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괜찮겠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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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망양'이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합니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일에 열중한 나머지 중요한 일을 잊다'라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사카 코타로. 사신치바나 중력삐에로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간절하게 저자의 산문집을 기다리고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제법 진지하면서도 위트있는 그의 문체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떠나서 장면 장면만 봐도 참 재미있는 마치 4컷 만화의 장점과 장편만화의 스토리를 잘 버무린것 같기 때문이다. 거기에 스노우캣의 일러스트까지 더해졌으니 탐날만한 책이었다. 읽고 난 지금은 내용자체가 정말 맘에들어 일러스트가 살짝 묻힌 것 같아 아쉬울 정도.


4개의 구성으로 나뉘어지는 데 1부는 읽는 내내 김중혁의 뭐라도 되겠지 가 떠올랐다. 소소하게 웃음짓게 만드는 작가와 아버님 덕분이기도 했고 타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그에게는 엄청난 일이 되는 듯한 엉뚱한 매력이 유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소장하고 희귀본은 계속 단종상태로 유지되길 바란다거나 극장에서 아주 사소한 소음과 앞좌석의 누가 앉으냐에 따른 행불행에 대한 소심한 의견은 나와 너무 같은 맘이라 나도 역시 소심한 인간이란 결론에 웃프기도 했다. 만약 1부만 읽게 된다면 이 작가의 글이 다소 가볍거나 조금은 에세이에 더 적합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2부 부터는 작가가 보거나 읽은 영화, 음악 그리고 만화 등 리뷰가 주를 이루는데 내용은 소설가의 활동이라던가 소설 자체에 대한 견해도 담겨져 있어서 1부에서의 잡담이 다소 아쉬웠던 사람이라면 2부부터 집중해도 좋을 것 같다. 하나의 작품이 쓰여지기 이전 상황과 쓰여지는 동안에 과정등도 담고 있어 작품을 통해서만 보여지는 작가의 단면을 좀 더 확장시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왕이란 작품의 경우 무언가 사회참여적이고 정치적인 부분이 엿보였는데 작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 등이 그랬다. 2부에서 처음으로 스노우캣 일러스트의 장점이 보여지는 데 우스꽝스럽게도 개의 코에 침발라주는 컷이다. 이건 사람이 직접 나서는거보다 의인화된 스노캣만이 할 수 있는 점이 아닐런지. 더불어 작가의 아버님은 중간 중간 작가의 위트가 부족하다 싶을 때 꺼내쓰는 비장의 무기란 생각이 들었다. 3부에서는 앞서 1,2부에 등장했던 이야기에 살을 더 붙인 느낌이 드는데 그도 그럴것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은 이미 발표된 글들이라 시간 순서상 나중에 오게된 글이 3부에 몰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에 겐자부로의 '외치는 소리'미주에는 아에 작가가 나중에 한권의 에세이집으로 묶일줄 몰랐다고 자백(?)까지 한다. 덕분에 그 책이 정말 무슨 내용이길래 싶은 맘에 결국 읽어봐야 할 책 목록에 올릴 수 밖에. 그런가하면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만화책의 경우는 읽고 싶지만 읽을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다행히 그를 소설가로 만들(?)어준 도라에몽은 쉽게 구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3부까지 읽으면서 이렇게 위시리스트를 적다가 괜시리 허망해지는게 4부에서 떡하니 작가가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와 작품리스트를 공개해주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가볍지만 제법 작가가 되려면, 저자처럼 되기 위해 무엇을해야할지 메뉴얼을 구하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만한 파트이기도 하다.


