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근처, 거리에서 파는 중고 재봉틀을 14만 원에 구입했다. 이미 60년 가까이된 재봉틀이 있지만 그건 고장난 지 오래된 것으로 버리기가 아까워 그냥 소장하고 있을 뿐, 늘 재봉틀이 하나 있었으면 했다. 그러나 새 것은 부담스러웠다. 재봉틀을 자주 사용할 것도 아니고, 재봉틀을 놓을 공간도 여의치 않고 해서 늘 망설였는데...드디어 내가 찾던 손재봉틀을 만나게 된 것이다. 족히 30년은 넘었을 거라고 한다.

 

초등학교 때 어깨 너머로 배운 재봉질을 기억을 더듬어가며 해보았다. 된다.

 

 

 

아주 고전적인 모양의 재봉틀. 내게 재봉틀은 이런 모양이어야 한다.

 

 

 

체육대회때 사용했던 플래카드로 장바구니를 만들어보았다. 업사이클링이다.

흠, 내가 보아도 잘 만든 것 같다.ㅎㅎㅎ

 

 

 

만드는 김에 하나 더 만들었다. 근데 두번 째는 흥이 덜 난다. 간사하다, 내 마음과 손가락이.(201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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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0-23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뵙겠습니다, 저는 서니데이라고 해요. 재봉틀 사진을 보고 들어왔어요.

이건 부라더 미싱인가요. 손잡이가 보이는 것 같은데, 손으로 돌려서 쓰는 미싱인가봐요. 요즘은 오래된 미싱에 작은 모터를 달아서 쓸 수 있도록 바꾼 것들도 있다고 해요. 오래되었는데 지금도 잘 쓸 수 있다면 전에 쓰신 분이 아주 잘 쓰셨나봐요.

만드신 장바구니도 실물 보면 멋있을 것 같습니다. 전에 플래카드여서 그런지 색상도 선명하고, 쓰기에도 튼튼해서 좋을 것 같네요.

올려주신 페이퍼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nama 2014-10-24 07:4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손에 만져본 것이라고는 손재봉틀밖에 없어서 모터가 달린 건 좀 두려웠거든요.
습성을 바꾸거나 버리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엔 낡은 것들이 좋아져요. 제가 낡아가니까 동병상련쯤 되나요.~~

권순주 2014-10-24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릴 때 엄마가 재봉틀을 돌리는 것을 보았지요. 치마도 만들어 주셨는데. 참 지금도 만들어 주셔요. 풍기인견으로 여름 잠옷도 만들어 주시고, 이불도 만들어 주시고요. 근데 한 번도 내가 해보겠다는 생각은 안 했답니다. ㅎ 플래카드 장바구니를 보고 언젠가 한 번 저도 도전하고 싶다는 맘이 생겨요. 감사합니다. ^^*

nama 2014-10-24 19:29   좋아요 0 | URL
어머니께서 지금도 만들어주시다니 놀랍고 부럽습니다.
저도 예쁘게 만들어서 하나 드리고 싶어요.
 

1. 옆자리 동료가 알려준 간장게장 레시피.

 

재료:샘표진간장 2

       물1

       매실추출액1

       양파2개

       생강

       마늘

       청/홍고추

       마른건고추

 

위의 재료를 한꺼번에 끓였다가 식혀서 살아있는 게를 담근다. 끝.

 

 

 

2. 안도현의 시를 읽는다.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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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10-22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올봄에 간장게장 시도를 해봤는데, 레시피대로 했는데 게의 크기가 달랐던지 좀 짜게 되었어요. 위에 쓰신 레시피도 그렇지만 간장게장 레시피를 보면 대개 어느 상표 간장을 쓰라는 것 까지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짠 정도가 상표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나봐요.
부디 성공하시기를!

(안도현시인의 저 시는 너무 슬프지 않나요? ㅠㅠ)

nama 2014-10-22 19:49   좋아요 0 | URL
저는 여직 게장을 시도해본 적이 없어요. 누가 주면 먹긴 하는데 먹는 것 자체를 즐겨하지 않아요. 생선 손질도 못하고, 고기 손질도 못하고, 닭 손질도 못해서 아예 해먹을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안 먹는 건 아니어서 그래도 그럭저럭 먹고 사는 걸 보면 온통 감사할 뿐이에요.
안도현의 위의 시를 읽고 게장을 아예 안 먹는다는 분의 글을 오늘 읽었어요. 시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고요.
 

