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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
셸리 킹 지음, 이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
셀리킹 지음, 열린책들, 2016
이 책은 정말 우연히 알게 되었다. 유명하지 않은 작가의 첫번째 작품. 그리하여 국내에서는 이렇다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제목만 보고도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내가 무척 좋아하게 되리라는 것을. 이 책의 원제는 <The Moments of Everything!>이다. 원제도 멋지긴 하지만,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을 지은 편집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모든 일이 드래건플라이 헌책방에서 시작되었다>라니. 이 얼마나 독자의 흥미를 잡아끄는 멋진 제목이란 말인가!
우연히 알게 되어서 정말 재밌게 읽고 주변에 널리 권한 책 중에 원조격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고, 최근에는 <건지 감자껍질 파이 북 클럽>이다. 이 책도 앞으로 여기 저기 권하고픈 책이다. 물론, 주인공 매기가 로맨스소설 킬러라 그런지, 로맨스소설에나 나올법한 19금 내용이 많아서 그 점은 조금 주의해야 겠지만.
책을 읽다가, 울었던 기억보다, 웃었던 기억이 더 까마득한데, 이책을 읽으면서는 정말 많이 웃었다. 책을 읽으면서 킥킥대는 행복한 경험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을 읽어도 사람들의 삶은 바뀌지 않는다. 흔히들 바뀔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명상을 하려고 휴양지로 가는 비행기 1등석에서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읽거나, 이혼한 후 킬리만자로 산을 덮은 만년설을 보려고 떠난 길에서 폴 보스의 <마지막 사랑>을 읽는다 해도, 디즈니랜드에서 회전 컵 놀이 기구를 타며 빙글빙글 도는 것보다 더 거창한 깨달음을 얻는 것도 아니다. 미안하지만 이게 진실이다. <중략> 그들은 질리지도 않고 이곳을 찾아와 실망으로 가득 찬 마음을 달래고 사위어진 열망을 되살리기 위해 종이와 글로 된 엘릭시르(연금술에서 만병통치와 불로장생의 효험이 있다고 전해지는 영약)를 찾는다. 책이 내 인생을 바꿔 주었다고 믿기 때문이다.(p.11~12)
제이슨의 말이 옳았다. 가장 좋아하는 책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이러쿵저러쿵 하는 의견에 휩쓸리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라일락 향이 나는 티슈에 싸두거나 버블 랩으로 돌돌 말아서 가슴속에 고이 모셔 두어야 하는 것이다. (p.188)
어쩌면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비로소 가장 진실한 자아를 드러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날 그녀의 웃음에는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소리 없는 웃음이었지만 그의 눈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그들의> 웃음이었다. 그 두 사람만의 웃음 말이다(p.236)
슬픔에는 예상치 못한 구석이 있다. 다시는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며칠이 지나고 내면이 텅 비고 피부가 종이인 것 같은 느낌으로 하루하루 버티다 보면 슬슬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이가 죽음을 맞은 순간이나 온몸에 관을 달고 병실에 누워 있던 모습이 떠오르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되기 전, 그러니까 그 사람은 건강하고 당신도 모든 게 완전했던 시절 그가 좋아했던 것들이 슬그머니 기억이 난다. 그런 기억이 당신을 찾아오면 그제야 비로소 당신은 깨닫게 된다. 죽음으로 떠나간 사람은 결코 영원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사람은 결국 당신의 일부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당신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p.337)
편지를 다 쓴 후 종이를 접어 언젠가 그가 알려 준 암스테르담의 가게 주소를 적었다. 그리고 밤을 밝히는 불빛 속을 걸어 드래건플라이 맞은편의 우체통으로 갔다. 투입구의 덮개를 열고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편지를 밀어 넣었다. 10년 동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종사한 덕분에 나는 이메일의 비트와 바이트, 페이스북 포스팅, 트윗, 문자 같은 것들을 잘 안다. 그런 세상에서도 종이 한 장을 상자에 넣으면 며칠 후 지구 반대편에 도착한다고? 이거야말로 진짜 마법이다.(p.341)