작가가 된지 10년이 된 해를 기념하기 위해 쓰여진 에세이집으로 작가가 아닌 그저 평범한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도 있고 그런가하면 늘 새로운 작품, 이전에 접해보지 않았던 내용으로 출간하고 싶은 작가로서의 바람도 보이는데다 누군가 작가가 되려고 한다면 이렇게 해보는건 어떠냐며 조언을 받았던 입장에서 해주는 입장으로 성장하는 '전문가'의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작품을 의뢰받고 탄생하기 까지 어떤 의도와 배경이 있었는지 숨기지 않고 공유해주는 '열린'모습과 '겸손'한 작가의 면모가 참 부럽고 멋져보였다. 무작정 작품만 던져놓고 긴 시간 함구하거나 모든 것이 독자의 상상에 달려있다고 외면하는 까칠함이 시크한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들 보다는 난 확실히 이런 모습이 훨씬 '더 괜찮은 것'같다. 한마디로 독서망양을 부르는 책을 고르라면 이 책도 포함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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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 - 서울의 풍경과 오래된 집을 찾아 떠나는 예술 산보
최예선 지음, 정구원 그림 / 지식너머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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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아홉에서 스무살로 나이의 앞자리가 바뀌던 그 겨울, 처음 전혜린을 알게 되었다. 그 이름을 알고부터는 내가 어디에 존재하던 내가 무엇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그때즘 누구나 그이름을 알고 조심스레 결심하듯 나또한 서른에는 나의 자유의지로 삶을 마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그런마음이 어느 순간 사라졌을까 지나간 시간을 더듬어봐도 알 수가 없었다. 이 책, 오후 세시, 그곳으로부터에 실린 전혜린편을 읽고서야 내가 왜 기억을 잃었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오후 세 시, 그곳으로 부터는 저자 최예선이 서울 이곳저곳에 남겨진 혹은 이제 완벽하게 물리적으로는 사라졌고 추억으로만 기억되는 예술가들의 흔적을 쫓는 '예술산보'의 결과물이었다.

 

예술가란, 예술이라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사회에서 자신만의 언어로 시대를 통과하며

그 시대를 기록하고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란게 별거 없다싶지만 그 전에 예술가들은 시대의 불안을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는 존재라고 표현한 것으로부터는 자유로워질 수 없었다. 시대의 불안속에 몸과 맘이 뒤틀리기보다는 그저 숨고 모른척 외면하며 살아가는 나는 그래서 서른에 죽지못했었고 예술가일 수가 없었던게 아닌가 싶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예술가들의 입장이 되어 그시절 불안한 심리를 표현하기도 하고 혹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되어 가상의 글을 적어놓기도 한다. 대게는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여자로 태어난 까닭에 아무래도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여성예술가들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갔다. 때문에 최초의 서양미술을 배우고 미국과 프랑스 유학을 다녀온 나혜석편을 이야기하고 싶다. 작품활동을 할 때 공연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해 결혼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말에 걸맞게 그녀가 이혼을 한 이후 마치 그녀의 예술적 능력이 제로가 된 듯 그녀의 마지막 전시회에서 그림은 단 한점도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유학을 다녀오고 열렸던 귀국전시회에서는 5천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던 그녀의 전시회가 그토록 초라해진 이유는 오직 그녀가 '이혼녀'가 되었을 뿐 오히려 예술적인 영감은 마음의 상처와 원숙함을 더한 이후였을텐데도 말이다. 나혜석이 여자를 위한 미술학사를 열었던 그장소는 이제 사라지고 미술관이 새로 들어서있다고 한다. 책에는 현재 남아잇는 곳들에 대한 추억보다 이미 사라지고 자취를 감춘 장소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 한켠이 쓸쓸해졌다. 그래도 이런 경우는 덜한편이다. 서울의 아픔과 어두움을 강하게 어필한 기형도 시인의 마지막 장소가 된 피카디리 극장과 그 시대적 배경에 대한 내용은 더욱더  참혹했다. 1987년 민주화항쟁이 가장 치열했던 그 다음해에 열린 88서울올림픽. 미처 제대로 잡히기도 전에 평화를 상징하는 하얀색 비둘기가 날아올랐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은 더 무거워졌다. 2장이 애도가 주제인 까닭에 슬펐어도 그만큼 마음이 가장 오랜시간 머물며 지난 날을 반추하기에 좋았다. 만약 슬픔보다 구보씨처럼 혹은 박완서처럼 그저 추억의 장소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사라진 장소가 아닌 실존하는 장소를 거닐고픈 이들에게는 1장이나 3장을 권하고 싶다.

