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쓰레기를 그만 버리기로 했다 - 어렵지 않게 하나씩! 처음 시작하는 제로 웨이스트
케이트 아넬 지음, 배지혜 옮김 / 미호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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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웨이스트란 자신에게 맞는 생활 방식을 찾는 과정이고 ‘제로‘라는 단어는 노력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47쪽

며칠 전 음식물을 포함한 쓰레기봉투를 구매하려다가 자연분해가 가능한 봉투를 구입하며 나름 뿌듯함을 느낀 적이 있었다. 책 <이제 쓰레기를 그만 버리기로 했다>를 읽기 전까지는 환경을 위해 조금씩 실천해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자연분해 되는 봉투가 그렇지 않은 비닐봉투보다야 낫겠지만 결국 자연분해 봉투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며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자연분해 되는 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이용하고 있다길래 다음에는 나 또한 종이봉투를 구매할 수 있는지 찾아볼 생각이다. 이 책의 활용은 바로 이런 방식이다. 내가 모르고 오해하는 어렵기만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좀 더 수월하게,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환경과 취향에 맞게 실천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먼저 실천한 선배로서의 경험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특히 제로웨이스트라고 하면 미니멀리스트처럼 거의 대부분의 물건을 비우고 살아야 한다고 착각하거나 육류를 포기하고 비건으로 살아야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한다. 얼마전 읽었던 환경관련 책들에서도 알려준 것처럼 육류를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동물을 기르는 데 자연친화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도 꼭 필요한지 깊이 고민해보는 과정을 꼭 거쳐야 한다. 없어도 생활 할때 불편하지 않은 물건이라면 아예 물건을 들이지 않는 것이 환경에 더 도움이 되면서 가장 저렴한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79쪽

한 때 환경을 위한다며 텀블러와 에코백을 잔뜩 사들인 적이 있었다. 사기도하고 물건을 사고 공짜로 받기도 하다보니 소장하고 있는 에코백과 텀블러 갯수가 수십개에 달했다. 이게 과연 환경을 위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을 늘이고 공짜 에코백과 텀블러를 받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소비를 지출했을 뿐이다. 서두에 게재한 발췌문을 보면 알겠지만 생활 습관을 바꾸는 기회와 시작으로 제로 웨이스트를 받아들인다면 시간과 자원을 절약하는 데 도움이 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구체적으로 총 6주 플랜을 제시하는데 1주차에는 버리기와 거절하기 2주차에는 재사용과 대체품 3주차에는 욕실과 위생용품 4주차에는 청소와 청소용품 5주차에는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정리해보고 마지막 6주차에는 가장 고난이도의 썩히기와 대응하기인데 이중에 몇 가지를 좀 더 이야기해보자면 3주차는 나보다 우리 남편이 읽어봐야 하는 내용이었다. 청소에 소질이 있다고 표현하는게 맞는지는모르겠지만 화장실과 주방 그리고 집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을 자발적으로 해주는 고마운 남편이지만 독한 세정제와 갯수가 지나치게 다양한 제품을 쓰는 것이 늘 아쉬웠다. 책에서는 갯수를 줄이고 환경을 덜 오염시킬 수 있는 세정제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별도의 페이지를 할애해 전달해준다. 6주차가 가장 고난이도라고 했던 것은 음식물이나 애완동물과 관련해 퇴비를 직접 만드는 것인데 좀 더 찾아봐야겠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도심 아파트와 같은 곳에서 퇴비를 수월하게 만들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주의할 점은 고양이의 경우 배설물을결코 변기에 흘려보내거나 땅에 묻어서는 안된다. 분해되지 않을 뿐 더러 수달이 먹을 경우 아주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혹 애완동물을 기르고 있다면 해당 내용을 좀 더 주의깊게 읽어봐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념일과 여행과 관련해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방법이 유용했는데 코로나시대에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기념일 챙기기와 여행일 것이다. 저자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일 년 중 크리스마스 시기에 가장 많은쓰레기가 나온다고(본문 188쪽)할 정도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선물 등 일회용에 그치는 것들이 많은데 저자가 알려준 선물포장 방식 중 굳이 포장을 하지 말고 등 뒤에 숨겼다가 ‘짜잔‘하라는데 웃음이 나면서도 아이에게는 꽤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하면 신문지 활용도 가능했는데 이때 사용할 면의 헤드라인 기사를 꼭 확인하라고 했다. 왜냐면 저자의 어머니가 포장한 신문지의 기사가 가족보다 보내는 크리스마스보다 돈이 더 좋다라는 내용이 실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비행기에 탑승시 알게 모르게 일회용품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경고도 인상깊었다.