두 사람은 크리스마스에 드래건플라이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다. 솔직히 두 사람이 아직 젊고 서로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 않느냐며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다. 두 사람의 미래가 살짝 걱정스럽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중에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새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누가 있으랴.(p.345)
서점은 로맨틱한 생명체다. 녀석은 자신이 파는 물건으로 당신을 유혹하고 여러 가지 골칫거리들로 당신의 마음을 산산조각 낸다. 열렬한 독서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서점을 원한다. 그들은 하루 종일 책에 파묻혀 지내는 생활이야말로 자신들의 열정을 가장 근사하게 채우는 방법이라 여긴다. 하지만 그들은 서점으로 들어오는 책들을 분류하고 나가는 책들을 추적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책을 나르고 책꽂이에 정리하느라 요통에 시달리고 그렇게 고생해 봐야 손에 쥐는 돈은 푼돈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독자들은 마치 결혼 생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결혼식을 어떻게 올릴지에 대해서만 생각하는 사람들 같다. 책은 어느새 무거운 짐이 된다. 그 짐을 피해갈 방법은 없다.(p.348)
드래건플라이를 찾는 사람들은 단지 책을 소유하려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책이 필요하고 책을 갈망하고 책이 없다면 숨조차 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 헌책방과, 이 헌책방의 책들과, 그 책들이 아직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들과 사랑에 빠졌기에 이곳을 찾는다. 이들은 한때 이 책들을 가졌던 사람들에 대해 이것저것 상상하기를 즐기기에 이곳을 찾는다. 이들은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자신들이 찾아낸 책과 닮았기에 이곳을 찾아온다. 모서리가 살짝 닳은 채 궁합이 맞는 사람이 나타나 책장을 펼쳐 보고 집으로 가져가 주기를 기다리는 책들 말이다(p.349~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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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메기는 회사에서 짤리고(회사는 그녀와 동료들이 하던 일을 머나먼 인도에 있는 보다 값싼 노동력에게 맡겨버렸다. 인터넷의 발달로 더 이상 모두 한 장소에서 일할 필요가 없게 되자, 이런 어려움이 생기고 만 것이다.) 2년간 교제했던 남자친구에게도 차인다. 멀리 고향에 있는 엄마는 이제 집으로 돌아와서 결혼이나 하라고 매일같이 성화지만, 그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낙은 동네에 있는 헌책방에 가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 것이다. 메기가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이기도 한 서점주인 휴고는 다행히도 왜 공짜로 책만 읽느냐고 구박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메기의 오랜 친구 디지는 그녀에게 유명인사들의 북클럽 모임에서 신규 회원을 모집한다며, 거기에 같이 가보자고 제안한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녀의 장기를 십분 발휘할 기회라고 생각한 것. 금주의 도서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 디지가 연락을 준 것은 안타깝게도 이번 주 모임 하루 전날이었다. 하루만에 이 책을 어찌 다 읽지, 고민에 빠진 메기에게 휴고는 책 구석구석마다 흥미로운 메모가 써진 <채털리 부인의 연인>헌 책을 내민다. 결국 책을 다 읽는 데는 실패했지만, 헌 책에 쓰인 메모 덕분에 북클럽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한 메기.
그러나 바로 그들과 친해지기도, 다시 취업을 하기도 쉽지는 않다. 고군분투하는 메기에게 휴고는 자신의 헌책방에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심지어 집세도 깎아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간 쌓아온 커리어가 이런 작은 헌책방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넘친다고 생각하지만, 당장은 다른 대안이 없는데다가, 무엇보다 이곳을 성공시킨 다음 이를 발판으로 다시 취업할 계획으로 이를 수락한다.
메기는 헌책방 홈페이지를 만들고 온라인 판매도 시작하는데, 예상외의 성과로 서점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그녀의 계획은 멋지게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그 와중에 그녀에게는 다시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어주는 새로운 사랑도 나타난다. 게다가 종국에는 결국 북클럽에서 사귄 한 저명인사가 그녀에게 매우 큰 보수로 보다 큰 서점에서 책임자로 일해보라는 제안을 하는데….
바라던 일임에도 메기는 선뜻 수락하지 못하고 망설인다. 과연 그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