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채널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철학 석좌교수 장하석.

과학에 관심이 많거나 올 초에 EBS에서 특별기획으로 진행되었던 과학철학 강의를 몰랐던 사람들이라면 장하석이라는 이름보다 아마 '나쁜사마리안들'이란 책으로 몇 년전 큰 관심을 일으켰던 그의 형 '장하준'교수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에 워낙 화제가 되었던 책과 저자였던터라 관련 강좌와 책을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딱히 무언가 큰 '깨달음'이라고 할 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다. 하지만 무엇때문인지 그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온도계의 철학'이라는 그야말로 전문서적 - 실제 이 책은 2006년도 과학철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러커토시상을 받은 저술-임에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읽으려고 애썼었다. 물론 그 책을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친근한 문체와 독자로 하여금 마치 이해가 되고 있는 것만같은 착각에 빠트리는 묘한 매력에 사로잡혔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이 책,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보고 이책은 반드시 읽어야만 한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고 책을 다 읽은 지금 역시나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책의 내용은 앞서 언급했던 EBS에서 기획한 장하준 교수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강좌에 좀 더 살을 붙인 결과물이다. 만약 책의 접근이 수월하지 않다면 강의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짜피 그 강좌를 보게되면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을 수 밖에 없으니 결국은 이 책만 읽어도 되긴 하다. 과학철학. 철학도 어렵고 과학도 어려운데 이 두학문이 합쳐지면 어떤 의미가 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선 과학의 정의도 알아야 하고 철학은 또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책의 내용을 종합해보자면 사람이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사회가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 무언가 기존의 이론보다 더 나은 개념이나 기술을 익혀야 한다. 하나의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하는 과정속에 의견이라는 것이 나뉘어 지고 이것을 서로 비판해 가는 과정이나 행위 자체를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면 이렇게 어느정도 결론이 난 이론들을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확정지을 수 있는 것이 과학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가 1700년대에 천왕성을 발견하기 이전까지 육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던 것은 토성까지 였다. 이후 천왕성이 발견되었을 때 기존의 이론에 적합하지 않아 처음에는 무시되었던 이론이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기존이론과의 비교로 밝혀낼 수 있었다. 이 현상을 보면 과학은 끊임없이 비판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포퍼의 이론과 정해진 자연과학을 이론에 끼어맞추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발전 할 수 있다는 쿤의 이론이 대립하게 된다. 서로의 의견이 대립되긴 하지만 양쪽의 말 모두 틀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관측을 통해 증명해왔던 가설, 귀납적 추리이론의 경우가 일반적이었던 것을 '흑조'의 발견으로 귀납적 추리는 결국 과학적 결론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오점을 발견해내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대략 파트1에 해당되는 내용이고 파트 2부터는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이 과학철학을 배워가게 되는데 이부분은 책 리뷰라고 적기에는 지나치게 리포트적인 부분이라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장하석 교수의 명저 '온도계의 철학'의 일부이자 핵심인 '물의 끊이는 것'과 관련된 부분이 포함되어 있으니 해당 책을 읽고자 한다면 거쳐갈 수 밖에 없다. 파트3의 내용은 앞서 교수가 던져놓은 질문들, 과학의 발전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과학을 공부하려는 사람들과 과학을 통해 사회발전을 기대하는 것과의 연관성의 기대를 얼만큼 두어야 하는지등에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과학을 포함한 모든 학문들은 끊임없이 기존의 이론과 자신과 반대되는 이론의 비판적 사고를 멈춰서는 안되며 다양한 사고, 다원주의 적 과학으로 성장해야 된다고 말한다. 서양학문이었던 과학을 국내에서는 그 어떤 과목 못지않게 중요시여기며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조건적으로 주입시키지면 왜 그공부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중요도는 심각하게 고민해오지 않았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런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과학철학책이지만 학문을 공부하려는 이들에게는 필수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을 받아들일 때 우리가 매번 강조하는 주입식, 사고보다는 그저 암기하려는 방식은 오히려 사고의 단절을 낳을 수 밖에 없고 과학이론이란 것 자체가 지금까지는 정론이었어도 앞으로의 실험과 검증을 통해 충분히 다른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쿤은 과학이 물론 대단하고 사랑스럽지만 사회의 어떤 영향을 미칠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분명 과학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이런저런 사건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실제 그럴 수 밖에 없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새로운 이론과 제대로된 이론을 위한 비판이야 말로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발전이란건 거창하게 과학계의 혹은 사회전체를 뒤바꿀 수 있는 것이라기 보다 자기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므로 우리가 좋아하는 '과학적'인 방법을 위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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