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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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내 상상했다. 김민철, 그녀(이름을 보고는 '그'일 거라고 내 멋대로 예상했었지만)는 아마도 이런 모습이리라. 왠지 작고 여린 이미지가 연상되었다. 책의 말미쯤 가면 카메라를 들고 무언가를 찍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이 나오는데, 내 상상보다는 키가 커보였고, 왠지 근육질로 보였다. 게다가 긴 생머리가 어울릴 것 같았던 그녀는 뽀글뽀글 파마머리. 그녀의 모습이 내 예상을 뛰어넘어서 나는 조금 기뻤던 것 같다. 얼마 후, 그래사이트의 인터뷰에 찍힌 그녀의 사진이 뒷모습을 보고 상상했던 모습과는 또 달라서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사람이 무언가를 '안다'고 말하려면, 과연 어떤 부분을 얼마만큼 알아야 할까. 가령 "나 이 책 알아"라고 말하려면, 그 책의 제목만 알고 있어도 되는 걸까. 아니면 방금 그 책을 덮은 것처럼 줄거리를 줄줄 꾈 수 있어야 하는 걸까. 책의 줄거리를 잘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읽으면서 내가 느낀 감정, 그때 들었던 음악, 그 순간 불던 바람 등만 기억하는 그녀는 과연 그 책을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책의 뒷 부분에 그녀의 사수인 박웅현 씨가 남긴 글에 이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만날 사람은 만난다. 10년, 20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고 시시때때로 같이 밥을 먹어도 만나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단 10분 이야기를 나눠봐도 만나지는 사람이 있다."

 

나는 이 책의 저자인 김민철 씨와 단 10분도 만나본 적이 없지만, 이 책을 통해 그녀를 조금은 알게 된 기분이다. 그리고 그 점이 참 기쁘다. 그녀를 알게 되어서, 그녀를 만나게 되어서.

 

 

왜 그런 원칙을 가지게 된 건지 근원은 알 수 없다. 나에게 그런 원칙을 가르쳐준 사람도 없었고, 그 원칙을 실천해 보인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나는 어쩌다 그런 원칙을 가지게 된 걸까. (중략) 어쨌거나 나에겐 책에 관한 나만의 원칙이 있었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정말 마음에 드는 경우에만 사는 거야'라는. (p.21)

 

 

언젠가부터 나에게도 그런 원칙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정작 정말 좋아하는 책은 온전히 새책인 채로 책장에 꽂히는 경우가 많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정말 마음에 드는 경우에는 구입해서 그대로 책장에 꽂아두었으니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당장 구입해서 내 서가에 꽂아두고 싶다고 생각했다. 당분간은 책 선물할 때 고민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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