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자본주의를 만났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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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여행서적이 아닌데 여행서적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가난해지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세계일주를 했으니 그 목적과 방향이 어떻든 분명 여행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여행은 아무나 따라할 수 있는 그런 여행이 절대 아니다. <Unfair Trade>라는 원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불공정한 세계를 좇아 구석구석 뒤지고 다니는 일을 생각해낸 것도 대단하고 직접 두 발로 찾아다닌 것은 더 대단하고 의미있는 행동임에 틀림없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수록된 국가별 소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이 실렸을 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니카라과-' 바닷가재가 팔릴 때마다 죽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영국-'공정 무역으로 돈을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중국-'그들에게 많은 걸 기대하지 마라'(중국 정부도 못 건드리는 공룡 기업, 폭스콘 얘기)

라오스-'모든 산에 고무나무를 심는 나라'

콩고-'당신의 휴대폰에는 콩고의 눈물이 흐른다.'

아프가니스탄-'무조건 금지하면 뭘 먹고살란 말입니까'(양귀비와 마약 얘기)

탄자니아-'최고의 품질은 공정한 거래에서 나온다'

코트디부아르-'성공하는 기업은 눈앞의 이익에 욕심내지 않는다'

 

소비적인 여행을 잠시 반성하게 하는 책이긴 한데 어디 그게 누구나 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인가. 그러니 이런 책이라도 열심히 읽어서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해야 할 터.

 

그런데 이 책은 저자의 활동지역인 영국 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인기가 있다고 한다. 사무실 내 옆자리에 앉은 영국인에게 이 책을 보여주며 아는 작가냐고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흠, 우리가 빠른 세상에 살고 있긴 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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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 10기 활동을 마무리합니다.

일 년 동안 신간평가단에서 활동했다. 따끈따끈한 신간 서적을 공짜로 받아보는 맛은 별미였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읽어보고 싶은 책이 선정되었을 때는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으며, 즐거울 일이 별로 없는 일상에서 이런 책들은 박카스 같은 청량제 구실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갈수록 리뷰 쓰기가 만만찮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였을까. 지난 해 10월, 무릎인대가 늘어나고 그 여파가 드디어는 족저근막염까지 몰고왔다. 여러 군데의 병원 치료도 그때뿐이어서 오늘은 큰마음 먹고 멀리 있는 전문한방병원에 다녀왔다. 통증이 심한 건 아닌데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출근의 유일한 목적인 퇴근 산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굉장히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때부터였으리라. 걷는 게 시원찮아지면서 삶도 쓸쓸해졌고 리뷰쓰기도 조금씩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평소 지론인 <걷듯이 읽고, 읽듯이 걷고>를 철저히 실천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언행일치의 완벽한 삶을 구가하고 있다니...겨우 산책 정도 가지고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하게 되는 게 좀 부끄럽긴 하지만.

 

하여간 걷는 것이 시원찮아지면서 리뷰 쓰기가 숙제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글을 제대로 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숙제는 해야 한다는 강박이 더 심했다. 타고난 성실성이 미적 감수성과 예술적인 노력에 앞섰다고나 할까. 재미 보다 성실성이 앞서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님을 절감하며 꾸역꾸역 10기 신간평가단 마지막 리뷰를 쓰고, 11기 신간평가단에는 일말의 희망도 품지 말자고 생각했다.

 

속절없이 비처럼 떨어져 내리는 벗꽃을 물끄러미 지켜보듯, 눈 앞에서 스치고 지나가는 신간평가단 공지는 내 굳은 의지와는 별도로 내 마음 한 구석을 쓸쓸하게 적셔왔음을, 그래서 이 짧은 봄이 더 아쉬웠음을 숨기고 싶지 않다. 허나 숙제에서 벗어나니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다.

 

그러면 마지막 미션!

 

1) 10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좋았던 책으로는  <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를 꼽고 싶다. 내가 호주를 여행한다 해도 절대로 이런 책을 쓸 수 없기에.

