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채지 못한 사이 창밖의 체리나무 잎들의 색이 바뀌었다. 이렇게 가을은 깊고, 봉쇄령은 또 내려지고, 1월부터 집에만 있는 나는 변함없이 집에만 있고,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고 했던가,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혹은 변하는 것은 내 마음일 뿐이다. 


너무 멀리 살아서 근 2년을 못 본 아는 동생, 나는 친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나를 친하다고 생각할 지 이제는 잘 모르겠는, 동생이 그의 가족과 함께 다녀갔다. 600킬로미터를 넘게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거리,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더더욱 갈 수 없게 된 거리, 그 거리를 뚫고 어린 아기 둘을 데리고... 나만 살아내는 게 아니어서 그 아이도 반쯤은 넋이 나간 채인 모습. 남편이 있고 어린 아기가 있으면 어디에도 없는 '여자'. 윗대가 겪고 내가 겪고 아랫대가 또 겪고, 정말 그대로인 지겨운 고리들. 동생 또래의 또다른 친구와 함께 셋이서 가까스로 시간을 내었다. 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에 분노와 짜증이 차올랐다. 사람같지 않은 행동을 하고 사람인 척 굴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옆사람에게 사람 대접할 생각이 털끝만치도 없는 남편들은 뭘까. 도대체 '다른' 남자는 어디 있나. 내가 보고 듣는 사례들은 하나같이 다 비슷하다. 남편이 한국인이든 프랑스인이든 상관없이. 그 속에서 여자들은 버틴다. 혹은 포기하고 혹은 자책하고 혹은 홀로서기할 계획을 세우면서. 

통행금지가 내려진 밤은 길었으나 얼굴을 볼 시간은 너무 짧았다. 혼자가 아닌 몸(여자)은 마음대로 먹고 자고 놀 시간이 없다. 



(식구 아닌 한국사람과 수다 떠는 일이 너무 오랜만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퇴보한 것인지, 많이 하지도 않은 말이 제대로 안 되는 느낌, 여러 가지로 서글프다. 일기라도 쓰란 말이다. 


* 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래와 같은 책들의 제목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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