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행 - Travel Essay
채지형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나서 첫 해외여행을 떠나던 2004년 2월, 일기장을 찾아 읽어보았다.

 

2004년 2월 3일 오후 1시 30분

드디어 배가 인천항을 떠났다. 기쁘다. 신난다. 신기하다. 좋다.

게다가 조금 전 갑판에서 (내가 예약해둔 숙소인) 우리민박으로 가는 두 사람을 만나 같이 가기로 했다. 왠지 기분 좋은 예감이 든다. 오늘의 운세는 '귀인을 만난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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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보았던 풍경보다도 그곳에서 만났던, 혹은 그곳을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다. 뭐, 사람에 따라 풍경이나 음식이 더 주(主)가 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항상 '사람'이 주였던 것 같다.

스물둘. 2004년 일기장에는 호기롭게 앞으로 다른 무엇보다도 '여행'에 가치관을 두고 살아갈 것이다.라고 적혀있지만, 실상 그 이후 나의 삶은 그렇지를 못했다.

 

그런 나에게 작가가 살며시 들려준, 여행 이야기

 

같은 길로만 가려고 하지 말자. 조금이라도 나에게 끌리는 길이 있으면 잠시 그 길을 걸어보자. 길을 걷다가 넘어질 수도 있고 불안해질 수도 있다. 오랫동안 헤매고 많은 길을 돌아와야 한다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길, 내가 가야 할 길을 찾는 것이니까.(p.25)

 

여행하면서 만난 충격은 이런 것이었어. 돈이 많지 않아도, 안정적인 직장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사실 당연한 이야기인데 말이야.(p.98)

 

그가 나에게 말했었다.

"너는 너무 베짱이처럼 살아. 그렇게 살다가는 나중에 베짱이처럼 겨울이 오면 얼어죽고 말거야. 나를 봐. 개미처럼 부지런히 살아야, 겨울에 따뜻한 집안에서 편히 쉴 수 있다고."

 

그 사람과 만나면서 나도 개미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름 열심히 노력했지만 결국 그는 나를 떠났다. 그 후로 나는 부단히 노력했다. 나도 개미가 되려고. 개미가 되어서 그 사람을 다시 찾아가려고. "보세요. 나도 이제는 개미가 되었어요." 하고 말해주려고.

 

그러나 그렇게 살면서 하루하루 나는 우울했다. 
개미는 볕이 좋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일만 하다가 추운 겨울 따뜻한 집에서 과연, 행복했을까?

베짱이는 정말로 겨울에 얼어 죽었을까?

내내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생각했다.

 

최근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너 지금 행복하니?"

자신있게 "응"이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나 베짱이로 살고 있을때 나에게 "너 지금 행복하니?"라고 물으면 난 언제나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머금고 자신있게 대답했었다. "응. 나 지금 너무너무너무 행복해."

 

<안녕, 여행>이란 책이 나에게 찾아준 답은 바로 '행복'이었다.

 

이 책을 다 덮은 지금, 슬며시 거울 속 나에게 인사를 건네본다. "안녕,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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