 

 

 

 

 

 

 

 

 

2) 10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베스트 5:

 

 

 

이 책에 소개된 <나스타샤>라는 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

 

 

 

 

 

 

 

일상의 삶에 대한 어떤 통찰 같은 게 느껴졌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하게 하는 책.

 

 

 

 

 

 

 

 

새삼 내게도 이상형의 인간이 있었으니, 그 이름 호시노 미치오!

 

 

 

 

 

 

 

무라카리 하루키의 책 중에서 기대에 못 미친 책이라 골라보았다. 기대에 못 미친 책이어도 선정되다니 무라카미는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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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하라 - 박노자, 처음으로 말 걸다
박노자.지승호 지음 / 꾸리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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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공산당을 반대함)-승공(공산당을 이겨냄)-멸공(공산당을 없애버림)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이념교육을 철저하게 받아온 세대로서 이 책의 제호와 빨간 색의 서체는 몹시 자극적이다. 그래서 이 자극적인 제호만 보고도 이 책이 궁금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온갖 이념교육의 부작용으로 감히 생각해보거나 입 밖으로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시원하게 들을 수 있었고 그 의미를 한번쯤 곰곰히 되새겨보게 되었다. 이런 책은 나와 같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책이 아니다. 우리 세대는 온갖 이념교육으로 극히 소심하고 속이 쪼그라들대로 쪼그라들어서 감히 이런 생각들을 한다는 자체가 위험한 것으로 여겨 본능적으로 몸을 도사리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인터뷰어인 지승호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순간 움찔했다.

 

(186쪽) (지승호)"그렇다면 '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좌파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박노자) "예를 들어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천안함이 북쪽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 혁명의 방법론이 무엇이다, 이런 대화를 하면서도 하등의 공포가 없지 않습니까? 사실은 엄청난 발전이죠. 80년대 만약에 이와 같은 종류의 대화를 했다면 아마 둘 다 상당히 떨었을 것입니다. 언제 검거와 고문을 당할지 모르니까요..."(지승호)"맞는 말씀이신데, 오슬로와 지금 여기 대한민국은 온도 차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좀 공포가 있는데요."

 

우선 대통령에 대한 얘기. 

 

(23)...네 명의 대통령(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을 가리킴)은 서로 지점이 달라도 사실 민중에 대한 정책은 굉장히 일관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에 대해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민중한테 제일 해로운 겁니다. 부르주아 정객 중에서는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달라질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랬었구나.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들켜버렸다는 충격 엇비슷한 감정이 들었고 이 혜안에 적잖이 놀랐다.

 

이번엔 국가에 대한 얘기다.

 

(85) ...국가는 권리를 가지고 있고, 우리는 의무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진 거죠. 문제가 생기면 의무를 다하지 못해 그렇다고 쉽게 생각하죠. 만약에 우리가 국가주의적인 사고방식이나 기업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아니라, 민주주의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다면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은 1차적으로 국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국가와 개인은 어디까지나 계약관계이므로 1차적으로 국가의 존재 이유는 개개인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입니다....우리는 국가를 일종의 개개인 인민의 계약에 의해 성립된 기관으로 보지 않고, 우리보다 더 의미 있는 일종의 전지전능한 기관으로 보는 거죠. 그게 참 아쉽습니다.

 

전지전능한 기관으로서의 국가라고라...그래 이렇게 교육 받아왔지, 지금까지.

 

노르웨이의 숙제철폐운동도 참 의미있게 다가와서 읽기를 멈추고 한참 생각에 잠기게 했는데...

 

(96)...숙제를 철폐하면 이와 같은 상류층, 중류 상부층의 아동들만의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그나마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기회가 약간 더 주어지게 됩니다.....또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학생도 학습노동자인데, 노동자는 노동하는 장소에서 노동을 해야지, 집에서까지 노동을 한다는 것은 학교에 의한 개인 시간의 식민화예요. 노동 시간과 개인 시간이 구별되어야 합니다. 그게 원칙이어야죠.

 

흔히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면서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라면 여기에 하나를 덧붙여야 하리라. '자식을 대학에 들여보내봐야 어른이 된다'라고. 고등학생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금방 이해가 되는 얘기다. 학습노동자가 아니라 차라리 학습노예에 가깝다.