 

오후 세 시, 저자는 서울에 남겨진 예술가들의 흔적을 쫓아 예술산보를 했다. 30여년전 기형도는 그 무렵 오후 4시에는 중앙일보 기자실에서 노트를 꺼내어 문학인이 되어 시를 적었다.  혹은 약속도 없이 무작정 학림다방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전혜린이 될 수도 있겠다. 나는 한동안 오후 세시의 나라는 책을 읽고 그날 그날의 소소한 풍경을 블로그에 포스팅을 했더랬다. 이제 곧 찾아올 오후 세시 혹은 네시즘의 나는 무엇을 하게될런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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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채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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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철학 석좌교수 장하석.

과학에 관심이 많거나 올 초에 EBS에서 특별기획으로 진행되었던 과학철학 강의를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장하석이라는 이름보다 아마 '나쁜사마리안들'이란 책으로 몇 년전 큰 관심을 일으켰던 그의 형 '장하준'교수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에 워낙 화제가 되었던 책과 저자였던터라 관련 강좌와 책을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딱히 무언가 큰 '깨달음'이라고 할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 하지만 무엇때문인지 그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온도계의 철학'이라는 그야말로 전문서적 - 실제 이 책은 2006년도 과학철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러커토시상을 받은 저술-임에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으려고 애썼었다. 물론 그 책을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친근한 문체와 독자로 하여금 마치 이해가 되고 있는 것만같은 착각에 빠트리는 묘한 매력에 사로잡혔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 책,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보고 이책은 반드시 읽어야만 한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고 책을 다 읽은 지금 역시나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책의 내용은 앞서 언급했던 EBS에서 기획한 장하준 교수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강좌에 좀 더 살을 붙인 결과물이다. 만약 책의 접근이 수월하지 않다면 강의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짜피 그 강좌를 보게되면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을 수 밖에 없으니 결국은 이 책만 읽어도 되긴 하다. 과학철학. 철학도 어렵고 과학도 어려운데 이 두학문이 합쳐지면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선 과학의 정의도 알아야 하고 철학은 또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책의 내용을 종합해보자면 사람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사회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 무언가 기존의 이론보다 더 나은 개념이나 기술을 익혀야 한다.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하는 과정속에 의견이라는 것이 나뉘어 지고 이것을 서로 비판해 가는 과정이나 행위 자체를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렇게 어느정도 결론이 난 이론들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확정지을 수 있는 것이 과학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가 1700년대에 천왕성을 발견하기 이전까지 육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은 토성까지 였다. 이후 천왕성이 발견되었을 때 기존의 이론에 적합하지 않아 처음에는 무시되었던 이론이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기존이론과의 비교로 밝혀낼 수 있었다. 이 현상을 보면 과학은 끊임없이 비판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포퍼의 이론과 정해진 자연과학을 이론에 끼어맞추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전 할 수 있다는 쿤의 이론이 대립하게 된다.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긴 하지만 양쪽의 말 모두 틀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관측을 통해 증명해왔던 가설, 귀납적 추리이론의 경우가 일반적이었던 것을 '흑조'의 발견으로 귀납적 추리는 결국 과학적 결론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오점을 발견해내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대략 파트1에 해당되는 내용이고 파트 2부터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이 과학철학을 배워가게 되는데 이부분은 책 리뷰라고 적기에는 지나치게 리포트적인 부분이라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장하석 교수의 명저 '온도계의 철학'의 일부이자 핵심인 '물의 끊이는 것'과 관련된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니 해당 책을 읽고자 한다면 거쳐갈 수 밖에 없다. 파트3의 내용은 앞서 교수가 던져놓은 질문들, 과학의 발전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과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과 과학을 통해 사회발전을 기대하는 것과의 연관성의 기대를 얼만큼 두어야 하는지등에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과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들은 끊임없이 기존의 이론과 자신과 반대되는 이론의 비판적 사고를 멈춰서는 안되며 다양한 사고, 다원주의 적 과학으로 성장해야 된다고 말한다. 