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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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느 여배우의 인터뷰에서 인상깊었던 말이 생각난다. 독신주의라고 내내 말했던 그녀의 깜짝 결혼발표에 다들 의아해하자 그녀는 이렇게 답했었다. "이 사람이라면, 결혼이란 거 해봐도 좋겠다. 정도가 아니었어요. 이 사람이라면 반드시 결혼을 해야만해, 라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아쉽게도 몇년 후 그녀는 이혼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이혼을 해야만해, 라는 마음이 들었던걸까)

 

참 뜬금없지만 이 책을 읽고, 나는 '도쿄에 가야만해!' 라고 생각했다. 홍수에 지진에, 방사능까지. 여러가지 악제가 겹쳐서 아마 내 생애 갈 일이 없을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일본의 거리를, 서점을, 작은 가게들을 직접 방문해보고픈 맘이 걱정하는 맘보다 훨씬 더 커졌기 때문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의 다양한 이야기를 읽어 보았지만, 이 책처럼 생각지도 못한 관찰자가 나오는 책은 처음이었다. (이미 많은데 그런 류의 책이 유독 내 손에만 안 걸렸는지도 모르겠으나)

매 챕터마다 화자가 달라지는데, 첫번째 장에서는 그야말로 예상치 못한 화자에 깜짝 놀랐고, 두번째 장부터는 내심 마음속으로 화자를 유추해보았으나 매번 틀리고 말았다. 하긴, 난 주인공이 앞을 못 본다는 사실도 한참 후에야 알았으니.. 점자책 이야기가 나올때까지 전혀 몰랐으니 나도 참 어지간히 둔하다.

그런데 내 권유로 책을 읽게된 친구는 조금만 읽고는 대번에  "혹시 주인공, 앞을 못 봐?'라고 질문해서 깜짝 놀랐다.

 

9월은 독서의 계절이란 말이 맞는지, 이달에 읽는 책은 죄다 주변에 소문내고 싶은 책 투성이다. 좋은 책이 많아 행복한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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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 일러스트로 만나는 감성 여행에세이
봉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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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고 읽고 싶어서 집근처 도서관에 검색을 해보니 발간된지 몇 년이 지난 책인데도 불구하고 도서관에 책이 없었다. 희망도서 신청을 하고 설레는 맘으로 기다린지 몇주만에 이 책을 처음으로 손에 넣는 행운을 누렸다.


저자는 대학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훌쩍 베를린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 후 파리로, 산티아고로, 인도로 떠나 한 장소에 오래도록 머물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쓴다. 

나의 20대가 아쉬운 건, 장기 여행을 많이 못해보았다는 사실이다. 제일 긴 여행이 고작 한달. 그리고 제일 기억에 남는 여행도 역시 그 제일 긴 여행이다. 보통은 일주일 기간의 여행을 여러번 했었는데, 그마저도 30대가 되고 나니 3,4일로 줄어들었고, 당연히 여행지도 근교로 좁혀지고 말았다. 

좀더 어릴때 좀더 멀리 떠나보지 못한것이 참 아쉽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아쉬움이 더욱 커졌고, 더 늦기 전에 더더 멀리멀리 가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나에겐 여행의 준비물 중 용기가 제일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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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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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상상했다. 김민철, 그녀(이름을 보고는 '그'일 거라고 내 멋대로 예상했었지만)는 아마도 이런 모습이리라. 왠지 작고 여린 이미지가 연상되었다. 책의 말미쯤 가면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찍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이 나오는데, 내 상상보다는 키가 커보였고, 왠지 근육질로 보였다. 게다가 긴 생머리가 어울릴 것 같았던 그녀는 뽀글뽀글 파마머리. 그녀의 모습이 내 예상을 뛰어넘어서 나는 조금 기뻤던 것 같다. 얼마 후, 그래사이트의 인터뷰에 찍힌 그녀의 사진이 뒷모습을 보고 상상했던 모습과는 또 달라서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사람이 무언가를 '안다'고 말하려면, 과연 어떤 부분을 얼마만큼 알아야 할까. 가령 "나 이 책 알아"라고 말하려면, 그 책의 제목만 알고 있어도 되는 걸까. 아니면 방금 그 책을 덮은 것처럼 줄거리를 줄줄 꾈 수 있어야 하는 걸까. 책의 줄거리를 잘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읽으면서 내가 느낀 감정, 그때 들었던 음악, 그 순간 불던 바람 등만 기억하는 그녀는 과연 그 책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책의 뒷 부분에 그녀의 사수인 박웅현 씨가 남긴 글에 이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만날 사람은 만난다. 10년, 20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시시때때로 같이 밥을 먹어도 만나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단 10분 이야기를 나눠봐도 만나지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 책의 저자인 김민철 씨와 단 10분도 만나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통해 그녀를 조금은 알게 된 기분이다. 그리고 그 점이 참 기쁘다. 그녀를 알게 되어서, 그녀를 만나게 되어서.