우리와 같은 상황에서는 숙제철폐운동은 깜찍하고 귀여운 발상처럼 들린다. 그런데도 자꾸 이 운동에 눈길이 머문다.

 

종교에 대한 얘기는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아직도 이런 사실을 외면하는사람들이 많으니 반복할 수 밖에.

 

(195)...그리고 종교라는 것이 교회나 사찰에 가서 "제발 내 자식 서울대 들어가게 해 달라, 취직하게 해 달라", 이런 기도하고 아무 관계가 없는 거거든요. 진짜 종교인의 기도는 내가 못박혀서 남을 대신해서 죽을 수 있게 해달라는 정도일 텐데요. 우리한테는 이미 그런 정신이 극소수한테만 남아 있는 것이죠.

 

책 말미의 지승호의 마지막 글귀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같이 조금 더 고민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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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알래스카에서 죽었다 -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여정
호시노 미치오 글.사진, 임정은 옮김 / 다반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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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호시노 미치오의 마지막 책이다. 몇 년에 걸쳐 그의 책을 애독해왔던 터라 이 책이 알라딘 서평단 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총 17회가 예정이었는데 여행 막바지에 불곰의 습격으로 생을 달리하는 바람에 이 책은 14회로 엮여진 미완의 책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이전의 책들에 비해서 좀 어렵다(?)는 기분이 든다.

 

여전히 알래스카를 누비고 인디언들과의 우정과 그들의 생생한 육성을 전하고 있지만 이전의 책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원제목이 <숲과 빙하와 고래>라는데 '숲과 고래와 빙하를 연결'하는 것이 시간이라는 테마가 아닐까, 하는 게 호시노 미치오의 생각이었다고 한다.

 

시종일관 흐르는 큰까마귀 신화 이야기도 결국에는 이 시간이라는 테마가 바탕에 깔려있다. 큰까마귀 신화를 찾아서 구전으로만 전해져오는 이야기를 좇는 호시노 미치오의 여정은 다분히 명상적이고 철학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라져 가는 이들의 신화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도 무척 쓸쓸하다. 

 

p.40...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눈에 보이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사회와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둘 줄 아는 사회의 차이를 생각했다. 그리고 후자의 사상에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매력을 느꼈다.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생명의 기척이 한층 더 근원적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p.50...무수한 진실이 우리 앞에 벌거벗겨져 끌려 나오고 온갖 신비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지금, 보이지 않는 것에는 그래서 한층 더 깊은 의미가 있다.

 

호시노 미치오는 '보이지 않는 것에 가치를 둘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마지막이 된 이 책이 좀 어렵게 생각되는 것도 이미 신화의 세계로 넘어간 사람의 마지막 육성이라서 그런 것일까.

 

이 책에 흐르는 테마인 '시간'이라는 개념을 그의 글이나 사진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알래스카라면 쉽게 공감이 가련만, 머리로만 따라가는 공감에는 역시 역부족이다. 그러나 알래스카가 어디 마음 먹는다고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인가. 그러기에 그간의 호시노 미치오의 알래스카 이야기에 깊게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알듯모를듯한 시간 속을 거닐던 호시노 미치오는 그의 죽음과 더불어 신화의 세계가 되어 남았다. 알래스카의 사라져가는 옛모습과 이야기를 전해준 호시노 미치오의 때 이른 죽음은 언제나 슬픔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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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분 인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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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떤 책에 대한 리뷰를 쓴다는 게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어리석거나 주제넘은 행위는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정성껏 차려놓은 밥상을 앞에 놓고 미주알고주알 분석하고 평한다는 게 참 미안하고 쑥스러운 일이다.

 

마음이 머물렀던 곳에 갈피갈피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하나씩 떼어내며 그대로 옮기는 것도 리뷰라면 참 좋겠다. 이상하게도 포스트잇을 많이 붙여놓은 책일수록 리뷰 쓰기는 더욱 곤혹스럽다. 도대체 잘 차려놓은 밥상을 받고 잘 먹은 처지에 무슨 말을 보태리.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을 그냥 옮기는 수밖에 없다. 나도 이런 세상을 꿈꾼다.

