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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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악수를 나눌 때 다시는 블랙 씨를 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랬으면 놓아주지 않았을 텐데. (중략) 하지만 아빠가 나를 마지막으로 껴안아 주었을 때 그것이 영영 마지막인 줄 몰랐던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몰랐다. 절대 미리 알 수 없는 일이니까. (중략) 나는 절대 그를 찾으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가지 않았다. 그가 거기 있다고 믿는 편이 더 행복하니까.-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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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6-10-31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읽고 있어요. 재밌어요.

구름의무게 2006-10-31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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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지은이는 나하고 고작 여섯살밖에 차이가 안났다.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4년내내 교내 문예상을 수상했다니 이력도 자못 화려하다. 게다가 첫소설부터 출판계에 화제를 불러 일으켜 신동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니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주인공 오스카는 9.11사건으로 아빠를 잃었다. 그리고는 아빠 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열쇠가 맞는 자물쇠를 찾기위해 6개월여에 걸쳐 유일한 단서인 'Black'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는 들쑥날쑥 시간의 흐름은 제각각이고, 처음에는 도무지 오스카의 이야기와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퍼즐이 맞춰지듯이 오스카의 이야기와 들어맞는다.

  내용은 도무지 몇줄로는 설명할 수 없을만큼 굉장히 다양하고 멋지다. 게다가 책의 편집은 또 얼마나 놀라운지! 내 생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형태의 편집이다. 사진이 있기도 하고, 숫자만 나열되어 있는 페이지, 마치 대본처럼 되어 있는 페이지 등등 정말 수많은 형태의 페이지를 만날 수 있고, 이런 페이지들은 마치 읽는 것 뿐만 아니라 내용을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재생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9.11을 다룬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는 참 슬펐다. 심지어 뉴스나 신문기사조차도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눈물 나올만큼 슬프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읽는 중간중간 가슴이 싸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심장이 찌릿찌릿 저렸다. 눈물이 나오는 슬픔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저릿한 심장의 느낌이 참...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누구라도 좋으니 아무라도 내 소중한 사람들을 붙잡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기분이 정말 강하게 들었다.

  아직 너무나도 젊은 작가이기에 그의 다음 작품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려 한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을 열손가락에 꼽으라고 하면 이 책도 그 반열에 반드시 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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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이책의 제목인 stepfather는 계부를 나타내는 영어단어라고 한다. 양부를 나타내는 father-in law란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stepfather란 단어는 처음 들었다. 암튼 요상한 제목답게 내용또한 독특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이지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일란성 쌍둥이 사토시와 타다시는 각기 왼쪽보조개와 오른쪽보조개를 가지고 있다는 점 말고는 정말이지 구분하기 힘들만큼 닮은 형제이다. 어느날 그들의 옆집에 젊은여성이 혼자 이사를 온다. 정말이지 머나먼 친척아저씨가 일가친척없이 사망하게 되면서 막대한 재산을 남겨서 그의 변호사가 수소문끝에 그나마 하나뿐인 친족인 그 여성을 찾아내 유산을 상속받은 터였다. 덕분에 도쿄에서 꽤 먼 이마데신마치의 신흥주택가에 집을 신축하여 이사를 온 것이다. 쌍둥이네 집은 그 마을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으며 공교롭게도 엄마, 아빠가 동시에 바람이 나서 가출을 해 버린 통에 근 한달채 둘이서만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주택융자금과 생활비등으로 통장잔고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다가 둘은 아직 중학교 1학년인터라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어려워서 아주 난처한 상황이다. 쌍둥이의 아빠, 엄마는 서로 상대방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있다니 정말 어처구니 없다. 그러던 중 현대판 로빈훗이라 자처하는 도둑이 쌍둥이네 옆집을 털러 나타난다. 그러다 난데없이 벼락에 감전되어 쌍둥이네 집으로 떨어지고 쌍둥이의 극진한(?)간호끝에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쌍둥이들은 이 도둑에게 난데없이 가짜아버지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처음에는 극구 반대하던 도둑도 어쩔수 없이 그 제안에 따르게 되고 이때부터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하지만, 그저 쌍둥이와 도둑의 이야기는 아니다. 추리소설의 거장답게 미야베 미유키는 이들을 토대로 여러가지 사건들이 해결되는 이야기를 챕터별로 들려주는데 그게 참 재미나다. 추리소설을 평소 좋아하지 않던 나도 앞으로 추리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을 정도니까!