서양학문이었던 과학을 국내에서는 그 어떤 과목 못지않게 중요시여기며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조건적으로 주입시키지면 왜 그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중요도는 심각하게 고민해오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런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철학책이지만 학문을 공부하려는 이들에게는 필수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을 받아들일 때 우리가 매번 강조하는 주입식, 사고보다는 그저 암기하려는 방식은 오히려 사고의 단절을 낳을 수 밖에 없고 과학이론이란 것 자체가 지금까지는 정론이었어도 앞으로의 실험과 검증을 통해 충분히 다른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쿤은 과학이 물론 대단하고 사랑스럽지만 사회의 어떤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분명 과학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런저런 사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실제 그럴 수 밖에 없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새로운 이론과 제대로된 이론을 위한 비판이야 말로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발전이란건 거창하게 과학계의 혹은 사회전체를 뒤바꿀 수 있는 것이라기 보다 자기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므로 우리가 좋아하는 '과학적'인 방법을 위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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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본 - 사람 속에서 사람답게 산다는 것
소노 아야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펭귄카페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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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100개국 이상을 돌아다니고 국내외 후원 및 봉사활동을 다니는 작가 소노 아야코. 혼자서 잘 살기보다 이웃과 함께 나누려는 삶의 자세를 말해줄 것 같은 기대감으로 책, 인간의 기본을 읽게 되었다. 인간의 기본이라는 가장 엄숙한 주제아래 쓰여진 글들이라고 하기에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했다. 나보다 어렵게 사는 주변의 사람들을 직시하고 학벌이 아니라 예의와 범절을 중시하는 사람인가보다 싶었는데 막상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적인 의례에 답답함을 느끼며 스스로 비꼬인듯한 행동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읽는 사람의 중심이 잡혀 있지 않으면 그야말로 이 책은 '꼰대'의 괜한 시비정도로 보일 수 있겠다 싶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사람이 존재할 수 없듯, 성인과 닮아가려는 노력자체가 귀한 요즘 작가에게서 좋은 점만 취하고 스스로의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것은 적절히 걸러내어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것을 미리 밝혀두고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외모와 학벌위주의 사회이슈에 부정적인 저자는 읽다보면 혹시 자격지심이란 것이 있는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얼굴나이를 언급하며 마치 얼굴에만 투자하면 내적 성찰이나 지적욕구는 아에 무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비난하더니 도쿄대법학부를 무조건 틀렸다고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도 좋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심각하게 논란이 될 부분들을 이야기 하자면 재난 및 재해가 발생했을 때 모든 것을 놓은 상태로 정부의 구제활동만 기다릴게 아니라 제 스스로 그리고 친인척들의 도움으로 우선 해결할 수 있는 것 부터 해결해나가자라는 내용을 읽었을 때 처음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천재지변은 말그대로 사전에 조심한다고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정도가 미약하기 때문에 구호활동을 통해 일어서야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가 예를 든것처럼 무작정 운동장이나 대피소에 모여서 보상금여부를 논하기전에 제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부터 생각한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긴 하나 너무 이상적이다. 저자가 전후세대를 다 겪어왔기에 나라가 어려웠을 때 국민이 함께 자립하는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였을수도 있지만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 지금은 보상체계와 규정에 어긋날 경우 아에 구제되지 못하거나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동성애자들의 결혼에 대한 언급 또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저자는 원칙적으로 그들의 성향이나 결혼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왜냐면 그것은 개인적인 성향이라 존중하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건 대다수의 사람들과 사회적 분위기가 동성애자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으니 존중은 하더라도 굳이 이성애자들의 권리까지 요구하진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웃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저자의 일반적인 성향과는 다소 어긋나는 부분이지 않나 싶다.

