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 전2권 세트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미토스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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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몸이 너무 아프고 날씨는 덥고 잠을 이룰 수 없는 여름밤. 나는 <시간여행자의 아내>란 책을 읽으면서 아픔도 잊고, 더위도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밤 꿈속에서 나는 헨리처럼 여기저기 시간여행을 다니는 꿈을 꾸었다. 분명 시간여행은 신나는 일이었지만, 그보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 책속 "헨리"는 시간여행을 하곤 한다.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심하게 긴장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시각적으로 뭔가 어지러운것을 볼때(그래서 그는 TV를 못 본다) 그는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게다가 과거나 미래 어디로 갈지, 어느 장소로 갈지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또한 가장큰 문제점은 시간여행은 오로지 몸만 이동한다는 것이다. 즉, 그는 낯선장소에 알몸인 채로 떨어지게 된다. 어릴적부터 시간여행을 겪으면서 가장 큰 문제는 옷을 걸치는 것이었으므로 그는 자연히 소매치기, 빈집털이, 싸움등의 기술을 익히게 된다. 본인의 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러던 중 그는 43살의 나이로 6살난 꼬마 여자아이 클레어를 만나게 된다. 그 여자아이는 아직 아이라서인지 몰라도 헨리의 말을 모두 믿어주고 헨리에게 옷과 먹을것을 마련해 준다. 헨리는 희한하게도 이 여자아이앞에는 계속해서 나타나게 되고 헨리의 나이도 클레어의 나이도 그때 마다 달라진다. 시공간을 초월한 잦은 만남과 이별을 통해 클레어와 헨리는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동시대에 같은 공간에서 만나지 않는 이상 이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기 힘들고, 마침내 클레어가 20살, 헨리가 28살이 되는 해에 두 사람은 같은 시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고 결혼을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되는 헨리의 갑작스런 시간여행으로 클레어의 기다림은 계속된다.

기본 줄거리인 시간여행이야기와 헨리와 클레어의 사랑이야기도 분명 로맨틱하고 멋진 것이었지만, 그보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벌어지는 여러가지 사건들과 결국에는 퍼즐조각을 맞추듯 연결되는 사건들을 보며 작가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내내, 읽고 나서도 여전히 내가 클레어라면? 내가 헨리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클레어의 기다림도 참 안타까웠고 못할짓이다 싶었지만 헨리의 두려움이 더 컸으리라 싶어서 헨리가 퍽 안타깝게 여겨졌다. 평생 언제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태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두려웠으랴. 게다가 말년에 헨리에게 닥친 불행은 정말이지 뭐라고 위로해야 좋을지 모르겠을 정도였다. 가여운 헨리- 결국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죽는지 끝내 클레어에게 말하지 못한다. 만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 클레어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책으로 읽는 것도 정말 재밌고 멋진 경험이었지만, 영화로도 개봉된다니 정말 기대된다. 하루빨리 극장에서 개봉하여 클레어와 헨리, 그리고 엘바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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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현경의 가족관찰기
선현경 지음 / 뜨인돌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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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란 잡지를 참 좋아한다. 그 잡지를 통해 알게된 "선현경"이란 만화가. 나에게는 그저 매달 페이퍼에 재미난 생활담을 싣고 있는 만화가로 각인되었는데, 많은 이들에게 그녀는 아직은 유명만화가 '이우일의 아내'로 기억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이우일과 소개될 때, 유명 만화가 이우일씨와 역시 유명 만화가 선현경씨로 소개되기를 바란다.

재미난 캐릭터를 잘 그려내는 이우일의 그림체도 좋지만, 동글동글 모든 사물을 모난데 없이 그리는 선현경의 그림체도 참 좋아한다. 무엇보다 그림속에서 대상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만화 속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무척 단순하다.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알콩달콩 재미나게 살아가는 생활 속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그 생활 속 이야기는 전혀 범상치 않다는 면에서 이야기들은 단순함을 넘어선다. 가령, 이 부부는 여행도 좋아하여 신혼여행담을 책으로도 엮어내고 그밖에 도쿄여행기등도 책으로 냈지만, 그만큼 집안에서 뒹굴거리기도 좋아한다. 둘다 작업실도 따로 없이 집안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출퇴근도 따로 없고 온종일 집안에서 복작거린다. 서로 붙어있는 시간이 기니 선현경의 '가족 관찰기'의 소재는 무한하겠지만 말이다. 하하