  게다가 단순히 사건이 해결되는 추리소설적 특징뿐만 아니라 가짜 부자지간 노릇을 하는 쌍둥이와 도둑을 통해, 그리고 현대판 로빈훗같은 도둑의 도둑질을 통해, 여러가지 세상사에 대한 풍자와 더불어 따뜻한 인간미같은 것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일본문학의 저력은 바로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을 소화해내는 작가들과 독자들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문학도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소설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 날을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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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
최세진 지음 / 메이데이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아주 우연히 알라딘을 통해 위 책을 알게되었고, 평소 좋아하는 홍세화아저씨의 추천사가 있어서 실로 오랜만에 사회과학서적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왠걸? 너무나도 재밌는(?) 내용 덕분에 왠만한 소설책보다 더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우선 이 책의 제목인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라는 말은 20세기 초 미국의 유명한 혁명가 엠마골드만의 발언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지은이, 최세진의 말에 따르면 혁명은 어느 순간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조금씩 조금씩 계속되고 있는 것이며, 또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평소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에 담겨진 사상에 대해 들려준다. 게임, 소설, 작곡가, 소설가등 그 대상은 참으로 다양하다.

책의 목차를 보면 총 4개의 챕터로 나뉘어 있는데, 첫번째 장에서는 게임과 공상과학소설, SF영화등에 숨겨진 사상에 대해 알려준다. 평소 게임을 좋아하고 공상과학소설을 즐겨 읽던 분들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느낄 만한 이야기들이다. 특히나 전쟁게임등이 유포되면서 게임을 즐기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게임상에서이니 별 문제 없다는 듯이 느끼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에 소개된 아래 게임을 꼭 해볼 것을 권한다.

http://www.newsgaming.com/games/index12.htm

프로그램 하나만 설치하고, 간단히 이름과 이메일주소만 등록하면 된다. 나또한 이 게임에서 미사일을 딱 2방 쏘고 나니 더이상은 게임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메인화면에도 소개되듯이, 게임같지만 이것은 결코 게임이 아니다. 직접 해보면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유명한 작곡가 바그너, 쇼스타코비치, 소설가 조지오웰,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 유명한 화가 피카소, 우리나라에도 마니아층이 형성되어있는 미야자키하야오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소 잘 알던 사람들의 이야기라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경우 그저 좋아만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중에는 흑인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색감의 차이라고 답했다는 하야오. 하지만, <허클베리핀의 모험>등을 통해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초콜렛 빛깔의 흑인아이들도 참 예쁘던데... 다음번 그의 작품에는 모든 인종이 골고루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세번째 챕터는 주로 우리나라 현대사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들려준다. 읽으면서 <대한민국사>란 책이 생각났는데, 그 책과는 조금은 다른 시각에서 현대사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챕터에서는 "바위섬"이란 노래가 광주학살과 관련된 노래라는 설명이 가장 놀라웠다. 나 또한 어릴때부터 친구들과 참 많이 불러왔던 노래인데, 광주 학살 뒤 새들도 찾아오지 않는 무인도처럼 희망을 잃어버린 광주를 위로하기 위한 노래라고 한다. 앞으로 이 노래를 부를 때면 광주학살에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해야 겠다고 생각했고, 혹시 외국에 나가서 이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으면 외국인들에게도 이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꼭 들려주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인터넷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들 (촛불집회, 노사모, 붉은악마)을 들려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제일 지루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이 책의 소제목처럼 감춰진 것들에 대한 좌파의 상상력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펼쳐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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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 속 도마뱀
김선숙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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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란 여자아이는 숲 속 우물로 물을 뜨러 갑니다. 그러나 두레박이 없어서 어떻게 물을 뜨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을때, 노란장화를 신은 도마뱀이 북소리를 울리면서 나타납니다. 그리고는 자기가 우물속에 들어가서 물을 떠다줄테니, 자기 꼬리에 줄을 묶어달라고 말합니다. 이에 도마뱀은 우물속으로 사라지고, 꼭지는 열심히 줄을 잡아당기는데, 기다리는 도마뱀은 커녕 사자나, 흰 새나 고래등이 나타나 꼭지를 놀래킵니다. 도마뱀 친구는 어디에 간걸까요?

그림자체도 콜라주기법을 사용해서 독특하고 화려한 색감이 눈에 띄며 내용또한 다분히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라 굉장히 재미나다.

보는재미와 읽는재미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멋진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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