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 한켠을 차지한 책장에 둥지 튼 박새 가족. 창고 앞면에는 손가락 한마디만큼의 빈 틈도 없다. 뒷면에는 아래에선 보이지 않지만 지붕 밑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어미새가 길을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엔 겨우내 쌓인 솔잎 뭉치인줄 알았다. 작은 깃털이 바람에 떨고 있었다. 아슬아슬한 순간. 하마터면 휙 걷어치울 뻔했다. 걱정이 생겼다. 혹여 어미새가 못 오면 어쩌나. 지붕너머로 잽싸게 오가는 어미새를 보면 식구처럼 반갑다. 


밀란 쿤데라의 <존재의 아름다움>이 너희들보다 아름다울까.




 **덧붙임 2025.07.21.

위 글에서 '창고 앞면에는 손가락 한마디만큼의 빈 틈도 없다.'고 자신있게 썼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



창고 앞면에 내 주먹보다 큰 개구멍? 아니 새구멍이 있었다. 어쩐지 새 똥이 창고 안에 길을 만들었다 했더니 관찰이 부족했다. 뭐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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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7-13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장에 둥지를 튼 박새 가족.
책으로 더 포근하고 다양한 세상을 만날듯요.

nama 2025-07-14 10:21   좋아요 1 | URL
소나무에 매단 빨강 지붕의 새집 대신 책장을 선택한 걸 보면 새의 안목을 인정해줘야 할듯요.

hnine 2025-07-14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한 사진이네요.
동고비라는 새가 집을 짓고 새끼를 낳아 키우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우연이나 즉흥적으로 하는 과정 하나도 없이 정성과 노력으로 하는 일이더라고요.
어미새가 찾아 올 수 있기를 저도 간절히 바랍니다.

nama 2025-07-14 10:24   좋아요 0 | URL
동고비 책 쓰신 분이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도 쓰신 분이더라구요. 사놓긴 했으나 언젠가는 읽겠지요.
오늘은 비가 와서 어미새가 함께 둥지에 있다고 하네요. 방해가 될까 싶어서 궁금하지만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어요.

잉크냄새 2025-07-14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새가 둥지를 트는 안목이 있네요.
가운데 책 제목에 ‘벌레‘ 가 있어서 먹이 공급처에 가장 가깝게 지었네요.

nama 2025-07-14 20:42   좋아요 0 | URL
박새가 안목도 있지만 머잖아 음악성까지 겸비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