책을 계속 읽어가다보면 어느 순간 저자를 위해 내가 애써 좋은쪽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책 자체는 그리 두껍지도 않고 보통때라면 술술 읽었을텐데도 이 책을 읽고나니 머리가 아파졌다. 내가 정말 오해하고 읽은건지 아님 내가 오히려 저자의 뜻을 너무 좋게만 보려고 하는건 아닌지. 결국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대부분의 내용은 나와 맞지 않다라고 결론지었다. 걱정되는 것은 몇가지 위험수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독자들이 생겨날까 겁이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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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 - 순수 저항 비판
조지 A. 던 외 지음, 윌리엄 어윈 엮음, 이석연 옮김 / 한문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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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헝거게임 3 모킹제이 1부가 개봉되었다. 이전까지는 서바이벌 게임에서 활약하는 캣니스의 모습이 주가 되었다면 3편 부터는 게임이나 영화속 허구인물을 만난다기 보다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흥미로웠다. 또 그만큼 생각할 거리가 많았는데 책, 헝거 게임으로 철학하기는 19명의 각기 다른 저자의 철학적 해석을 만나볼 수 있다. 단, 영화나 원작 소설을 안본사람 중 스포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 책은 좀 나중에 읽는 편이 좋을 것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뿐 아니라 아직 개봉되지 않은 3편의 2부 내용도 언급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아차 싶긴 했다.


19개의 글 중 차례로 읽지 않고 우선 읽었던 내용들을 이야기해보자면 3편에서 등장했던 'The Hanging Tree'에 관한 해석편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이 노래가 나오던 때에 느꼈던 감동이 컸기 때문이기도 하고 가사 자체가 좀 괴기스러우면서도 처연했기 때문인데 책에서 해석한 것과 영화를 볼 때 번역된 자막이 약간 차이가 있었다. 노래의 반복적으로 나오는 부분을 제외한 1절의 가사는, 'Where they strung up a man they say murdered three Strange things did happen here.' 3명을 죽인 남자를 매단 곳이라고 자막이 나왔었는데 책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노래는 '죽였다며'라는 말로 처벌이 부당하다는 걸 암시한다. 소크라테스도 부당하게 처형당했다.


이 노래에 철학적인 해석은 소크라테스가 말한 좋은 삶은 정의로운 삶이며 그렇지 못한 사회에서 사는 것이 가치있는가를 물었을 때 '살아남는 것'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말해 캐피톨의 삶도 그 외에 12구역이나 13구역의 삶도 정의롭지 않다면 가치가 없게 되므로 캣니스는 저항을 택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이 노래를 피타와 게일을 걱정하게 되는 상황이면 캣니스에게 떠올려지는데 음악이라는 것의 역할, 처음에는 좋고나쁨이 없는 예술적인 가치가 점차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가 되기도 한다.


캣니스가 조공인이 되기전후에 살았던 12구역과 저항군으로 살아가는 13구역. 이 구역들과 캐피톨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굶주림'이다. 굶주림은 인간이 느끼는 욕구중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양쪽의 삶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캐피톨 시민의 삶은 그저 먹고 또 먹는 일 뿐이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끊임없이 충족시켜줌으로써 다른 추가적인 욕구에 대한 사항도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굶주림은 수많은 뜻을 지닌 말이며, 가장 넓게는 모든 종류의 욕구를 가리킨다.


욕구에 충만한 캐피톨 사람들이 신경쓰는 것은 외모에 대한 관심뿐이다. 그것이 타인에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의식하는 캣니스는 그들의 이상스러운 외모를 이해할 수 없다. 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플루타르크는 '빵과 서커스'라는 로마 제국에서 유래한 말뜻을 이해시키는데 이는 나라의 시민이 배불리 먹고 유흥을 누리는 대가로 권력과 책임 포기하게 된다라는 것이다. 때문에 그들에게 있어 그저 생각없이 지나친 꾸미기에 빠져있는 모습이 당연할 뿐 그렇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캐피톨 사회에서는 이런 것이 하나의 '사회규범'으로써 자리잡은 상태로 현실에서 보자면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규범들을 떠올리며 이해하기다 쉽다.


서문에 주의사항으로 적은 것처럼 이 책은 영화나 소설을 먼저 읽고 난 뒤에 보면 제대로 이해되지 않거나 궁금했던 부분이 많이 해소된다. 또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깨닫게 되는 것도 있어 재미있기도 하다. 영화를 안봤다면 마치 전시관에 들어갈 때 가이드북 또는 오디오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될 것도 같지만 그래도 스포일러는 좀 아쉽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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