 

 

왜 그런 원칙을 가지게 된 건지 근원은 알 수 없다. 나에게 그런 원칙을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고, 그 원칙을 실천해 보인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 그런 원칙을 가지게 된 걸까. (중략) 어쨌거나 나에겐 책에 관한 나만의 원칙이 있었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정말 마음에 드는 경우에만 사는 거야'라는. (p.21)

 

 

언젠가부터 나에게도 그런 원칙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정작 정말 좋아하는 책은 온전히 새책인 채로 책장에 꽂히는 경우가 많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정말 마음에 드는 경우에는 구입해서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었으니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당장 구입해서 내 서가에 꽂아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분간은 책 선물할 때 고민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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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 - 7년 동안 50개국을 홀로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
카트린 지타 지음, 박성원 옮김 / 걷는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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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여행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러나 항상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한 동경은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이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보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딱 두 부류다. 가능한 항상 혼자서만 여행하는 사람들과 가능한 항상 누군가와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 전자를 동경하면서도 나는 후자에 속하는데, 내 친구들은 전자인 경우가 많아서 어딘가 여행이 가고 싶어지면 동행을 찾기가 쉽지 않다. 친구들은 다들 어떻게든 혼자서 떠나려고 하고, 나는 어떻게든 그들과 함께 가고 싶어하니까! 


맛있는 음식 먹는 걸 좋아하고, 여행지에서 (내가 찍히는)사진 찍는 걸 중요하게 여기는 나에겐 혼자하는 여행은 여간해서는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우선 혼자 하는 여행에서는 메뉴를 한가지 밖에 맛볼 수 없을테고, 삼각대나 셀카봉으로 찍는 사진으로는 성이 차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까. 


작가처럼 자동차만 몰면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유럽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코스요리를 시킬 만큼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니니, 혼자 여행을 마음먹기란 더더욱 쉽지 않은 노릇.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나니 혼자 여행하고 싶다 란 마음이 조금은 더 커졌다. 아직 적당한 나라는 찾지 못했지만. 내 생애 혼자 하는 첫 여행지는 과연 어디가 될까. 그리고 나는 과연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길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삶을 돌이켜 보면, 지난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 왔기 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 같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어떻게 두 발로 걷는 법을 배웠는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장담컨대 걸음마를 단번에 습득한 사람은 없다. 당신 역시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에는 몇 번이고 넘어졌을 것이다. 처음으로 내디딘 몇 발짝이 모두 멋지게 성공을 거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이때 "도저히 못 하겠어. 두 발로 걷는 건 너무 힘들어. 난 그냥 네 발로 기어 다닐 거야."라고 혼잣말을 했다면 지금 당신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p.60)


이렇게 홀로 여행을 떠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후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 마트에서 무엇을 살지, 타이어 교체 날짜가 언제인지가 대화의 전부였던 때와는 달리 다양하고 새로운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립적인 태도는 당신이 현재 몇 살이건 상관없이 당신의 사랑을 젊게 유지시켜 줄 것이다. (p.117)


한 번 불운한 일이 있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여행을 통해 배웠다. 계획은 어그러지고 불운한 일이 겹쳐 신세를 한탄하려고 할 때마다 언제나 더 좋은 기회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밀었다. 길을 잃으면 길을 찾아주는 사람을 만났고 발을 다치면 걸을 수 있게 붙들어 주는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실패했다고 느낄 때마다 완전히 절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p.120)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더 많이 가질 수록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늘어날 뿐이다. 여행지에서처럼 꼭 필요한 것들만 가지고 살아갈 때 우리는 일상에서도 여행자처럼 자유로워질 것이다.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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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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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에 처음 가보았다. 구경만 하겠다는 마음은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나는 마스다 미리 책 2권과 dvd 1편을 구해서 돌아왔다. 중고서점에서도 알라딘 마일리지를 쓸 수 있다니 어찌나 신이 나던지!

 

마스다 미리의 책은 거의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처음이었고 그래서 기쁜 맘에 구입해서 돌아왔다. 40대 주부와, 35세 독신녀, 그리고 초등생 여자 아이를 통해 우리들이 진짜 원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이 책은, 만화라고 무시(?)하기에는 담고 있는 메시지가 참 깊이가 있다.

 

주인공들의 짧은 대사를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달까.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40대 주부도, 독신으로 살고 있고 현재 남자친구도 없는 여자도, 아직 앞길이 창창하지만, 그만큼 미래를 알 수 없는 초등생 여자 아이도 모두, 그냥 그대로 잘 하고 있다고,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고, 지금 현재를 살아내고 있다는 것 만으로 모든 삶은 소중하다고 말해주는 마스다 미리.

 

그녀의 이야기에서 얻은 힘을 내 삶에도 보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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