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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이 책의 지은이는 나하고 고작 여섯살밖에 차이가 안났다. 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하고 4년내내 교내 문예상을 수상했다니 이력도 자못 화려하다. 게다가 첫소설부터 출판계에 화제를 불러 일으켜 신동이라는 찬사를 받았다니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주인공 오스카는 9.11사건으로 아빠를 잃었다. 그리고는 아빠 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열쇠가 맞는 자물쇠를 찾기위해 6개월여에 걸쳐 유일한 단서인 'Black'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야기는 들쑥날쑥 시간의 흐름은 제각각이고, 처음에는 도무지 오스카의 이야기와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퍼즐이 맞춰지듯이 오스카의 이야기와 들어맞는다.
내용은 도무지 몇줄로는 설명할 수 없을만큼 굉장히 다양하고 멋지다. 게다가 책의 편집은 또 얼마나 놀라운지! 내 생전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형태의 편집이다. 사진이 있기도 하고, 숫자만 나열되어 있는 페이지, 마치 대본처럼 되어 있는 페이지 등등 정말 수많은 형태의 페이지를 만날 수 있고, 이런 페이지들은 마치 읽는 것 뿐만 아니라 내용을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재생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9.11을 다룬 수많은 소설이나 영화는 참 슬펐다. 심지어 뉴스나 신문기사조차도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는 눈물 나올만큼 슬프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읽는 중간중간 가슴이 싸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심장이 찌릿찌릿 저렸다. 눈물이 나오는 슬픔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저릿한 심장의 느낌이 참...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누구라도 좋으니 아무라도 내 소중한 사람들을 붙잡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기분이 정말 강하게 들었다.
아직 너무나도 젊은 작가이기에 그의 다음 작품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려 한다.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소설을 열손가락에 꼽으라고 하면 이 책도 그 반열에 반드시 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