다면 자녀가 있을 것이고, 자녀가 없더라도 직장인이거나 배우자가 있을 수 있어 내 시간을 내 맘대로 채우기가 쉽지 않다. 특히 경제적인 이유나 사회적 시선이 불편해 어떻게든 업무나 학업쪽으로 치우칠 수 밖에 없다. 책에서 등장하는 ’될놈될‘이란 말로 간단하게 말할 수 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저자가 물에 뛰어드는 첫 ‘펭귄’이었다는 지점에서 바라보자. 펭귄들은 물 속에 자리한 포식자와 여러 위험 때문에 먹이를 구하기 위해 반드시 뛰어들어야 하는 바다에 뛰어들기를 주저한다고 한다. 하지만 첫 번째 펭귄이 뛰어드는 순간 너나할 것 없이 풍덩! 이 책에 펭귄 일러스트가 곳곳에 등장하는 이유다. 부부가 함께 그것도 셋방을 얻어 작정하고 놀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돈이 많거나 여유가 많아서’라고 가볍게 고개 돌릴 수도 있지만 이들 부부도 직장이 있었고, 고등학생인 딸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논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결코 아니다. 물론 낮술을 즐기고 잠시 여유있게 차 한 잔을 마실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당위나 의무, 부담이 아닌 진짜 노는 것이 중요하다.

책 초반에 저자가 직접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의 목록을 공개한다. 따라서 해봤다. 최소한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지를 알아야 내게 맞는 놀이법이나 놀고 싶은 부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잘 놀아야하는 이유를 저자는 문헌에서 혹은 영화에서 때로는 둘 모두에게서 찾는다. 광고인 답게 단박에 상황을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을 찾아낸다. 영화 ‘버드맨’의 인용도 좋았다. 과거에 화려함과 살갗처럼 잠식된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는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물론 더 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하게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살 수도 있지만 그 삶이 과연 행복할까? 즐거운가?를 떠올려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부부가 같이 옥탑방에서 즐기는 삶이 부럽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그렇게 못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또 자신을 탓할 필요도 없다. ‘아름답다’의 어원이 ‘나답다’라고 저자가 알려준 것처럼 우리가 나답게, 내 상황에 맞게 조금씩 잘 놀기 시작하면 된다. 그 방법이나 같이 놀고 있는 동료가 필요하다면, ’아주 잘 노는 어른이 될 거야‘를 반려도서로 삼으면 된다.

📌 본문 발췌
그래서 결심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이제부터 제대로! 야무지게! 놀아보기로. ’그래, 죽으면 썩어 없어질몸... 누구나 한번 사는 인생인데, 정답이 어딨겠어?‘ 그렇게 한 번뿐인 인생 맛깔나게 놀고 싶어서 평생 내 편인짝꿍과 옥탑방 하나를 얻었다. (...)이것은 순전히 놀기 위한 출근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늙은 두 주인공의 이야기다. 맥락도 없다. 이유도 모른다. 그들은 그저기다리기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의지도 없이기다릴 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고도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직장인 #책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베스트셀러 #공감글 #신간 #푸른향기
@prunbook @doob_jin #책제공 #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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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 별글클래식 파스텔 에디션 27
에밀리 브론테 지음, 한정훈 옮김 / 별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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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브론테.
11월의 어느 일요일. 오전 10시 부터 15시까지. 꼬박 5시간을 한 자리에 앉아 읽었다. 초반에는 록우드의 거만함과 교만에 어이가 없었고, 작품의 주요 인물인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다소 엉뚱한 면모에 난감해지다가 이들의 자녀들이 태어나 학대받는 장면에서는 읽기 힘들만큼 괴로워졌다. 나도 한 아이의 엄마였기 때문인데 다소 당황스러운 것은 원작 소설 완독은 처음이지만 꽤 오래전 영화화된 폭풍의 언덕을 보았을 땐 이런 부분이 등장했다는 사실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시 봐야 정확할테지만 분명 그때는 폭풍과 연인들의 엇갈린 모습만 보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매번 책을 읽을 때 마다, 특히 나이의 앞자리가 달라진 상태에서 재독할 때면 느끼는 것이지만 독자의 상황(결혼이나 출산 등)에 따라 전체적인 감상평은 어떨지 몰라도 부분 부분이 달라진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간략한 줄거리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이 서로 사랑하지만 신분의 차이라고 해야할까, 그런 이유로 캐서린이 다른 안정된 가문의 수려한 외모는 물론 둘의 사연을 알면서도 그녀를 집착아닌 안정된 상태로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 그렇게 각자 안타까운 이별을 받아들이고 잘 살았으면 좋았겠지만 ‘폭풍의 언덕’이란 타이틀만 보더라도 이어질 내용이 짐작된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어요. 사람이란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이니까요. 온화하고 마음이 넓은 사람들조차 까다로운 사람들보다 조금 덜 이기적일 뿐, 상대방이 자기를 배려하지 않느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들 역시 다른 마음을 품게 되는 법이지요. 156쪽

