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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라의 조건 - OECD 선정 '가장 행복한 13개국'에게 배운다
마이케 반 덴 붐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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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는 사람이 1년 전쯤 독일로 이민을 갔다. 나름 국내에서 탄탄대로를 걷던 사람이었다. 일류대학을 나왔고,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에 들어가서 잘 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도 아닌 독일이라니. 그곳의 무엇이 그 사람의 마음을 끌었을지 무척 궁금했고, 많이 부러웠다. 그런데 그 즈음 이 책을 발견했다. 부제가 무려 부유하지만 불행한 독일에게 가장 행복한 300인이 들려주는 특별한 이야기라니. 내가 아는 그 사람은, 한국에서 못 찾은 행복을 찾아 독일로 갔는데 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케 반 덴 붐은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독일에서 자랐지만, 성인이 된 후로는 네덜란드와 멕시코에서 주로 거주했다. 그동안 그는, 네덜란드와 멕시코 인들이 독일인보다 훨씬 행복해 보인다고 느꼈고, 결국 행복에 대한 취재를 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게 된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올보르에서 엔지니어 회사를 운영하는 라르스 키엘고르는 이렇게 말했다. “독일 사람들은 우리와 달라요. 아마 그래서 우리보다 성공했겠지요. 하지만 그건 제 방식이 아닙니다. 저는 지금행복을 누리고 싶어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고요. 3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한 뒤에나 행복해지는 건 아니라고 봐요.”(p.45)

 

노르웨이

이곳에서는 삶의 속도가 더 느리다. 목적지에 도착하려 해도 시간이 필요하고, 서로를 위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며, 깊이 생각할 시간도 필요하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기감정을 통제하려고 애쓴다. 모든 사람이 예의와 기본 합의를 잘 지켜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을 비판해야 할 때는 정성 들여 포장하고 리본까지 묶어서 비판의 말을 건넨다. (p.58)

 

코스타리카

나는 엄청난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물었다. “행복해요?” 카트하가 환하게 웃었다. “그럼요. 돈이 없어도 행복해요. 전쟁도 안 하고 친구랑 가족이랑 같이 사니까요. 코스타리카는 가난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복해요. 가족이 있고 신이 계시니까요.”

이렇게 가진 것이 적은 데도요?” 그러자 카트하가 대답했다. “쌀과 콩이 있으니까 됐어요. 바나나밖에 없으면 그걸 먹어요. 돈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랑은 살 수 없어요. 사랑이 있으면 돈은 필요 없어요.” 에두아르도가 고객를 끄덕이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 나라는 가난합니다. 그래도 풍요롭게 살 수 있지요.”(p.81)

 

덴마크

덴마크에서는 사람이 우선이에요. 일터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인간을 모든 역할의 총합으로 보는 이런 전인적 사고야말고 덴마크의 인간상을 대표한다.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임신해도 절대 눈총 받지 않아요. 오히려 그 반대이지요. 사장이 진심으로 기뻐해줘요.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여성은 엄마가 되었을 테고, 그럼 예전과 다른 수준의 업무 능력을 발휘할 테니까요.” 맨디가 말했다. 덴마크 사람들은 실업자를 일시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미래 잠재력으로, 나이 든 노동자를 경험의 보고로 생각한다. 인간은 인간일 뿐 마모 현상을 겪는 물건이 아니다. 인간에게는 평생 정신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p.110)

 

루체른의 교회 앞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있던 비쩍 마른 닐스 바우메 할아버지에게 말을 붙일 때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이랬다. ‘말을 걸어도 될까? 분명히 행복하지 않을 텐데.’ 그는 피부가 얇아 핏줄이 다 들여다보이는 손을 심하게 떨며 내밀었다. “행복하냐고?” 그는 구부린 자세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어제보다 많이 알면 그게 행복이지. 여든일곱이나 먹고 뭘 할 수 있겠냐고? 이 나이를 먹고 보니 지금보다 더 기회가 많았던 적이 없었다오. 새로운 것을 하려고 하지 않을 때, 그때가 늙은 거지.”(p.118)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서른다섯 살에 죽었다. 그런데 그가 쓴 작품이 무려 21편의 오페라와 18편의 미사곡, 50편의 오케스트라곡, 42편의 가곡이다. 지금 우리는 평균 수명이 80세인 시대를 산다. 모차르트와 비교하면 40대 중반인 나는 절반을 살고도 아직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한번 살 수 있다. 그 시간에 내가 무엇을 창조할지 누가 알겠는가? 내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p.123)

