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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드릭 이야기 ㅣ 네버랜드 클래식 20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C. E. 브록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 적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화는 <로빈슨 표류기>였고, 아마도 그 다음으로 좋아했던 동화는 <소공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분명히 내가 갖고 있던 동화전집에 <소공자>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로빈슨 표류기>와 <소공녀>를 읽고, 또 읽어서 내용을 줄줄 욀 정도가 되도록 <소공자>는 한 번도 펴볼 생각을 못 했다. 왜 그랬을까? 게다가 나는 꽤 나이가 들어서까지 <소공자>와 <왕자와 거지>를 구별하지 못했다. <왕자와 거지>의 또 다른 제목이 <소공자>라고 생각했으니 참 말 다했다. 하하 ;;
그러다가 얼마 전 <세드릭 이야기>란 제목으로 완역된 시공사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도대체 <소공자>는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덥석 책을 손에 들었다. 음...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내가 만약 어렸을 때 <소공녀>보다 <소공자>를 먼저 읽었으면, 어쩌면 <소공자>를 더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는 거였다. 하긴, 소녀적인 감수성이 풍부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밤마다 진수성찬이 펼쳐지고 착한 베티가 나오는 소공녀가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지극히 순종적이고, 늘 당하기만 하고, 고생만 죽어라 하는 소공녀보다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티없이 밝고 순수하게 자라, 주변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세드릭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어떤 동화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 (물론, 백작이라는 계급제도, 하인 등은 거슬리긴 했지만...)
늘 무뚝뚝하고 다른 사람에게 화만 내던 할아버지를 아이다운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 누구보다 착한 할아버지라고 굳게 믿는 세드릭. 그리고 그런 세드릭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정말 착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퍽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앞으로 작은 폰틀로이 경 이야기를 두고두고 다시 펼쳐보게 될 것 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