 

 

 

 

 

 

 

 

 

 

 

어제 병원에 다녀오면서 즉흥적으로 서점에 들러 구입한 책이다. 

 

안정제가 들어간 위염약 덕분에 위가 잠잠해지면서 정신이 약간 흐릿해지고 잠이 솔솔 온다. 한차례 자고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버티는 삶..'은 지인이 두 번에 걸쳐 사진과 서평을 보내준 덕에 알게 되었고, 특히 제목이 몹시도 자극적이어서 확 구미가 당겼다.

 

그렇잖아도 사는 게 '견뎌내는 일', '버텨내는 일'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지리멸렬하게 상기하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던 차에 이 책은 무슨 계시처럼 가슴에 콕 다가왔다.

 

서문에 해당하는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 우리는 버텨야 합니다. 버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어느 누가 손가락질하고 비웃더라도, 우리는 버티고 버티어 끝내 버티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남아야만 합니다....제 인생이 닳고 닳아 한줌의 비웃음밖에 사지 않더라도 끝내 그거 하나만은 챙기고 싶습니다. 그래도 쟤 꽤 오래 버텼다, 라는 말 말입니다.

 ....타인의 순수함과 절박함이 나보다 덜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고, 절대악과 절대선이 존재하는 세상을 상정하며 어느 한 편에만 서면 명쾌해질 것이라 착각하지 말되,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지키고 싶은 문장을 한 가지씩 준비해놓고 끝까지 버팁시다. 우리의 지상 과제는 성공이나 이기는 것이 아닌 끝까지 버텨내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가 읽고자 했고 찾고자 했던 부분은 딱 여기까지다.

 

1부 나는 별일 없이 잘 산다

2부 부적응자들의 지옥

3부 그렇게, 누군가는 괴물이 된다

4부 카메라가 지켜본다

 

이렇게 구성된 책을 처음엔 꼼꼼하게, 나중엔 성큼성큼 읽어내려갔다. 물론 글을 읽는 맛이 있었다. 건조하고 신경질적이고 냉소적인 문체가 매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몸과 정신을 약으로 달래가면서 모처럼의 휴일을 늘어지게 빈둥거리며 읽기에는 결코 위로가 되는 책이 아님을 책을 거의 다 읽을 무렵에야 깨닫게 된다. 그래도 끝까지 읽은 건, 제목 때문이다.

 

'버티는 삶에 관하여'.....삶도 버텨내는데 책 한 권 못 버티랴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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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호되게 걸리면 잘 낫지 않는 위염. 두 차례에 걸쳐 직장 근처의 내과에 들러 진료를 받았으나 호전되는 기미가 없다. 할 수 없이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20년 넘게 다닌 단골의원을 찾아갔다.

 

23년 쯤 된 단골의사는 '요즘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느냐?'고 묻는 것으로 진료를 시작하는 게 습관인데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걱정거리를 묻는 안부인사로 맞이했다. 다른 날 같았으면 대수롭지 않은 안부인사쯤으로 흘려들었을 이 물음이 오늘따라 가슴에 와 닿았다. 그래, 오늘 내가 이 병원에 온 건 이 안부인사를 듣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처방전을 받아들고 근처의 단골약국을 찾아갔다. 머리가 하얀 늙수그레한 약사할아버지에게서 약을 받아들며 몇 마디 말을 건넸다.

 

"속이 안 좋아서 받은 처방인데 이게 모두 속 아픈데 먹는 건가요?"

 

약사할아버지가 살짝 웃으며 하시는 말씀,

 

"네, 모두 속 아픈데 먹는 약이군요."

 

짐에와서 살펴보니 신경안정제 계통의 약이 두 가지 들어 있었다. (요즘에는 약봉투에 약품명과 함께 약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단골의사와 비단골의사의 차이점. 속이 아픈 것만을 다스리는 비단골의사에 반해 단골의사는 마음까지 더듬어 볼 줄 안다.

 

단골약사와 비단골약사의 차이점. 약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본분으로 여기는 비단골의사에 반해 단골약사는 그까짓 설명 쯤 웃음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단골이라는 단어는 훨씬 덜 사무적이고 좀 더 인간적이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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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와 억새를 찍기 위해 산책했다. 이름하여 주제가 있는 산책.

 

1. 억새

 

 

2. 억새

 

 

3. 갈대

 

 

4. 갈대

 

 

5. 갈대와 억새

 

억새는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는 반면, 갈대는 좀 억세 보인다. 무엇이 바람에 쉽게 흔들릴까? 아무리 보아도 억새가 여성스럽다. 서로 이름을 바꿔 부르고 싶다.

