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
폴코 테르차니 지음, 니콜라 마그린 그림, 이현경 옮김 / 나무옆의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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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이렇게 부는데 여기서, 이불도 하나 없이.....?" 개는 혼자 중얼거렸다.

"넌 언제나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만 하는구나, 형제." 귀를 기울이고 있던 무니가 말했다. "네가 이미 얼마나 많은 걸 가졌는지 모르는 모양이야. 너에겐 멋진 털이 있잖니?" 78쪽


'개'는 어느 날 갑자기 주인에게서 버림받았다. 개가 보살핌을 받는 도시개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인식표마저 빼앗긴 개는 몇 시간이 지나도록 버려진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지만 주인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만 분명해진다. 그렇게 버려진 개 앞에 나타난 늑대. 늑대는 개에게 위협적인 존재지만 어찌된 까닭인지 그 늑대는 먹이를 가져다 준 후 '달의산'으로 가라고만 일러준 뒤 그를 해치지 않고 사라져버린다. 그 이후 개는 도시개였던 삶과 버려진 현실을 부정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이어진다. 다소 극단적인 모습으로 비춰질테지만 현실속에 서 우리의 모습도 이 '개'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살다보면 주인에게서 버림받은 것과 다름없는 상황들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데 가령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이 그러할 수도 있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거나 회사에서 갑자기 권고사직을 당할 수도 있고 혹은 수년 간 공들여 준비한 무언가가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될 때 우리는 '개'처럼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책 속에 개는 순례하는 늑대들을 만나면서 그동안 안정적으로 살아왔던 삶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당장의 끼니를 직접 사냥하고 매일 밤 정해지지 않은 잠자리에서 잠드는 삶 또한 나름의 행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한가지. 사냥을 하든 누군가로 부터 얻었든 살아있는 동안 누군가로 부터 끊임없이 무언가를 받아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치 우리가 빈몸으로 이 세상에 왔지만 사는 동안 우리가 노력한 것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얻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소설 속 '개'처럼 깨달음을 순례와 방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목숨을 읽게 될 수도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뿐만아니라 주인에게 길들여진 '도시개'의 삶이 자급자족하는 야생의 삶보다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것, 시련이 다가오면 그 시련에 주저앉아 울 것이 아니라 용기내어 앞으로 나아가려 할 때만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곳에서도 사나흘 밤 이상 머물지 않아. 너무 편하면 그게 결국 발목을 잡거든. 우린 달의 산으로 가는 순례자야. 오래된 길을 가다가 필요한 게 있으면 길에서 구하게 될 거야. 계속 달려가야 해." 115쪽


순례자의 삶이 다소 무모할 수도 있고 역경을 자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반대로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들을 거저 받고 살아왔는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모험을 떠나는 삶을 부러워하기 보다 내게 닥친 시련을 마치 직접 선택한 모험처럼 받아들인다면 그 순간 순례자의 삶도, 그로인한 깨달음도 얻을 수 있음을 '달의 산'을 향해 떠나는 개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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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선이입니다 2020-06-09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럼 얼마 받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