소소하게 위트있는 저자의 글이 맘에드는 여러 순간 중 하나였다. 이처럼 어렵지 않게 바로 그리고 함께 실천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생활을 전해주는 이 책을 제로 웨이스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지금 내 생활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사람, 소비 생활에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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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이 왔어!
조수경 지음 / 올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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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곰이 등장하는 올리의 새 그림책 ‘곰이 왔어‘.

실제로 마을에 곰이 내려와서 농작물을 망치거나 끔찍하게도 사람을 공격했다는 기사를 가끔씩 보게 된다. 어릴 적 동화에서는 마법에 걸린 왕자 혹은 공주가 곰이 되기도 하고 귀여운 곰과 사람이 사이좋게 지냈다는 내용을 접하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아마 아직 세상을 그리고 야생동물을 잘 모른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곰과 인간은 상생이 불가능한걸까. 아마 지금처럼 각자의 터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조수경 작가님은 곰과 인간의 대립처럼 보이는 설정을 통해 서로 양보하고 포용해야 할 관계들이 얼마나 쉽게 또 폭력적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야기 속 곰들은 사람의 언어와 생활방식을 배우며 공존할 수 있는 존재임을 보여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가하면 그림속 인간들처럼 무자비하게 곰들을 멸시하고 못마땅하게 여기며 커다란 벽으로 경계를 만들기도 한다.

책을 처음 받았을 때 과연 이 무거운 이야기를 아이에게 어떻게 들려주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이의 시선이 아닌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곰과 사이가 멀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생각하며 사이좋게 곰이랑 같이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궁금해했다. 결국 그림책을 포함해 우리에게 ‘이야기‘란 있을 수 있는일들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즐거운 방식 중 하나인 것 같다. ‘곰이 왔어‘는 책과 함께 ‘가면 쓰고 연극하기‘라는 주제로 상황을 재연하며 인물의 입장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는 타블로 독후활동지와 가면을 이용해 이 곰의 심정과 인간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어 아이가 더 재미있게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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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2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2
존 톨랜드 지음, 민국홍 옮김 / 페이퍼로드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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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본격적인 전쟁 진행과정과 그의 최후가 담겨져 있었다. 그렇다보니 1권에서 잠시나마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잊혔던 악행이 반전처럼 다가와 더 크게 흥분하며 읽게되었다. 영국과의 관계를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회담을 갖는 등 애써보지만 결국 그는 차례차례 인근 유럽 국가를 시작으로 폭력을 행사해나간다. 그런 과정에서 학살당하는 유대인 뿐 아니라 독일 군인들 또한 잘못된 방향으로 나가는 지도자로 인해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 그야말로 전쟁의 참상이 전쟁사가 아닌데도 저자의 의도대로 그대로 드러난다. 이런 그의 투쟁은 그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이어지는데 프랑스의 항복을 받아낸 후 파리를 여행하며 건축물에 감탄을 하고 과거 자신의 야망이 미술에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는 괴리감이 더 크게 느껴져 멍해지기도 했다.