 

스웨덴

네덜란드 사람들은 직원을 뽑을 때 경력 증명서나 전공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인성이 괜찮으면 나머지는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미술 치료를 공부했지만 철강을 수천 톤씩 팔았고 직원을 채용했으며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주도했다. 되고 싶은 사람이 되려면 또 하나, 지위와 출신, 돈과 상관없이 엄청난 자신감이 필요하다. 회전의자가 없어도 기백이 느껴지고 사람들과 당당히 눈을 맞출 수 있는 그런 눈부신 자신감이 필요하다. (p.144)

 

 

핀란드

겨울에 핀란드가 음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둡고 해가 거의 안 나거든요.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특히 아이들이 있으면 같이 눈싸움도 하고 스키도 타고 각종 겨울 활동을 즐길 수 있죠. 행복할지 말지는 마음먹기에 달렸어요.”(p.188)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광고 포스터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한눈에 보여주는 것 같아요. 포스터에는 사진 두 장이 있어요. 한쪽은 우중충한 11월의 어느 날, 주유소와 그 옆에 서 있는 자동차 한 대. 다른 그림은 호숫가 판자다리에 앉아서 호수를 바라보는 한 남자. 앞쪽 사진에는 이런 글씨가 쓰여 있어요. ‘독일에서 에너지를 채우세요.’ 뒤쪽 사진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스웨덴에서 에너지를 채우세요.’ 정말이지 정곡을 찌르는 말이지요.”(p.193)

 

캐나다

캐나다 사람들이 행복한 이유는 즐기기 때문이에요. 여기에서는 직장이나 돈보다 어떻게 하면 인생을 즐길까를 먼저 생각하거든요. 맛난 음식을 먹고 좋은 포도주를 마시고 자전거를 타죠. 우리는 물건에 집착하지 않아요. 가진 것이 많으면 그것을 둘 자리가 필요하고 그러자면 또 근심이 생기겠죠.”(p.205)

 

캐나다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대의 영혼을 해방시키라! 그대의 열정, 그대의 꿈, 그대의 재능을 펼치라! 무조건 시작하다. 그럼 성공할 것이다.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살게 될 테니. 이것이 성공한 삶이다. 돈이 되건 안 되건 최선을 다하는 삶.(p.209)

 

남보다 조금 적게 가졌다고 해서 무슨 큰 일이 벌어질까? 왜 남들을 시기해야 하나? 필요한 것은 다 가졌는데.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에 세상에서 제일 예쁜 딸, 언제나 내 편인 부모님, 그리고 좋은 친구들.

하지만 소박한 것들을 귀하게 여기고 싶다면 마음이 튼튼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고 작은 것보다는 큰 것이 눈에 더 잘 띄기 때문이다. 온갖 광고가 쉬지 않고 우리에게 뭔가 부족하다고 속삭이기 때문이다. 고무장화를 신은 노르웨이의 행복학자 요아르는 그 점에 무척 화를 냈다. “광고는 한마디로 이겁니다. 지금 이대로는 절대 좋지 않아! 최신형 스마트폰, 최신 브랜드 옷이 없으면 만족 할 수 없어. 행복하려면 그거들을 사야해. 아무짝에도 필요 없는 메시지예요.”

