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et(덧문)를 완벽하게 내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 

잠 깨어 독서등만 켜고 침대 속에서 꼬물거리며 폰을 확인하니 

단톡방에 깨톡깨톡이 떠있다. 

근황, 책, 기타등등의 이야기를 한참 나누면서  

한줄 한줄에서 서로의 성향을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고. 

톡을 끝내고 아침 일기를 적는데 

아! 이렇게 수다를 떠는 시간이 나에게는 참 귀하구나 싶다. 

비록 문자지만, 아직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반경 200킬로미터 안에서 나와 수다를 떨 사람이 이제는 전무한 상태에서 

(아니 200킬로키터 더 되겠는데 ㅠㅠ 왜 다들 멀리 이사가는 거야.ㅠ) 

이 시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프랑스어책읽기모임의 여러분 고마워요~)

그리고 거의 매일 시간 쪼개어 

톡으로 나와 수다 떨어주는 동생도 무척 고맙다. 

내가 정신을 잃지 않고, 쓰러지지 않는 것은 

이런 시간들 때문이다, 생각한다. 



마음이 슝슝 부풀어올라 북플을 살펴보는데. 

그만 어느 님이 올려주신 시 한 편을 읽으면서 울어버렸다. 

매개체가 책이든 영상이든 뭔가를 보고 내가 운다는 건 

그동안 참아왔거나 쌓여왔거나 한 감정찌꺼기를 

그 매개체가 툭 건드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요즘은 거의 모든 것이 매개체가 되는 것처럼 눈물이 잦다. 

오늘 그 시가 건드린 나의 감정은 외로움이다. 




시를 되풀이해 읽고 오후에 베껴 적어보았다.



감상적인 일요일 아침을 열어준 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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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0-12-07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도 하니까 시 적어 사진 찍는 거 괜찮겠지? 문제 되는 거면 알려주세요~

라로 2020-12-07 0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아요. 암튼 난티나무 님 글 읽다가 제가 왜 코끝을 찡 하는지. 주책없이. 😅

난티나무 2020-12-07 04:21   좋아요 0 | URL
주책없지 않아요 라로님~^^
감성부자이신 거죠~~ ㅎㅎ
원래도 눈물이 많았는데 요즘 진짜 수도꼭지 트는 거마냥 그래요.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2-07 0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일곱해의 마지막에서 기행이 홀로 먼곳에서 난로불 옆에서 자기 시 적다가 태우고 하던 게 생각나네요 ㅠㅠ 그러듯이 적고 계시네요.

난티나무 2020-12-07 14:10   좋아요 1 | URL
안 읽었지만 뭔지 알 거 같아요... ^^

난티나무 2020-12-07 14:11   좋아요 1 | URL
시 고마웠어요!!!! 반유행열반인님 덕분에 일요일 아침이 풍요로웠습니다~^^

수이 2020-12-07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자주 수다 떨어요 언니💓

난티나무 2020-12-07 14:12   좋아요 0 | URL
수다는 조심스러운 것... ㅎㅎㅎ
고마워요!!
 



비우기를 실천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침대 밑 박스에서 나온 책 몇 권. 간혹 내가 샀을 수도 있는 책이 있기는 한데 거의 누가 줬거나 해서 생긴 책들. 굳이 갖고 있고 싶지 않은 책들이라 박스행이었나 보다. 아 이거 말고도 나와 전혀 상관없는 건축책들도 있다는 게 생각났다. 그것 말고도 또 창고에 묵은 책들도... 많다... 이런 책들은 단지 한글로 되어있다는 그 사실 하나에, 버리지도 못하고 누구를 주지도 못한 채 이렇게 방치되어 있다. 그만 버리자.
그러면서 슥 훑어보고 아 이건 한번 더 읽고 버릴까... 싶어 두어 권을 뺀다. 어쩔까나, 이 미련한 미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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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아주 까탈스럽고 짜증 많이 내고 주로 하는 대답이 몰라, 인 작은넘은 제 형보다 더 사춘기를 시끌벅적하게 겪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지만, 때로는 내 곁에 파고들어 주절주절 이야기를 (아직은) 잘 하고 있다. 


1.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 주의 학교식당 메뉴가 나오는데,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마치 밥 먹으러 학교에 가는 것처럼 매일 저녁 다음날의 메뉴를 확인하곤 했다. 며칠 전, 메뉴를 확인하더니 엄마, 고기는 닭다리고 다른 건 오믈렛이야 흑흑,이라고 했다. (주요리로 두 가지가 나오는데 하나는 주로 채식 메뉴다.) 순간, 요즘 육식을 고민하는 아이의 입장에서 고기도 안 먹고 싶고 달걀도 안 먹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확~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에구 그래서 어쩌나, 오믈렛이라도 먹어야지, 같이 흑흑거려주었다. 그 다음 말은 더 놀랍다. 뭐 엉트레(전식) 야채만 먹어야지. 그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점심 뭐 먹었냐고 물었더니 막 웃으며 그냥 오믈렛 먹었다고 한다. ㅎㅎㅎ  나는 맹세코(?) 아이에게 육식을 하지 말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강요했나???) 혹여 내가 강요를 했더라도 내 말을 들을 녀석들이 아니므로, 없다고 해두자. 나는 단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한 권을 사서 읽혔을 뿐이다. 책 한 권을 읽고 아이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바뀌는 중이다. 