아내(캐서린)이 다시 돌아온 히스클리프를 열렬하게 환영하는 것 까진 좋았지만 자신과도 친해지길 바라는 것이 못마땅할 뿐 아니라 배려하는 데도 한계란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너그러웠던 에드거의 마음이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이미 한 번의 발작과 열병을 앓았던 캐서린의 상태와 양쪽 모두의 평화를 바라던(사실 상 불가능하지만) 그녀의 마음과는 달리 히스클리프와 에드거는 도저희 원만하게 화해할 수 없을 지경이 되고 만다. 특히 히스클리프는 에드거에 대한 미움도 있지만 캐서린 오빠로 부터 당한 학대(교육과 안정된 거처를 빼앗김)로 그야말로 ‘나쁜’ 사람이 되어버렸다.

“난 아이를 학대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있어. 알아듣겠냐?” 그 악당 놈이 몸을 숙여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집으며 험학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447쪽

읽으면서 가장 납득이 안되었던 부분이자, 그의 사랑이 결코 ‘완전한 사랑’이 될 수 없다고 느껴졌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히스클리프는 그토록 사랑하는 캐서린의 딸을 읽는 것 조차 불쾌할 정도로 학대한다. 심지어 그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감금은 수시로 일어난다. 성인이었던 에드거의 동생에게 가한 폭력도 용납이 안되는 데 이어지는 세 아이의 인생을 모두 망가뜨리려는 그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심각한 학대와 사랑의 배신 때문이라는 이해의 선을 오래전에 넘어섰다.

방금 전에 헤어튼이 사람이 아니라 내 젊은 시절의 화신처럼 느껴졌어. 헤어튼을 보면 심경이 너무나 복잡해져서 제정신으로는 말을 걸 수 없었지. 무엇보다 헤어튼이 캐서린 언쇼와 놀라울 정도로 닮아서 끔찍스럽게도 그녀를 연상시키는 거야. 529쪽

다행인지 어쩐지 모르지만 그를 저주하면 세상을 등진 캐서린의 환영은 히스클리프의 복수도 삶의 의지도 모두 끌어내렸다. 그렇게 어이없이 어느 순간 히스클리프가 행했던 폭력은 힘을 잃었고, 헤어튼과 캐서린의 딸 캐시는 드디어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적으니 학대와 폭력으로 가득한 이 작품이 왜 고전의 반열에 올랐는지 의아할 수도 있는데 이 책은 출간 당시 여성의 문학의 제대로 자리잡을 수 없었던 환경을 견뎌낸 작품이자 통속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로 으르렁 거리던 남녀가 사랑에 빠지거나 엄청난 싸움으로 결별할 줄 알았던 연인이 오히려 그 다툼을 통해 더 깊은 사랑으로 빠져들 수 도 있다는 설정을 담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시대상의 아이들의 위치와 성차별적인 부분을 확인할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야기가 가져야 할 가장 필요한 조건, ’한 번 펼치면 멈출 수 없는 놀라운 필력‘이 느껴졌다. 그러니 5시간을 한 자리에서 다 읽지 않았겠는가. 다시 재독할 마음은 아직은 들지 않지만 나의 아둔함으로 찾지 못한 여러 장점을 발견하고자 하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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