덩치가 무척 크고 꼼꼼하고 세심하고 쇼핑을 좋아하고 프라모델을 좋아하고 그러나 운전도 못하고, 못질도 못하는 남편 이우일과

덩치는 작고 덜렁거리고 실수도 많고 잠꼬대를 하면서 자고 인형모으기를 좋아하고 그러나 집안에서는 제일 어른같은 부인 선현경과

말도 너무 잘하고 똑부러지고 그러나 아이다운 천진함과 엉뚱함으로 엄마, 아빠를 당황시키고 웃기고, 울리는 사랑스러운 딸 은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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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6-08-1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이우일씨 홈페이지가서 뒤적거리며 놀다오곤 하는데 참 재미있어요^^

구름의무게 2006-08-11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지님/ 오랜만이에요. ^^ 아. 이우일씨도 싸이월드나 그런걸 하시는건가요? ㅋ 암튼 이 가족들 참 재미나게 사는것 같아요. :)
 
렉싱턴의 유령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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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이 작가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렇다면 더이상 그가 쓰는 작품을 읽지 못하게 될테니까. 하루키의 전작을 다 읽어보지 못하고 야금야금 아껴읽는 이유도 훗날을 대비해서 라고 하면.. 너무 거창할까?

솔직히 내가 하루키만 편애하나? 싶을정도로, 하루키의 이번 작품의 분위기는 박민규의 <카스테라>란 책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왜 하루키만 편애한다는 기분이 들었느냐 하면, 박민규의 <카스테라>를 읽으면서는 '이런게 무슨 소설이야? 너무 황당하군!' 이라는 생각이 주로 들었는데,(물론 참신하다고도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책을 읽는 내내 '역시 하루키야!'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역시 난 너무 하루키를 편애한다. 한편으로는 이번 책을 읽으면서 '박민규'란 작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 역시 나는 하루키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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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제목으로도 쓰인 렉싱턴의 유령, 녹색의 짐승, 침묵, 얼음사나이, 토니 다키타니, 일곱 번째 남자, 장님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 이야기다.

렉싱턴의 유령 말그대로 렉싱턴이란 곳에서 화자가 만난 유령에 대한 이야기나, 전혀 무섭거나 하지는 않다. 그리고 녹색의 짐승 역시, 처음 시작은 조금 무시무시(?)하지만 결국 전혀 그런 내용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침묵의 경우가 오히려 조금 무서운데, 현대사회에서 우리들이 편견과 무관심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왕따'이야기쯤 되지만 그보다는 좀더 심오하다. 얼음사나이라는 이야기도 나로서는 조금 무섭다는 기분이었고, <토니 다키타니>는 이미 영화로도 개봉되어 많이들 알고 있는 이야기다. 지독히도 옷사기를 좋아하는 부인을 둔 남자 이야기! 부인이야기만 가득할거라는 내 생각과 달리, "토니 다키타니"란 사내에 대한 묘사가 꽤 많고 분량도 제일 길어서, 영화로 못본것이 무척 아쉬워졌다. 일곱번째 남자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모여서 각자 이야기를 나누는 구도가 우선 맘에 들었고,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동남아시아에서 지진해일피해가 크게 났을때, 그 사건에서 착안하여 쓴 소설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솔직히 마지막 단편은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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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하루키, 하루키 하는 사람들 정말 최고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느순간부터 나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 되었다. 언제까지 내가 이 작가를 이토록 좋아할지 나 스스로도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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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2007-08-21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생각하지 못했던 건데, 하루키가 저보다 먼저 죽는다는 게 참 두려운 일이네요.

