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전집 1 - 시 김수영 전집 1
김수영 지음, 이영준 엮음 / 민음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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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무척 오랜만에 평일 저녁에 연극을 한편 보았다.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내 안의 김수영을 찾아서,

 

극 중 작가a와 연기자b는 김수영에 대한 연극을 만들기로 하고, 그 전에 광화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작가a와 연기자b가 김수영에 대해 나누는 대화가 극으로 꾸며진 이 연극은 액자형식으로 극 안에 실제 김수영의 이야기가 겹쳐지게 되어있었는데, 무엇보다 김수영의 시를 낭독해주는 시간이 퍽 많아서 연극을 보러 온 것인지, 낭독회에 온 것인지, 집에서 나 홀로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곤 했다.

 

시는, 혼자 조용히 속으로 읽는 맛도 좋지만, 좋은 목소리를 가진 누군가가 낭독해주는 것이 참맛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시를 들으며 중간에 울컥 눈물을 쏟기도 했던 나는, 나를 감동시켜 울게까지 만든 시가 궁금하여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김수영전집>을 주문했다.

그런데 왠걸? 아무리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도, 나를 감동시킨 그 시가 없는 거다. 그럴리가 없는데, 아무리 뒤적여봐도 같은 상황.

같이 연극을 본 친구에게 질문하니 친구가 들려준 답은 내가 울먹인 시는 <가다오 나가다오>라고 한다. 이상하다. 그 시를 듣고 울었다고?

 

아무래도 연극을 한번 더 보러가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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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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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이 나올 때부터 줄곧, 책의 제목이 갖는 의미가 궁금했었다. 도대체 왜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라는 걸까.

 

이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빗소리를 의미하는 거였다.

4월에는 미 음으로 들리다가, 칠월에는 솔 음으로 들린다는 표현.

어떻게 빗소리에 계이름을 붙일 생각을 했을까.

 

여름이 아니라 겨울의 길목에서 이 책을 읽어서인지, 비雨 보다는 눈雪이 먼저 떠올랐다.

눈이 내리는 소리에도 계이름을 붙인다면 어떤 음이 좋을까.

악보로 그린다면 아마 쉼표. 쉼표. 쉼표가 되지 않을까. 눈이 내릴때는 거의 고요하니 말이다.

가끔 눈이 나뭇가지에 쌓여있다가 후두둑 떨어지면서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그 음은 아마 '레'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만약 눈으로 제목을 정했다면 십이월의 레, 삼월의 파 정도가 아니었을가. 눈이 녹으면서 졸졸졸 흐르는 소리는 파 음 정도 되는 것 같으니..

 

김연수의 글을 읽는 내내. 저자에게 참 많이 고마웠다. 이런 글을 적어줘서. 들려줘서. 공유해줘서.

 

특히 맘에 들었던 구절.

 

"아니요. 뭐, 그냥...... 이 사람 말만 듣고 여기까지 왔는데, 시계도 못 찾고, 이래저래 헛된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게 한심해서."

"헛된 시간이라......"

정연의 말에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가 싶더니 노인은 작업대의 불을 끄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책꽂이 앞에 있던 병마용 모형을 들고 소파 쪽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할말이 있으니 두 사람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

-중략-

"지금까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니 고맙고, 마지막으로 잔소리를 한마디 하자면, 어쩌다 이런 구석까지 찾아왔대도 그게 둘이서 걸어온 길이라면 절대로 헛된 시간일 수 없는 것이라오."

<벚꽃새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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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지음 / 쌤앤파커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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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디오의 오프닝 멘트와 클로징 멘트에 민감한 편이었다. 과거 kbs에서 이적이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클로징 멘트는 "꽉 잡으세요. 꿈도 오늘도!" 였는데, 그 말이 너무 좋아서 그 멘트를 들으려고 매일 밤 졸린 몸을 붙잡고 라디오를 들었을 정도다.

 

강세형 작가가 일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은 안타깝게도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문득 그 시절 라디오의 클로징멘트가 궁금해졌다.

 

만일 이 책이 한편의 라디오 였다면 클로징 멘트는 아마 이 문장이 될 것 같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말이, 참 맘에 들었다. 요즈음의 나는 스스로 정말 실망스러웠으니까. 일도, 사랑도, 인간관계도, 모든것들이.

 

강세형 작가의 말처럼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지금의 나를 알고 있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좀더 부지런히, 열심히 살아보기로 했다. 우선은 나 자신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부터 시작이니까!