생각을 간단히 바꾸면 된다. “욕망이 적을수록 자유롭다.” 임마누엘 칸트는 이렇게 말했다. 물질적 욕망에서 자유로울수록 더 자율적으로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 더 많이 소유하기보다 한 인간으로서 발전하는 일이 더 큰 동력이 된다.(p.216)

 

우리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소소한 기쁨을 놓치고 만다. 아예 단순한 것에는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원대한 비전, 중요한 목표, 대단한 꿈을 품어야 하고 사소한 것들은 방해가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복한 나라 사람들은 그런 자세가 무의미하고 위험하다고 말한다. 땅에서 발을 떼면 땅만 잃는 것이 아니라 뿌리도 잃게 된다. 그래서 행복한 나라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소박한 것을 찾는다. 핀란드 사람들은 얼음 구멍을 깨고 앉아 낚시를 하고, 스웨덴 사람들은 스케이트를 신고 눈밭을 걷는다.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은 각자 먹을 음식과 음료를 들고 이웃집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스위스 사람들은 창밖 풍경을 놓칠세라 속도를 줄인다. 이처럼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사는 데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p.218)

 

스톡홀름에서 만난 엘렌은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손가락으로 꼽으며 설명했다. “가족이 있고 집이 있고 음식이 있고 직장이 있고 교육을 받았죠.” 한 손으로는 부족해 다른 손까지 동원한다. “친구들이 있고, 얼굴도 예쁘고, 이건 농담이에요. 하지만 불평할 일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행복하죠.”(p.219)

 

오스트레일리아

아무리 다음 일정이 촉박해도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진정한 존중이 아닐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이 진정한 존중 아닐까? 통화하면서 이메일을 쓰지 않는 것이 진정한 존중 아닐까? 오롯이 관심을 쏟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타인에게 줄 수 이는 최고의 선물이다. 나에게 묻는다면,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도 온전히 그 자리에 있지 않는 사람보다는 좀 늦게 와도 온전히 함께할 사람을 더 기다리고 싶다. (p.246) 

 

콜롬비아

에두아르도, 행복해요?” 내 질문에 그가 아주 정직하게 대답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있으니 행복해요. 대학에서 일하는 게 정말 좋거든요. 거기다 멋진 아내, 사랑스러운 두 아이까지 있잖아요. 물론 평생 계속 행복하자는 게 아니에요.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하고요. 매일매일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장애물을 뛰어넘으려고 노력하는 게 행복이죠.”(p.326)

 

 

   소박한 것들을 귀하게 여기려면 마음이 튼튼해야 한다는 말이 가장 큰 공감이 되었다. 맞다. 행복해지려면 우선은 내 마음밭이 튼튼해야 한다. 남이 가진것을 부러워하지 않고, 내가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 그것이 행복의 첫 단추가 될 테니까. 


새해에는 나도 좀 더 행복해지고 싶다. 꼭 어딘가로 이민을 간다거나, 하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 이 순간을 더 행복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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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함께 여행하는 이유 - 나와 너를 잃지 않는 동행의 기술
카트린 지타 지음, 배명자 옮김 / 책세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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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를 무척 재밌게 읽었던 나는, 설레는 맘으로 이 책을 펼쳤다. 전작을 읽고 난 후로도 난 여전히 혼자 하는 여행보다는 함께 하는 여행을 주로 한다. 매번 다음번 여행이야말로, 혼자!’ 라고 결심하지만, 매번 나의 여행 계획은 누구와 같이가느냐를 먼저 정한 뒤에 시작하니, 당분간 혼자 가는 여행은 쉽지 않을 듯싶다.

 

내가 혼자 여행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함께 여행했던 이들이 다들 너무나도 좋은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작년에 처음으로 여행을 다녀와서 왜 친구와 멀어진다는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사소한 갈등이 크게 번졌고, 서로 불편한 맘으로 내내 함께 있자니, 이게 여행인지, 고행길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다행히 마지막에 화해를 잘 하고 돌아와서 여전히 좋은 친구로 지내고 있지만, 당시 생각만 하면 아찔하여 이 친구와 계속 화목하게 지내려면, 앞으로 여행만은 같이 가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내내, 만약 이 책을 먼저 읽고 친구와 여행을 떠났다면 어땠을까, 란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함께하는 휴가에서 하나가 되는 동시에 나 자신으로 여행을 즐기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나는 가장 먼저 유머를 추천한다. (중략) 물론 유머 외에도 준비물은 많다. 함께하는 여행에 대한 관심, 동행인에 대한 진심 어린 감정 표현도 잊지 말자.(p.97)

