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집시 - 미지의 세상으로 뛰어든 한 가족의 짜릿한 세계일주 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최윤영 옮김 / 에이지21 / 201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베껴쓰려고 포스트잇을 붙여놓은 곳이 열세 군데인데 해야할 일이 많아서 도저히 모두 옮기지 못하는 게 아쉽다. 4년간 어린 두 자녀, 아내와 함께 세계일주를 한 여행기치고는 무척 소박한 모양새라서 언뜻 눈에 띄지 않는다. 비주얼이 중시되는 세상에 살다보니 제대로 된 것을 가려내는 것도 만만치 않다. 책 조차도. 서양 속담에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라는 말로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 것을 경계했건만 이 벽을 넘는 게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면 뭐하나, 이런 것 하나 뛰어넘지 못하니. 하여튼 이 책은 겉모습이 무지 소박하다는 걸 말하고 싶다.

 

사진 한 컷에 많지 않은 분량의 짧은 글. 사실 말은 길게 할 필요가 없다. 하고 싶은 말만 딱 하는 것, 그게 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처음의 선입견에서 점점 더 놀라운 감탄으로 바뀌게 된다. 어? 이 양반 보통이 아니구나, 하고.

 

옮기고 싶은 여러 글 중 두어 개 베낀다. 이것도 마음이 바쁘다.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좋아하는 것이 좀처럼 돈으로 이어지지 않는 고통이나

하찮은 질투나 짓궂은 말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마음과 신체를 가지고

욕심은 있지만 가끔씩밖에 화내지 않으며

 

항상 남색의 머릿수건을 쓰고 돌아다니며

하루에 담배 두 갑과 콜라, 피자, 오키나와 소바를 먹고

모든 일을 내 몸으로 자세히 보고, 듣고, 느끼고, 소중한 것 이외는 전부 잊어버리며

 

바다 가까이에 자리한 커다란 집에서 가족과 화목하게 살며

좋은 음악이 흐르고 맛있는 요리와 술이 있고

친구들이 왁자지껄하며 늘 기분 좋은 바람이 불며

 

북쪽에 오로라가 나왔다는 소리를 들으면 달려가서 지구의 웅장함을 느끼고

남쪽에 좋은 무인도가 있다는 소리를 들으면 헤엄쳐 건너가 생명력을 수련하고

동쪽에 고민하고 있는 친구가 있으면 한 손에 술을 들고 찾아가 아침까지 이야기 나누고

서쪽에 소중한 사람이 괴로워하고 있으면 목숨 걸고 지키러 가며

 

슬픈 밤은 최고의 ROCK으로 스스로를 격려하고

그래도 슬픈 밤이면 혼자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모두에게 자유인이라 불리며 칭찬받고 미움받기도 하며

이번 인생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을 소중하게 대하며 이대로 즐겁게 살아가다가

언젠가는 아내 사야카의 손을 잡고 웃으며 함께 눈을 감는다.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좋은 일이 있기 때문에 힘이 나는 게 아니다.

힘을 냈기 때문에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멈춰 있으면 마음은 흔들린다.

움직이고 있으면 마음은 안정된다.

 

방향은 직감으로 충분하다.

우선 한 걸음 내딛자.

 

미래는 걸으면서 생각해나가는 것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3-30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a 2015-03-30 09: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수이 2015-03-30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주문했어요!

Juni 2015-03-30 11:46   좋아요 0 | URL
큰일이네요 !! 이책보면 당장 떠나고 싶어지실겁니다 ㅋㅋ

nama 2015-03-30 14:22   좋아요 0 | URL
아, 좋은 책이긴 한데...책임 못져요^0^

수이 2015-03-30 14:24   좋아요 0 | URL
꺅 ㅠㅠ 오면 읽어보고 호호호

라로 2015-03-30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리 책 선전을 잘 해주시니 당장 읽고 싶어져요!!!엉엉엉

nama 2015-03-30 14:26   좋아요 0 | URL
당장 읽으면 당장 떠나고 싶어져요.
마음대로 마음껏 살아도 될 것 같은 희망? 도 생겨요.

파란나라 2015-03-31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에 꼭 찍어 박히는 느낌이 있는 말들, 늘 감사합니다.
간간히 들어옵니다만, 답문을 잘 남기지 못해 죄송하구요.
오늘은 <마음대로 마음껏 살아도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겨요.>가 쏙 들어옵니다.
(옆에 있진 않아도 옆에 있는 듯해 좋습니다. ^^*)

nama 2015-03-31 20:25   좋아요 0 | URL
옆에 있는 듯한...불확실함이 좋습니다. 궁금해서^^
 

유고(遺稿) 작품을 읽는 건 쓸쓸한 일이다. 이제는 더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따지고보면 같은 하늘 아래에 살고 있지만, '이제는 더이상' 만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죽은 사람들보다는 무관심하게 버려진 사람들을 더 기억하고 내 정성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해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내내 그리워하면서도, 요양병원에서 홀로 늙어가는 어머니를 가까이 모시지 못하는 것. 모순이랄 수밖에. 부끄러운 모습이다.