 

강세형 작가의 다음 책은 에세이 대신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그녀의 노트북, 이야기'폴더에 담긴 이야기들이 궁금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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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행 - Travel Essay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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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첫 해외여행을 떠나던 2004년 2월, 일기장을 찾아 읽어보았다.

 

2004년 2월 3일 오후 1시 30분

드디어 배가 인천항을 떠났다. 기쁘다. 신난다. 신기하다. 좋다.

게다가 조금 전 갑판에서 (내가 예약해둔 숙소인) 우리민박으로 가는 두 사람을 만나 같이 가기로 했다. 왠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오늘의 운세는 '귀인을 만난다'였다!

 

-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보았던 풍경보다도 그곳에서 만났던, 혹은 그곳을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다. 뭐, 사람에 따라 풍경이나 음식이 더 주(主)가 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항상 '사람'이 주였던 것 같다.

스물둘. 2004년 일기장에는 호기롭게 앞으로 다른 무엇보다도 '여행'에 가치관을 두고 살아갈 것이다.라고 적혀있지만, 실상 그 이후 나의 삶은 그렇지를 못했다.

 

그런 나에게 작가가 살며시 들려준, 여행 이야기

 

같은 길로만 가려고 하지 말자. 조금이라도 나에게 끌리는 길이 있으면 잠시 그 길을 걸어보자. 길을 걷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불안해질 수도 있다. 오랫동안 헤매고 많은 길을 돌아와야 한다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길, 내가 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이니까.(p.25)

 

여행하면서 만난 충격은 이런 것이었어. 돈이 많지 않아도, 안정적인 직장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사실 당연한 이야기인데 말이야.(p.98)

 

그가 나에게 말했었다.

"너는 너무 베짱이처럼 살아. 그렇게 살다가는 나중에 베짱이처럼 겨울이 오면 얼어죽고 말거야. 나를 봐. 개미처럼 부지런히 살아야, 겨울에 따뜻한 집안에서 편히 쉴 수 있다고."

 

그 사람과 만나면서 나도 개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그는 나를 떠났다. 그 후로 나는 부단히 노력했다. 나도 개미가 되려고. 개미가 되어서 그 사람을 다시 찾아가려고. "보세요. 나도 이제는 개미가 되었어요." 하고 말해주려고.

 

그러나 그렇게 살면서 하루하루 나는 우울했다. 
개미는 볕이 좋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일만 하다가 추운 겨울 따뜻한 집에서 과연, 행복했을까?

베짱이는 정말로 겨울에 얼어 죽었을까?

내내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생각했다.

 

최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너 지금 행복하니?"

자신있게 "응"이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베짱이로 살고 있을때 나에게 "너 지금 행복하니?"라고 물으면 난 언제나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자신있게 대답했었다. "응. 나 지금 너무너무너무 행복해."

 

<안녕, 여행>이란 책이 나에게 찾아준 답은 바로 '행복'이었다.

 

이 책을 다 덮은 지금, 슬며시 거울 속 나에게 인사를 건네본다. "안녕,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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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지음 / 책만드는집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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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는 문학이 마냥 좋았다. 그런데 한살, 두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괜히 문학을 전공했다고, 어른들 말씀따라 이과를 갔어야 했다고 가끔 후회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주, 우연히 <윤동주문학관>에 가게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윤동주가 의대에 가기를 바랬지만, 청년 윤동주가 반대를 무릎 쓰고 택한 길은 '문학'이었다. 문학!

 

짧막한 영상에서 그 순간, 나는 온몸에 찌릿- 전율이 오는 것 같았고, 윤동주와 같은 문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이 기뻤다. 정말로 몹시!-

 

 

윤동주의 아명이 '해환'이라고 한다. 해처럼 밝은 사람이 되라고 지어주신 이름이었다니.

친구 아들 이름이 해환인데, 문득 그 친구는 윤동주의 아명이 해환인걸 알고 지었을까, 궁금해졌다. 해환. 원래도 참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윤동주의 아명이란걸 아니 그 이름이 더 좋아졌다.

 

오랜만에 서가를 뒤적여보니, 우리집에도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책이 한 권 있다. 1996년에 나온 책이니 조금있으면 20년이 된다. 이야-

아마 집집마다 윤동주의 시집이 한 권 없는 집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만약 집에 윤동주의 시집이 없다면, 한 권쯤은 꼭 소장해두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이 지은 시를 엮어 시집을 내고 싶다던 시인의 소원은 그가 젊은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아까운 목숨을 버린 뒤에야 이루어졌다.

예술가들의 꿈은 왜 항상 그들의 사후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을까. 예나 지금이나 예술이란 참 외롭고 배고픈 길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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