˝나는 당신만큼 파리를 좋아한다. 파리는 19세기 이래 예술의 중심지였다.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만 해도 나의 야망이 미술분야에 있었기 때문에 운명이 나를 정치 쪽으로 밀어 넣지 않았더라면 이곳에서 공부했을지도 모른다.˝ 202쪽



책에서는 히틀러만큼이나 그의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특히 힘러와 관련된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그또한 히틀러 못지 않은 문학가이자 부하들의 기억속에는 다정다감하지만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했다고 한다. 그런 그도 매일 같이 진행되는 살인행위, 학살이 가져오는 폭력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그런 인식이 의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양심의 소리마저 명령앞에서, 대의앞에서는 가져서는 안된다는 결연함으로 이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힘러는 그가 유대인인지를 물었다. 젊은이는 유대인이었다. 부모 양쪽이 유대인인가? 그러했다.
조상 중에 유대인이 아닌 사람이 있는가? 없었다.
힘러는 발을 굴렀다. ˝그렇다면 내가 더 도와줄 수가 없다.˝
299쪽

그런가하면 히틀러가 마지막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에바와 관련된 이야기도 이전에는 잘 알지 못했던 부분으로 흥미로움과 동시에 다소 답답한 마음이 느껴졌는데 그의 죽음이 내가 알던 분위기와 전혀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패전 후라 간소하긴 했지만 증인과 서약이 있었던 명백한 결혼식을 치뤘다는 점, 아내인 에바와 함께 마지막을 맞이했다는 점과 죽는 순간 남기는 유언을 여러번 고쳐쓰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유대인을 향한 박해와 학살의 행동에 후회가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나도 조금이나마 절대 그래서는 안되었던 그의 행동을 이해해보려고 했었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읽으면서 분명하게 깨달은 것은 어떤 폭력도 이해될 수도 용인될 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히틀러에게 조금의 인정과 예술적 재능, 자신의 이념을 확고히 하려는 리더십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역사에서 결코 잊혀서는 안되는 내용들을 복원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잘 담겨져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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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쟁 시기 동안 결혼의 책임을 질 수 없었다. 이제야 드디어 세속의 경력을 마감하려 하고 있는 만큼 에바를 나의 아내로 맞이하기로 결정했다. " 661쪽


패배가 확정되었을 때 조차 히틀러는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신뢰하던 힘러까지 그를 배신하고 그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때 그는 모두에게 물러가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그런 그의 곁에 남아있던 에바를 결국 아내로 맞이하는 장면을 읽으면서 한 평생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워 하던 그가 마치 어머니의 변함없는 사랑을 재현하기라도 하듯 에바곁에서  이토록 평안하게 죽어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잔인하게도 느껴졌지만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유언으로 남긴 그의 마지막 행동을 보며 자신의 잘못된 욕심으로 전쟁터에서 가족과 떨어져 홀로 죽어간 수많은 병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유대인 절멸을 위해 자신이 투쟁하였음을 결코 후회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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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들이 너를 찌르더라도

싸우라, 저항하라, 버텨라

너 자신이 사라진다 해도

깃발을 높이 들어라


456쪽



내가 이전에 생각했던 나치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5년전에는 인간적 사고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로 폭력과 같은 세뇌로 인해 기계적인 학살을 반복하는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 나치와 관련된 소설과 실제학살에 가담했던 이들이 남긴 문학작품과 에세이를 보면 그들도 유대인과 관련된 문제만 아니라면 부정적인 면모보다 오히려 문학적으로나 예술적으로 풍부한 재능과 사교성도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위의 시는 힘러의 작품으로 그의 부하들의 평가만 봐도 그는 민주적이고 다정다감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들은 왜 그토록 유대인을 미워할 수 밖에 없었을까. 심지어 '너 자신이 사라진다 해도' 말이다. 책을 읽을수록 그들의 명분이란게 얼마나 이기적이고 극단적인지를 깨닫게 될 뿐이다. 그들의 대의는 결코 합리화 될 수 없다는 것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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