 

정현욱, 이라는 사람의 유고 여행기를 읽었다, 기 보다는 만져보았다.

 

 

 

 

 

 

 

 

 

 

 

 

 

 

서른 셋의 나이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는 건 슬픈 일이다. 그 슬픔으로 이 책을 만들었는데, 주로 일기체의 글과 사진이 실려 있다. 꼼꼼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의미있는 책이 되겠지만 아무런 친분도 없는 사람들에게 크게 의미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일이 그렇게 재밌지도 않다.

 

이 책을 읽다가 옛 친구의 유고시집이 떠올라 올려본다.

 

 

 

대학교 4학년 때였으니 우리 나이로 23살. 졸업을 몇 개월 앞두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과동기생의 유고 시집이다. 한창 취직시즌이었는데 돌연 자신은 '쓸모없는 인간' 같다며 생을 마감한 친구다. 취직이 힘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죽을 정도는 아니었는데...사실은 이유를 알 수 없다. 아무도 모른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책 머리에'의 글을 지금 살펴보니 지도교수이자 영시를 가르쳤던 김복련교수님이 쓰셨다. 평생을 독신으로 사시다가 (한 깔끔하셨다.) 고인이 되신 지도 벌써 꽤 되었다. 읽다보니 조금 울컥했다. 이 분은 또 누가 기억해주나 싶어 잠시 옮겨본다.

 

  졸업을 눈앞에 두고 어느날 홀연 세상을 떠나버린 친구를 애통해하는 학우들이 고인의 일기장과 필기장 여기저기에 감추어진  채 흩어져 있는 글줄들을 한 자리에 모아 한 책자로 형상화함은, 세상에 내놓아 보겠다는 뜻이 아니라, 다만 각자의 손으로 만지고 잡음으로써 잃은 것을 완전히 다 놓치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지극히 당연한 마음이라 수긍된다.

  친구들을 극진히 사랑했고 또 사랑받으며 그들과 어울려 이야기할 때의 즐거워하던 그 모습, 야무진 데도 없었고 욕심의 티도 없었고 허허로우리만치 키와 눈이 큰 소탈한 행동인, 언제나 행사 선두에 서서 '휘청거리'던 그 겉모습 외에는, 싯귀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였다는 것 정도가 이 선생이 학생을 관찰한 전부였다. 그 선생의 우둔과 태만을 이 자리에서 고백해 본들, 제자의 유고를 받아들고 읽어내려가는 그 눈길이 흐려지고 가슴이 바스러짐을 느낀다 한들, 그 태만과 부끄러움을 어찌 보상할 수 있겠는가?

 

고인들을 추모하는 페이퍼가 되버렸다.

정현욱, 내 학과친구 윤미원, 영시의 세계를 열어주셨던 김복련 교수님.

누군가는 계속 기억해줘야 할 것 같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3-21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1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1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1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nama 2015-03-21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고, 오늘은 아침부터 이런 글을 쓰더니만 끝내 부고가 날아왔다. 엄마 바로 아래 동생인 이모가 돌아가셨다. 학창시절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인천주안에 사시는 이 이모한테 가고는 했었는데, 이종사촌동생들과도 친하게 지내고. 늘 우리 엄마의 안위를 걱정해주셨는데 우리 엄마보다 앞서 가셨다. 훨씬 더 건강하시려니 생각했었는데...
 

 

 

 

 

 

 

 

 

 

 

 

 

 

20대 초에 읽었던 이 소설을 다시 읽는다. 도서관 한 구석에서 폐기처분될 날을 기다리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에 집어 들었다.

 

더이상 나빠질 수 없는 맨 밑바닥의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 모모. 그래도 로자아줌마에 대한 사랑으로 끝까지 버텨내고 로자아줌마를 지켜내는 과정이 이 소설의 뼈대였구나. 20대 초에 이 소설을 제대로 이해한 게 아니었다는 자각.

 

다 읽은 이 책을 다시 신간서적 서가에 살짝 꽂아놓아야겠다. 부디 눈 밝은 아이들의 눈에 들어가기를. '영혼이 맑은' 아이들이 주로 오는 도서관. 이런 책 한권에서 부디 마음의 위로를 찾게 되기를.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을 사랑하는 단 한 사람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래도 살아지고, 살만하다는 것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15-03-2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전에 바로 이 표지로 나온 책으로 읽었어요. 아마도 고등학교때, 아버지 책장 뒤지다가 (^^) 이 책 표지인지 띠지인지 당시 대학가요제 수상곡인 ˝모모˝란 노래의 가사가 나와있는걸 보고 눈이 동그래져서 읽게 되었지요. 좋아하는 노래인데 대체 이 책과 무슨 상관이 있나 해서요.
나중에 학교 가서 애들한테 그 노래 가사가 외국 사람이 쓴 어떤 소설에 나와있는거라고, 말 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 뻘쭘했던 기억이 나요.

nama 2015-03-20 10:18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그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어요. 애들한테는 물론 얘기를 못 꺼내요. 제가 중학교 때 `동아`라는 단어가 들어간 자습서로 공부했다니까 애들이 놀래요. 그 시절에도 그런 게 있었냐구요. 예전 얘기를 할수록 아이들과는 거리감만 생겨요.

