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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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이 나올 때부터 줄곧, 책의 제목이 갖는 의미가 궁금했었다. 도대체 왜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이라는 걸까.

 

이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게 되었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은 빗소리를 의미하는 거였다.

4월에는 미 음으로 들리다가, 칠월에는 솔 음으로 들린다는 표현.

어떻게 빗소리에 계이름을 붙일 생각을 했을까.

 

여름이 아니라 겨울의 길목에서 이 책을 읽어서인지, 비雨 보다는 눈雪이 먼저 떠올랐다.

눈이 내리는 소리에도 계이름을 붙인다면 어떤 음이 좋을까.

악보로 그린다면 아마 쉼표. 쉼표. 쉼표가 되지 않을까. 눈이 내릴때는 거의 고요하니 말이다.

가끔 눈이 나뭇가지에 쌓여있다가 후두둑 떨어지면서 소리가 나기도 하는데, 그 음은 아마 '레'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만약 눈으로 제목을 정했다면 십이월의 레, 삼월의 파 정도가 아니었을가. 눈이 녹으면서 졸졸졸 흐르는 소리는 파 음 정도 되는 것 같으니..

 

김연수의 글을 읽는 내내. 저자에게 참 많이 고마웠다. 이런 글을 적어줘서. 들려줘서. 공유해줘서.

 

특히 맘에 들었던 구절.

 

"아니요. 뭐, 그냥...... 이 사람 말만 듣고 여기까지 왔는데, 시계도 못 찾고, 이래저래 헛된 시간만 보내고 있는 게 한심해서."

"헛된 시간이라......"

정연의 말에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가 싶더니 노인은 작업대의 불을 끄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책꽂이 앞에 있던 병마용 모형을 들고 소파 쪽으로 걸어나왔다. 그는 할말이 있으니 두 사람에게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

-중략-

"지금까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니 고맙고, 마지막으로 잔소리를 한마디 하자면, 어쩌다 이런 구석까지 찾아왔대도 그게 둘이서 걸어온 길이라면 절대로 헛된 시간일 수 없는 것이라오."

<벚꽃새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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