 

 

*덧붙임(2015.02.26.)

 

 

 

 

 

 

 

 

 

 

 

 

 

 

  (395쪽) 한 때의 처녀들이 가을 햇볕을 쬐러 나왔다고 치자. 머리를 감고 곱게 분을 바르고 나온 이가 억새라면 머리를 감지 않고 화장도 하지 않고 부스스한 얼굴로 나온 이는 갈대다. 당신은 누구하고 사진을 찍고 싶은가? 저물 무렵 햇볕 속에 서 있는 그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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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bina 2014-10-18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만큼 살고도 이런 오류를 얼마나 많이 범하고 모르고 있을 까요?

여자의 이름은 갈대라는 말도 ,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와 같은 순정때문에
사나이 눈물 흘린다는 그 누구의 대중가요도, 부드럽고 연약해보이는것이
갈대임을 뒷받침해주는데...
아! 그 유명한 베르디의 리골레토에도 나오지요? 갈대와 같이 변하기쉬운
여자의마음... 이라고.
그런데 이제부터는 갈대보다는 억새라고 해야겠습니다.
여자의 마음은 억새... 어째 낱말의 의미가 맞지 않는 느낌이네요. ㅎㅎ

nama 2014-10-19 16:38   좋아요 0 | URL
갈대와 억새를 구분 못한들 뭐 어떻습니까?
갈대와 억새를 바꿔 부르고 싶다는 말, 갈대와 억새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요. 누가 이름을 붙여달라고 했느냐, 항의할 테지요.

2014-10-19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0-20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옥 2018-09-30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갈대와 억새의 구분을 확실히 익히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nama 2018-09-30 20:47   좋아요 0 | URL
저도 구분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답니다.

oren 2018-10-0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개천절날 하늘공원 다녀 왔는데, 오랜만에 가봤더니 그 드넓은 억새밭 사이로 제법 색다른 변화도 생겼더군요. 특히나 한쪽 구석에 마련된 ‘귀화식물원‘에 단연 눈길이 가더군요. 주변에서 아주 흔히 보는 풀들이지만 이름을 잘 몰랐던 식물들이 아주 많아서 반가웠답니다. 개망초, 서양등골나물, 미국 쑥부쟁이, 벌개미취, 서양 명아주, 뚱딴지 등등은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그런데, 억새밭 사이로 지나다니면서 자세히 살펴봤더니 억새뿐만 아니라 갈대도 아주 많았고, 억새들도 모양이 정말 제각각이더라구요. 레게머리처럼 곱슬곱슬한 억새들도 제법 있었고요. 바람에 하늘거리며 하얗게 빛나는 부드러운 억새에 비해, 갈대는 어딘가 약간 엉성해 보이고 색깔도 썩 곱지는 않지만 어릴 때부터 냇가에서 아주 많이 봐왔던 터라 ‘못생긴 고향 친구‘를 보는 느낌도 들더라구요.

nama 2018-10-05 22:39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nama/7811375
법수치에 있는 식물들이 생각나네요.
하늘공원엔 친구들과 딱 한 번 갔었는데요. 바람쐬기엔 그만이더군요.
서양등골나물이 궁금한데요.

oren 2018-10-06 21:46   좋아요 0 | URL
법수치에 있는 식물들도 정겨운 모습들이 많네요. 구경 잘 했습니다.
하늘 공원에는 가능하면 늦가을에 가 보는 게 더 나을 듯싶어요.
아직은 코스모스도 아주 조금 피어 있더라구요. 억새도 절정이 아니었고요.

예전에 한 때는 하늘공원이 너무 좋아 이틀을 연속으로 찾은 적도 있었네요.
http://blog.aladin.co.kr/oren/5096007

nama 2018-10-06 22:13   좋아요 0 | URL
공원은 집 근처에 있어야 공원인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대중교통을 여러번 갈아타야 하는 하늘공원 같은 곳은 공원이라기보다는 관광지로 다가와요.
우리 동네에는 다행히 생태습지공원이 있어서 지천에 널려있는 게 갈대와 해당화지요. 요즘엔 좀작살나무의 보라색 열매가 한창이고 좀 있으면 박주가리의 특이한 열매도 볼 수 있어요. 저는 10여 년간을 이 생태공원을 퇴근길로 삼았어요.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어요. 지금도 물론 틈만 나면 공원으로 향하지요.

하늘공원 사진 잘 보았어요. 제 기억으로는 oren님이 사진을 잘 찍는 분으로 알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