 

유머와, 동행인에 대한 진심 어린 감정 표현. 나에게는 그 두 가지가 모두 빠져있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여행 내내 불편한 맘으로도 잠시도 떨어지는 것을 피했는데, 하루라도 각자만의 시간을 보냈으면 어땠을까 란 생각도 든다.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이자 철학자인 보부아르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개성과 행복을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살되 그 누구와도 다르게 사는 고유한 삶에 행복이 있다.”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에 자신의 개성을 의식해야 한다. 왜 많은 가능성을 앞에 두고 갑갑한 코르셋에 몸을 밀어 넣으려 하는가? 함께 여행한다고 해서 여행 내내 동행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 아니다. 얼마든지 각자 원하는 대로 시간을 보내도 된다. 오히려 각자 원하는 여행을 하고 나면 일행을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다. (중략) 여행지에서까지 개성 없이 정해진 일정을 따라야 한다면 여행은 당연히 지루할 수밖에 없다.

(p.27)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시기심이다. 내가 얻지 못한 행복을 타인이 누리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마음에는 이따금 시기심이라는 감정이 싹튼다. 영혼을 갉아먹는 파괴적인 감정, 당신과 나의 삶에는 전혀 필요 없는 감정이다. 시기심이 생긴다 싶으면 바로 시선을 돌리자.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야할 길에만 시선을 둔다. 자신의 인생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 (p.32)

 

결국 행복의 원천은 좋은 친구와 화목한 가정이다. 안정이 보장된 일상에서도, 선진화된 경제체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연구에 따르면 빈곤층을 벗어난 상태라면 수입과 행복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행복해지고 싶다면 우선순위를 바꿔 월급보다는 친구 관계에 좀 더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p.88~89)

 

참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먼 미래를 함께 걸어가고픈 좋은 벗들이 많이 있다. 결혼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나의 미래가 조금은 더 기대된다.

 

"같이 갈래요?" 예전에는 청혼할 때 흔히 이런 말을 쓰곤 했다. 이보다 더 시적이고 철학적인 청혼은 없을 것이다. 동행의 이유도, 목적지도 드러나지 않는 소박한 질문, 삶의 여정을 함께 하자는 수줍은 제안만 있다. 함께 걷는 것은 부부가 바라는 행복이다. "우리 함께, 미래로 같이 갈래요?" 물론 이때 가장 좋은 대답은 긍정의 끄덕임이다.(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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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는 일곱 가지 방법, 가난뱅이가 되는 일곱 가지 방법 - 조금 다른 경제학 생각하는 돌 10
니콜라우스 뉘첼 지음, 조경수 옮김, 소복이 그림, 강수돌 감수 / 돌베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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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아니 내가 불행한 이유는 욕심 때문이다. 갖고 싶은 것이 없으면, 그만큼 자유해질 수 있으련만, 나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싫어하는 일을 해서 돈을 번다.(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정말 존경하고, 부러워한다)

 

내가 현재 가장 갖고 싶은 것은 집이다. 원래는 집에 대한 소유욕은 정말 제로였는데, 얼마전 부동산을 몇 군데 다녀보고서야 한국인들이 왜 그렇게 집에 집착하는지 알게 되었다. 부동산은 정말 살면서 다시 가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울은 꿈도 꾸지 않지만, 수도권에 있는 집값도 너무너무 비싸다. 가능하면 새집에서 살고 싶고, 가능하면 교통도 편리했으면 하는 마음이니 집값이 비싼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잠시 대출을 받아서 새집을 분양받을까도 생각해보았는데, 많지도 않은 월급으로 집을 샀다가는 평생 여행은커녕 외출도 한번 내 맘대로 못하고 살아야한다. 과연 행복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이 알려준 바에 의하면, 지금은 개인당 1대씩 갖고 있는 휴대폰이 과거에는 동네에 1대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전화기를 가졌던 사람은 전화기로 인해 행복했을까.

그리고 지금 나는 전화기로 인해 행복한가.

