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분 인생]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1인분 인생 -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한 우석훈의 액션大로망
우석훈 지음 / 상상너머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어떤 책에 대한 리뷰를 쓴다는 게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어리석거나 주제넘은 행위는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정성껏 차려놓은 밥상을 앞에 놓고 미주알고주알 분석하고 평한다는 게 참 미안하고 쑥스러운 일이다.
마음이 머물렀던 곳에 갈피갈피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하나씩 떼어내며 그대로 옮기는 것도 리뷰라면 참 좋겠다. 이상하게도 포스트잇을 많이 붙여놓은 책일수록 리뷰 쓰기는 더욱 곤혹스럽다. 도대체 잘 차려놓은 밥상을 받고 잘 먹은 처지에 무슨 말을 보태리.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을 그냥 옮기는 수밖에 없다. 나도 이런 세상을 꿈꾼다.
(103쪽) 내가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는 더 좋을 것 같다. 혼자서 잘 사는 삶을 추구하다 보면, 그때부터는 불법과 탈법의 묘한 경계를 탈 수밖에 없다. 그때에는 권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변화가 중요하고, 어떤 세상을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인가, 그런 생각을 더하게 된다.
'되고 싶은 것'을 강요하는 게 요즘의 우리나라 교육의 한 모습이다. 생활기록부에 진로희망을 쓰는 난이 있는데 그곳에는 자신이 되고 싶은 미래의 직업을 쓰게 되어있다. 물론 그 옆에는 부모의 희망란도 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런 사실을 얘기하며 한가지씩 직업을 고르게 한다. 공부 좀 하는 아이는 의사, 법조계, 외교관 정도 쓰고 보통은 교사, 회사원, 공무원 정도, 그리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컴퓨터게이머, 축구 선수, 요리사, 디자이너, 연예인을 쓴다. 거의 천편일률적인데 문제는 아무것도 칸을 메우지 못하는 아이들이 꼭 한두 명씩 있다는 것이다. 빈칸으로 두면 안되기 때문에 그 녀석을 닥달할 수밖에 없는데 녀석들은 하나같이 되고 싶은 게 없다는 푸념을 한다.
이럴 때 교사는 녀석을 좀 덜 떨어진 녀석이라 생각하고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게 된다.(내가 그렇다.) 어떻게 꿈이 없냐고 타박아닌 타박을 해가며 빨리 하나 써넣으라고 독촉을 한다. 마지못헤 녀석이 입을 반쯤 벌리고 겨우 하나 우물거린다. 녀석도 답답해하고 이런 녀석을 보는 교사도 답답해한다. 희망직업을 써넣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 없다.
(333) 꿈이 삼성전자 직원이거나 교사이거나 혹은 공무원이라는 학생들을 볼 때면 이런 게 꿈이 될 수 있나 싶다. 꿈은, 지구를 지킨다, 하늘을 날고 싶다, 혹은 시인이 되고 싶다. 무대에 서고 싶다. 그런 것들이어야 하는 게 아닐까?
재밌는 건, 생활기록부에 진로희망을 그냥 교사라고 쓰면 안된단다. 과학교사, 국어교사...이렇게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기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뭐라고 항의했더니 그러면 중등교사, 초등교사라고 쓰라고 한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겁한 사람들이 기성세대다. 꿈을 요구하기 보다는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335)..꿈 같은 걸 만들어놓고 자기 플레이만 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삶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꿈을 키운다고 하면서 정작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거나 마음을 나누는 감수성과 공감 능력 같은 것을 죽이는 셈인지도 모른다.
아픈 말이다.
(212) 우파를 자신의 삶의 신조로 선택하지 않으면 경제적 생활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나라, 스승이나 부모가 먹고살기 위해선 우파가 되라는 나라, 그건 우리가 만들어야 할 나라도, 우리들의 미래도 아니다. 좌파든 우파든, 생태주의든 페미니즘이든, 대학을 가든 안 가든, 화이트칼라든 블루칼라든, 자신의 성격과 양심 그리고 선택에 의해서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고, 마이너의 마이너가 되어도 입에 세 끼 밥 들어가는 데에 어려움이 없는 나라, 그게 우리들이 만들어가야 할 경제다.
(323) 자기 자식이 자기보다 경제적으로 더 열악할 것이라는 걸 한국의 중산층이 집단적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때가 사회 변화의 첫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세대로 갈수록 사는 게 더 힘들어질 거라는 말에 공감백배다. 미래가 어두운 아이들에게 꿈을 강요하고 되고 싶은 것을 선택하게 하는 게 지금의 진로교육이라는 현실이 참으로 고통스럽게 와 닿는다. 지금의 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진로교육은 비겁하다. 고민없이 아이들에게 '되고 싶은 것'을 요구한 것, 미안한 일이다.
포스트잇을 수없이 붙여놓았건만, 그래서 함께 생각해 볼 것도 많건만, 나머지는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특히 태권도 4단의 아내와 사는 얘기, 고양이 얘기가 재밌는 권말부록처럼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