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아주 까탈스럽고 짜증 많이 내고 주로 하는 대답이 몰라, 인 작은넘은 제 형보다 더 사춘기를 시끌벅적하게 겪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지만, 때로는 내 곁에 파고들어 주절주절 이야기를 (아직은) 잘 하고 있다. 


1.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그 주의 학교식당 메뉴가 나오는데, 먹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마치 밥 먹으러 학교에 가는 것처럼 매일 저녁 다음날의 메뉴를 확인하곤 했다. 며칠 전, 메뉴를 확인하더니 엄마, 고기는 닭다리고 다른 건 오믈렛이야 흑흑,이라고 했다. (주요리로 두 가지가 나오는데 하나는 주로 채식 메뉴다.) 순간, 요즘 육식을 고민하는 아이의 입장에서 고기도 안 먹고 싶고 달걀도 안 먹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확~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 에구 그래서 어쩌나, 오믈렛이라도 먹어야지, 같이 흑흑거려주었다. 그 다음 말은 더 놀랍다. 뭐 엉트레(전식) 야채만 먹어야지. 그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점심 뭐 먹었냐고 물었더니 막 웃으며 그냥 오믈렛 먹었다고 한다. ㅎㅎㅎ  나는 맹세코(?) 아이에게 육식을 하지 말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강요했나???) 혹여 내가 강요를 했더라도 내 말을 들을 녀석들이 아니므로, 없다고 해두자. 나는 단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한 권을 사서 읽혔을 뿐이다. 책 한 권을 읽고 아이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바뀌는 중이다. 


2. 엄마, 오늘 프랑스어 수업 시간에 발표를 했는데 어떤 여자애가 발표를 하면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고 했다? 오 이 쇼킹한 이야기는! 어떤 텍스트로 발표했는데? 조르주 상드의 뭐더라 암튼 그런 거였는데 걔가 그렇게 말했어. 그래서 다른 애들의 반응은? 뭐 그냥 다들 가만히 있었지.ㅎㅎ 걔 이름이 뭐니? 알렉상드라. 나 걔랑 친구하고 싶다 야. 걔랑 친해? 안 친하면 친하게 지내 봐. 내가 막 오버를 떤다.ㅠㅠ 엄마, 걔한테 뭐라고 하라고? 우리 엄마도 페미니스트다? 뭐 이래? 우리 집에도 페미니즘 책 많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막 웃었다. 중3 아이가 수업시간에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말할 수 있는, 말하고픈 그 마음이, 아주 소중하게 느껴졌다. 듣는 다른 아이들은 아마 별생각 없었을 것이다. 그 아이의 말을 듣고 엄마를 떠올리고 나에게 와서 이야기해준 작은넘의 마음도 기특하고 소중하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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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1-05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아요 난티나무님. 기특하고 소중한 그 마음이 저에게 와 닿았어요.

난티나무 2020-11-05 23:11   좋아요 0 | URL
멀리까지 가닿았다니 므흣~~^^
잘 키우고 있는 거라고 합리화하는 걸지도 몰라요.ㅎㅎㅎ 아이들이 클수록 마음 속에 흔들리는 갈대들이 늘어납니다...

수이 2020-11-05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도 오늘 하트 그득하군요. 오늘은 하트가 그득한 날이네요. 아 따뜻해 좋아 죽겠어요...

난티나무 2020-11-05 23:11   좋아요 0 | URL
ㅎㅎㅎ 따뜻하게 주무세요~ 아 발시령~~~~~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