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
장민주 지음, 박영란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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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점에 가 보면 우후죽순격으로 출간되는 2종류의 책이 있다. 첫째는 유명 캐릭터(디즈니라던가)들을 전면에 내세운 아포리즘 도서다. 처음 나올 때는 이런 걸 누가 보나 싶었지만, 서점을 점령한 것을 보면 분명 소비되는 독자층이 있는 듯 싶다. 다음으로는 '개인을 따스하게 위로해주는 제목'으로 출간되는 책들이다. 제목만 봐도 독자들에게 따스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 같지만, 그 말들이 너무 식상해 어쩐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이런 종류의 책들이 대체 어떠한 매력이 있길래 그렇게 많이 출간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닿아 후자의 종류라고 할 수 있는 책, <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를 읽어보았다.

책을 읽기 전, 작가 이름이 '장민주'이기에 한국인 저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읽어 보니 외국(대만) 저자의 책이었다. 이 책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저자가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작가가 되어 '자신의 우울증'에 대해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우울증에 걸리게 되었으며, 그것의 증상은 어떠했고, 그 우울증 때문에 겪은 일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삶에 끼친 영향을 말한다.

(저자는 우울증 때문에 자신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싶어 대학에서 심리학까지 전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우울증을 학문적으로 분석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일기나 수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울증 때문에 힘든 학창시절을 보냈던 것, 그리고 우울증이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막연하게 '우울증에 걸린 나'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느낀 것들을 말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힘든 마음(우울증)을 견뎌냈는지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런 종류의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깊이가 다소 아쉬웠다. 이론적인 면에서 부족했다는 게 아니라, 글의 대부분이 현실에서 조금 떠 있는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솔직하게 글을 썼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어쩐지 마음에 와닿는 글은 아니었다. 조금 더 자신을 내려놓고 털어놓았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겉도는 대화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우울증에 대한 내용이라고는 하지만 책이 심하게 우울하지는 않기 때문에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종류의 책을 왜 읽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편견(양산형 책은 읽을 가치가 없을 것이다)은 다소 깰 수 있었다. 감정적으로 다소 어려운 상황에 있는 독자들에게 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새삼 '취향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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