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괜찮겠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독서망양'이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합니다.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일에 열중한 나머지 중요한 일을 잊다'라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사카 코타로. 사신치바나 중력삐에로를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간절하게 저자의 산문집을 기다리고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제법 진지하면서도 위트있는 그의 문체는 전체적인 스토리를 떠나서 장면 장면만 봐도 참 재미있는 마치 4컷 만화의 장점과 장편만화의 스토리를 잘 버무린것 같기 때문이다. 거기에 스노우캣의 일러스트까지 더해졌으니 탐날만한 책이었다. 읽고 난 지금은 내용자체가 정말 맘에들어 일러스트가 살짝 묻힌 것 같아 아쉬울 정도.


4개의 구성으로 나뉘어지는 데 1부는 읽는 내내 김중혁의 뭐라도 되겠지 가 떠올랐다. 소소하게 웃음짓게 만드는 작가와 아버님 덕분이기도 했고 타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그에게는 엄청난 일이 되는 듯한 엉뚱한 매력이 유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소장하고 희귀본은 계속 단종상태로 유지되길 바란다거나 극장에서 아주 사소한 소음과 앞좌석의 누가 앉으냐에 따른 행불행에 대한 소심한 의견은 나와 너무 같은 맘이라 나도 역시 소심한 인간이란 결론에 웃프기도 했다. 만약 1부만 읽게 된다면 이 작가의 글이 다소 가볍거나 조금은 에세이에 더 적합하다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2부 부터는 작가가 보거나 읽은 영화, 음악 그리고 만화 등 리뷰가 주를 이루는데 내용은 소설가의 활동이라던가 소설 자체에 대한 견해도 담겨져 있어서 1부에서의 잡담이 다소 아쉬웠던 사람이라면 2부부터 집중해도 좋을 것 같다. 하나의 작품이 쓰여지기 이전 상황과 쓰여지는 동안에 과정등도 담고 있어 작품을 통해서만 보여지는 작가의 단면을 좀 더 확장시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왕이란 작품의 경우 무언가 사회참여적이고 정치적인 부분이 엿보였는데 작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점 등이 그랬다. 2부에서 처음으로 스노우캣 일러스트의 장점이 보여지는 데 우스꽝스럽게도 개의 코에 침발라주는 컷이다. 이건 사람이 직접 나서는거보다 의인화된 스노캣만이 할 수 있는 점이 아닐런지. 더불어 작가의 아버님은 중간 중간 작가의 위트가 부족하다 싶을 때 꺼내쓰는 비장의 무기란 생각이 들었다. 3부에서는 앞서 1,2부에 등장했던 이야기에 살을 더 붙인 느낌이 드는데 그도 그럴것이 책에 실린 에세이들은 이미 발표된 글들이라 시간 순서상 나중에 오게된 글이 3부에 몰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에 겐자부로의 '외치는 소리'미주에는 아에 작가가 나중에 한권의 에세이집으로 묶일줄 몰랐다고 자백(?)까지 한다. 덕분에 그 책이 정말 무슨 내용이길래 싶은 맘에 결국 읽어봐야 할 책 목록에 올릴 수 밖에. 그런가하면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만화책의 경우는 읽고 싶지만 읽을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다행히 그를 소설가로 만들(?)어준 도라에몽은 쉽게 구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3부까지 읽으면서 이렇게 위시리스트를 적다가 괜시리 허망해지는게 4부에서 떡하니 작가가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와 작품리스트를 공개해주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론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가볍지만 제법 작가가 되려면, 저자처럼 되기 위해 무엇을해야할지 메뉴얼을 구하는 이들에게는 도움이 될만한 파트이기도 하다.


작가가 된지 10년이 된 해를 기념하기 위해 쓰여진 에세이집으로 작가가 아닌 그저 평범한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도 있고 그런가하면 늘 새로운 작품, 이전에 접해보지 않았던 내용으로 출간하고 싶은 작가로서의 바람도 보이는데다 누군가 작가가 되려고 한다면 이렇게 해보는건 어떠냐며 조언을 받았던 입장에서 해주는 입장으로 성장하는 '전문가'의 모습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작품을 의뢰받고 탄생하기 까지 어떤 의도와 배경이 있었는지 숨기지 않고 공유해주는 '열린'모습과 '겸손'한 작가의 면모가 참 부럽고 멋져보였다. 무작정 작품만 던져놓고 긴 시간 함구하거나 모든 것이 독자의 상상에 달려있다고 외면하는 까칠함이 시크한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들 보다는 난 확실히 이런 모습이 훨씬 '더 괜찮은 것'같다. 한마디로 독서망양을 부르는 책을 고르라면 이 책도 포함시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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