 

물욕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자꾸만 물욕이 생긴다. 행거를 쓰다가 얼마전 옷장을 들였는데, 옷장 2개가 꽉 차는 걸 보고 다시금 느꼈다. 내가 물욕이 너무 많구나.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배낭하나 달랑 메고 떠났단 몽골에서의 기억이다. 사막을 종단할때 마실 물도 없으니 씻는 건 사치라 며칠동안 세수도 못하고 양치도 제대로 못하다가 우연히 들른 마을에서 고마운 이웃의 배려로 머리를 감고 그 집 거실에서 한숨 낮잠을 잘때, 아 정말 행복했는데. 그때 내가 가진 거라고는 정말 배낭 하나 꽉 차는 짐이 다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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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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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내게 늘 어렵다. 그럼에도 또 어떤 끌림에 이끌려 이 책을 손에 들게 된 건지.

중반까지는 그래도 꽤 집중해서 읽었는데, 문제는 한스가 신학교에 입학한 뒤부터였다. 도대체 왜 그런 친구하고만 어울리는 건지. 나로서는 한스의 교우관계가 정말 맘에 들지 않아서 그때부터는 책이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억지로 끝까지 읽었는데 이런 허무한 결말이 다 있나. 참.

 

나에게 '좋은 책'이란 '끝까지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헤세의 책은 '나에게' 좋은 책은 아니다.

 

하지만 또 모르지. 데미안도 처음 읽을 때는 수면제 였지만 몇 년 후에는 퍽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있으니.. 이 책도 몇 년 후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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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카트린 지타 지음, 박성원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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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러나 항상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동경은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보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딱 두 부류다. 가능한 항상 혼자서만 여행하는 사람들과 가능한 항상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 전자를 동경하면서도 나는 후자에 속하는데, 내 친구들은 전자인 경우가 많아서 어딘가 여행이 가고 싶어지면 동행을 찾기가 쉽지 않다. 친구들은 다들 어떻게든 혼자서 떠나려고 하고, 나는 어떻게든 그들과 함께 가고 싶어하니까!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고, 여행지에서 (내가 찍히는)사진 찍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나에겐 혼자하는 여행은 여간해서는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우선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메뉴를 한가지 밖에 맛볼 수 없을테고, 삼각대나 셀카봉으로 찍는 사진으로는 성이 차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까. 


작가처럼 자동차만 몰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유럽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를 시킬 만큼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니, 혼자 여행을 마음먹기란 더더욱 쉽지 않은 노릇.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나니 혼자 여행하고 싶다 란 마음이 조금은 더 커졌다. 아직 적당한 나라는 찾지 못했지만. 내 생애 혼자 하는 첫 여행지는 과연 어디가 될까. 그리고 나는 과연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 보면, 지난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 같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어떻게 두 발로 걷는 법을 배웠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장담컨대 걸음마를 단번에 습득한 사람은 없다. 당신 역시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에는 몇 번이고 넘어졌을 것이다. 처음으로 내디딘 몇 발짝이 모두 멋지게 성공을 거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때 "도저히 못 하겠어. 두 발로 걷는 건 너무 힘들어. 난 그냥 네 발로 기어 다닐 거야."라고 혼잣말을 했다면 지금 당신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p.60)


이렇게 홀로 여행을 떠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후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 마트에서 무엇을 살지, 타이어 교체 날짜가 언제인지가 대화의 전부였던 때와는 달리 다양하고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립적인 태도는 당신이 현재 몇 살이건 상관없이 당신의 사랑을 젊게 유지시켜 줄 것이다. (p.117)


한 번 불운한 일이 있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여행을 통해 배웠다. 계획은 어그러지고 불운한 일이 겹쳐 신세를 한탄하려고 할 때마다 언제나 더 좋은 기회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길을 잃으면 길을 찾아주는 사람을 만났고 발을 다치면 걸을 수 있게 붙들어 주는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실패했다고 느낄 때마다 완전히 절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p.120)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더 많이 가질 수록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늘어날 뿐이다. 여행지에서처럼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살아갈 때 우리는 일상에서도 여행자처럼 자유로워질 것이다.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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