2. 엄마, 오늘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발표를 했는데 어떤 여자애가 발표를 하면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했다? 오 이 쇼킹한 이야기는! 어떤 텍스트로 발표했는데? 조르주 상드의 뭐더라 암튼 그런 거였는데 걔가 그렇게 말했어. 그래서 다른 애들의 반응은? 뭐 그냥 다들 가만히 있었지.ㅎㅎ 걔 이름이 뭐니? 알렉상드라. 나 걔랑 친구하고 싶다 야. 걔랑 친해? 안 친하면 친하게 지내 봐. 내가 막 오버를 떤다.ㅠㅠ 엄마, 걔한테 뭐라고 하라고? 우리 엄마도 페미니스트다? 뭐 이래? 우리 집에도 페미니즘 책 많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막 웃었다. 중3 아이가 수업시간에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는, 말하고픈 그 마음이, 아주 소중하게 느껴졌다. 듣는 다른 아이들은 아마 별생각 없었을 것이다. 그 아이의 말을 듣고 엄마를 떠올리고 나에게 와서 이야기해준 작은넘의 마음도 기특하고 소중하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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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1-0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아요 난티나무님. 기특하고 소중한 그 마음이 저에게 와 닿았어요.

난티나무 2020-11-05 23:11   좋아요 0 | URL
멀리까지 가닿았다니 므흣~~^^
잘 키우고 있는 거라고 합리화하는 걸지도 몰라요.ㅎㅎㅎ 아이들이 클수록 마음 속에 흔들리는 갈대들이 늘어납니다...

수이 2020-11-0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도 오늘 하트 그득하군요. 오늘은 하트가 그득한 날이네요. 아 따뜻해 좋아 죽겠어요...

난티나무 2020-11-05 23:1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따뜻하게 주무세요~ 아 발시령~~~~~ㅎㅎ
 

조건 1. 

손발이 시렵지 않을 것. 

바닥 난방이 아닌 이곳의 집들은 대체로 춥다. 겨울엔 아주 많이 춥다. 컴터 앞에 앉아 잠시 시간이 흐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차가워져서. 추위를 싫어하는 나는 아무래도 가까이에 난로를 하나 두어야 겠지. 


조건 2. 

해가 드는 창문이 있을 것. 

사방이 벽으로 막힌 자그마한 공간도 아늑하기는 하겠지만, 해가 들어야 한다. 바람도 들어야 한다. 그러니 북향인 창문은 꽝이다. 사람도 그렇지만 책도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 햇볕은 책에 직접 닿지 않아야 한다. 그러니 해가 너무 많이 쏟아져 들어오지는 않아도 되겠다. 


조건 3. 

방음이 잘 될 것. 

중요한 사항, 체크. 일상의 자잘한 소음들이야 있겠지만 적어도 책 읽기에 방해가 되는 소리가 계속 들리면 안 된다. 우리집은 방 벽이 너무너무 얇아서 옆방의 말소리가 또렷하게 들린다. 어제는 벽에 기대 놓았던 책을 집다가 벽을 누르게 되었는데 아 글쎄 벽이 내 손힘에 밀려 쑥 들어간다? 어이 없음. 그냥 판자 하나 세워놓았나 보다. 방음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조용한 환경일 것. 


조건 4. 

방해받지 않는 위치일 것. 

독립된 방(집)이면 더할 나위 없겠으나. 


조건 5. 

실용적인 가구. 

책상과 의자, 머리까지 기댈 수 있는 1인용 소파. 그리고 (문짝이 달리면 더 좋을) 책꽂이. 


조건 6. 

책들을 다 꽂아둘 수 있는 벽면이나 수납공간. 


또 뭐가 있을까?

즐거우면서 동시에 서글픈 상상. 이사 가야 겠군.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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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1 2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1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02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눈치채지 못한 사이 창밖의 체리나무 잎들의 색이 바뀌었다. 이렇게 가을은 깊고, 봉쇄령은 또 내려지고, 1월부터 집에만 있는 나는 변함없이 집에만 있고,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혹은 변하는 것은 내 마음일 뿐이다. 


너무 멀리 살아서 근 2년을 못 본 아는 동생, 나는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나를 친하다고 생각할 지 이제는 잘 모르겠는, 동생이 그의 가족과 함께 다녀갔다. 600킬로미터를 넘게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거리,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더더욱 갈 수 없게 된 거리, 그 거리를 뚫고 어린 아기 둘을 데리고... 나만 살아내는 게 아니어서 그 아이도 반쯤은 넋이 나간 채인 모습. 남편이 있고 어린 아기가 있으면 어디에도 없는 '여자'. 윗대가 겪고 내가 겪고 아랫대가 또 겪고, 정말 그대로인 지겨운 고리들. 동생 또래의 또다른 친구와 함께 셋이서 가까스로 시간을 내었다. 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분노와 짜증이 차올랐다. 사람같지 않은 행동을 하고 사람인 척 굴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옆사람에게 사람 대접할 생각이 털끝만치도 없는 남편들은 뭘까. 도대체 '다른' 남자는 어디 있나. 내가 보고 듣는 사례들은 하나같이 다 비슷하다. 남편이 한국인이든 프랑스인이든 상관없이. 그 속에서 여자들은 버틴다. 혹은 포기하고 혹은 자책하고 혹은 홀로서기할 계획을 세우면서. 

통행금지가 내려진 밤은 길었으나 얼굴을 볼 시간은 너무 짧았다. 혼자가 아닌 몸(여자)은 마음대로 먹고 자고 놀 시간이 없다. 



(식구 아닌 한국사람과 수다 떠는 일이 너무 오랜만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퇴보한 것인지, 많이 하지도 않은 말이 제대로 안 되는 느낌, 여러 가지로 서글프다. 일기라도 쓰란 말이다. 


*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래와 같은 책들의 제목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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