구름의무게 2007-08-2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도님 반가워요! ^^ 정말 하루키가 죽는다는 건 두려워요. 그쵸? 그가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내주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두고두고 읽을 수 있도록. :-)
 
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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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데미안>을 읽으려다가 몇번이나 포기했었다. 이번에도 역시, 초반에는 읽기가 참 힘들었다. 헤르만헤세만의 자못 무뚝뚝한 글투에 적응하기가 어찌나 어렵던지.. 그러나, 우리들의 주인공 '나(에밀 싱클레어)'의 방황, 고민등이 공감되는 구석도 있고, 참 인간적이라 점차 데미안이란 소설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막연히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라는 유명한 구절로 짐작한 데미안이란 소설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지루한 소설일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소설은 오히려 한 소년이 청년으로,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데미안'이란 친구이자,선배인 한 인물의 영향을 크게 받는 이야기다. 그래서 성장소설로 제법 재미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주인공 '나'는 비교적 평범한 가정에서 별 걱정없이 잘 크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날 '크로머'라는 나쁜 친구에게 한번의 말실수로 꼬투리가 잡혀 계속 협박을 받으면서 고난을 겪게되고 이 과정에서 '데미안'을 만난다. 그리고 데미안의 도움으로 '크로머'의 속박에서 해방되며, 이 후 종교에 관한 문제로도 데미안과 함께 진지한 토론을 하게 되고, 데미안과 헤어져 청년기를 보내면서는 여자문제, 술문제등 여러가지 쾌락에도 물들게 된다. 그러나 곧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데미안과 극적으로 다시 만나,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부인'과도 친분을 쌓게 되면서 점차 여러가지 고민들로부터 자유롭게 된다. 결국에는 전쟁이 일어나고 데미안과 '나'는 전쟁에 참전하게 되며 마지막에는 전쟁에서 부상을 당한 '나'가 마지막으로 데미안과 만나, 결국 데미안과 같은 친구는 자신의 마음속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읽은 데미안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위와 같다. 솔직히 많은 친구들의 말대로 <데미안>은 두고두고 다시 읽어볼 수록 느끼는 것도 깨닫는 것도 많은 소설이라 생각된다. 겨우 스물네살에 데미안을 처음 읽어보았으니 앞으로도 적어도 한번 이상은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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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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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배낭여행을 떠난건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때였다.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하게 되어 무섭게 두근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고등학교시절 친구와 단둘이 떠났던 중국. 비록 2주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 2주간의 여행이 내내 내 가슴을 설레게 하고 다시 떠나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번째 여행은 올 여름 6월말부터 7월말까지 한달간 이루어졌다. <세계문화체험>이란 이름아래 학교에서 하는 교과목을 이수하게 되어서 몽골에서 그곳 대학교 학생들과 교류도 하고, 시골마을에서 봉사활동도 하고, 고비사막도 여행하는 코스였다. 우리는 이에 질새라 여정이 끝난뒤 우리들끼리 러시아에도 넘어갔다 올 계획을 세웠다. 두근두근 무섭게 요동치는 심장과 함께한 한달-

한달 뒤 집에 돌아와보니 책상위에 떡하니 이 책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제목부터 "on the road"라니! 어쩜, 지금 막 집에 돌아온 내게 안성맞춤인 책이구나! 싶었다.

이 책은 박준이라는 사람이 몇해전 ebs에서 "태국의 카오산로드란 곳에서 여행자들을 인터뷰해서 만든 다큐멘터리"를 글로 옮긴 것이다. 나는 아쉽게도 그 다큐멘터리는 보지 못했지만, 책 자체가 인터뷰 형식이라 마치 동영상을 보는 듯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직 채 지난 여행의 여운이 가라앉기도 전인데도 불구하고 다시 새로운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박준이 인터뷰한 사람들은 대부분 1년이상 장기여행을 하고 있는 배낭여행족들이다. 나이와 성별, 국적은 다양하지만, 이들에게 똑같은 점이 하나 있다면, 여행을 진정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행복에 대한 기준도 다 다르기에 무조건 여행하면서 사는 삶이 최고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으나, 나는 그 저마다 다 다른 가치관을 제일 많이 충족시켜주는 것은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나 또한 이번 한달간의 여행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고, 이 책속 누군가의 말처럼 새로운 나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서는 여행길에서 친구를 사귀는 데 영어는 크게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는 영어가 짧아 많은 친구를 놓쳤고 그게 제일 안타깝다. 그래서 다음에 다시 여행길에 나설때에는 꼭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 보고 싶다.

해외여행을 떠나고는 싶지만, 떠날 용기가 부족한 이들이 읽어보면 꿈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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