사랑하는 `그 한 사람`의 의미...이 소설은 그래서 앞으로도 명작으로 남을 거예요.

라로 2015-03-2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눈이 밝지 못한 사람이었어서 나중에 중년이 되어 읽었지요. 그리고는 로맹가리에게 빠졌다는;;; 암튼 저도 저 표지로 읽었는데 폐기 처분 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니,,,,나마쌤, 아니 나마 관장님 같은 분이 계셔서 다행~~~^^;;;

nama 2015-03-21 08:07   좋아요 0 | URL
저는 이제야 눈이 밝아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철 들자 노망이라고...지레 겁도 나네요 ㅋ

yamoo 2015-03-20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다시 읽어야 할 소설 같아요..전 예전에 50여 페이지 읽다가 던졌거던요~ 얼른 다시 잡아야 할 텐데....매력적인 다른 소설들 때문에 후순위로 계속 밀립니다~ㅎ

nama 2015-03-20 16:28   좋아요 0 | URL
재미있는 소설은 아닌 것 같아요. 사는 게 신나는 사람들은 이런 책이 눈에 안 들어올 것 같구요^^
 

 

 

친구랑 얼떨결에 본 영화. 그것도 10여 분이나 늦게 입장했다.

 

아무런 정보, 심지어 제목조차 처음 들어보는 낯선 영화였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정보 검색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정보와 담 쌓고 무지하게 사는 것도 때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미리 알거나 너무 알 필요가 없다. 살아있는 생생한 느낌을 위해서는.

 

이렇다 할 컴퓨터그래픽 같은 장치도 없는, 오로지 배우들의 연기력 하나로 승부를 보는 영화로 구성도 단순하고 주제도 단순하다. 독종 선생에 독종 제자. 그 지독함이 내용의 전부인데, 그 지독함에서 영화다운 카타르시스를 가슴 한가득 느끼게 된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느낌. 강렬하다.

 

멋진 영화다. 시원하다.

 

기억에 남는 대사 한마디: “세상에서 가장 쓸 데 없는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야”

 

*whiplash: 채찍질(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15-03-15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이가 학교에서 드럼을 하고 있어서 같이 보면 좋겠다 하고 물어봤더니 벌써 다운받아서 봤다네요 ㅠㅠ 우리 나라에선 지금 개봉했지만 나온지 좀 된 영화인가봐요?
흠, 혼자라도 한번 가서 봐야겠어요.

nama 2015-03-16 07:08   좋아요 0 | URL
오우, 아드님이 드럼을....저도 드럼을 좋아해요.
볼만해요. 자극이 될 거예요.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 커피 향을 따라간 호또리아 가족의 생활연극기
이재선 지음 / 효형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극은 인생이고 인생은 여행이다.'(285쪽) 연극, 인생, 여행이라는 단어를 앞뒤로 이리저리 바꿔도 결국은 같은 뜻이 된다. 고로, 연극=인생=여행이 성립된다. 그리고 이 책은 이렇게 연극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쓴 책이다.

 

초등생인 두 자녀와 아내를 이끌고 대책없이(?) 콜롬비아로 떠날 수 있는 용기가 읽는 내내 부러웠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데...발목 잡힌 삶을 유지하고 하루하루 꾸역꾸역 버텨내기 위해 때로 눈물경운 일상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고, 삶의 또다른 가능성을 꿈꾸게 해준다. 읽는 것만으로도 잠시 행복해진다. 그래 이렇게 살아도 돼, 하고.

 

연극은 끊임없이 생활을 닮으려고 하는데 정작 생활은 왜 연극처럼 내 가슴을 뛰게 하지 않는 것일까? 연극은 늘 다른 연극들과 다르게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생활은 왜 늘 남들과 다르면 불안해하며 똑같아지려고 할까? 생활도 연극처럼 남들과 다르게 해볼 수는 없을까? 내가 사는 마을이 무대가 되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배우가 될 수는 없을까? 그들과 가슴 뛰는 연극 같은 생활을 할 수는 없을까?

말도 안 되고 현실성 없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바로 그 엉뚱한 생각이 콜롬비아행의 시작이었다.  (284쪽)

 

이 책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유쾌하고 목소리의 톤이 살짝 올라가 있다. 여행의 설레임 같은 분위기라고나 할까. 인생을 연극처럼 여행처럼 살아가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들떠있는 기분에 나도 모르게 동화되고 만다. 지은이가 유일하게 목에 힘을 주고 진지하게 쓴 부분이 위에 인용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다.

 

이 가족의 연극 같은 생활이 무탈하게 오래 지속되기를 바란다. 가슴 뛰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고 현실성 없는' 삶이 아닌 것이다.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