 

(103쪽) 내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는 더 좋을 것 같다. 혼자서 잘 사는 삶을 추구하다 보면, 그때부터는 불법과 탈법의 묘한 경계를 탈 수밖에 없다. 그때에는 권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변화가 중요하고, 어떤 세상을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인가, 그런 생각을 더하게 된다.

 

'되고 싶은 것'을 강요하는 게 요즘의 우리나라 교육의 한 모습이다. 생활기록부에 진로희망을 쓰는 난이 있는데 그곳에는 자신이 되고 싶은 미래의 직업을 쓰게 되어있다. 물론 그 옆에는 부모의 희망란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런 사실을 얘기하며 한가지씩 직업을 고르게 한다. 공부 좀 하는 아이는 의사, 법조계, 외교관 정도 쓰고 보통은 교사, 회사원, 공무원 정도, 그리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컴퓨터게이머, 축구 선수, 요리사, 디자이너, 연예인을 쓴다. 거의 천편일률적인데 문제는 아무것도 칸을 메우지 못하는 아이들이 꼭 한두 명씩 있다는 것이다. 빈칸으로 두면 안되기 때문에 그 녀석을 닥달할 수밖에 없는데 녀석들은 하나같이 되고 싶은 게 없다는 푸념을 한다.

 

이럴 때 교사는 녀석을 좀 덜 떨어진 녀석이라 생각하고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내가 그렇다.) 어떻게 꿈이 없냐고 타박아닌 타박을 해가며 빨리 하나 써넣으라고 독촉을 한다. 마지못헤 녀석이 입을 반쯤 벌리고 겨우 하나 우물거린다. 녀석도 답답해하고 이런 녀석을 보는 교사도 답답해한다. 희망직업을 써넣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 없다.

 

(333) 꿈이 삼성전자 직원이거나 교사이거나 혹은 공무원이라는 학생들을 볼 때면 이런 게 꿈이 될 수 있나 싶다. 꿈은, 지구를 지킨다, 하늘을 날고 싶다, 혹은 시인이 되고 싶다. 무대에 서고 싶다. 그런 것들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재밌는 건, 생활기록부에 진로희망을 그냥 교사라고 쓰면 안된단다. 과학교사, 국어교사...이렇게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기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뭐라고 항의했더니 그러면 중등교사, 초등교사라고 쓰라고 한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겁한 사람들이 기성세대다. 꿈을 요구하기 보다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335)..꿈 같은 걸 만들어놓고 자기 플레이만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삶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꿈을 키운다고 하면서 정작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마음을 나누는 감수성과 공감 능력 같은 것을 죽이는 셈인지도 모른다.

 

아픈 말이다.

 

(212) 우파를 자신의 삶의 신조로 선택하지 않으면 경제적 생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나라, 스승이나 부모가 먹고살기 위해선 우파가 되라는 나라, 그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나라도, 우리들의 미래도 아니다. 좌파든 우파든, 생태주의든 페미니즘이든, 대학을 가든 안 가든, 화이트칼라든 블루칼라든, 자신의 성격과 양심 그리고 선택에 의해서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고, 마이너의 마이너가 되어도 입에 세 끼 밥 들어가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나라, 그게 우리들이 만들어가야 할 경제다.

 

(323) 자기 자식이 자기보다 경제적으로 더 열악할 것이라는 걸 한국의 중산층이 집단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때가 사회 변화의 첫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세대로 갈수록 사는 게 더 힘들어질 거라는 말에 공감백배다. 미래가 어두운 아이들에게 꿈을 강요하고 되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하는 게 지금의 진로교육이라는 현실이 참으로 고통스럽게 와 닿는다. 지금의 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진로교육은 비겁하다. 고민없이 아이들에게 '되고 싶은 것'을 요구한 것, 미안한 일이다.

 

포스트잇을 수없이 붙여놓았건만, 그래서 함께 생각해 볼 것도 많건만, 나머지는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특히 태권도 4단의 아내와 사는 얘기, 고양이 얘기가 재밌는 권말부록처럼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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