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는 동생을 만났는데, 새해가 밝았다보니 운세를 보러갔다 온 모양이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이랑 결혼해도 될까요?"

 

"궁합 좋은데, 같이 살아도 되겠네요. 하지만 이 사람한테는 많은 것을 바라서는 안 돼요. 상처받아요."

 

 

 

 

 

 

실제로 이 남자는 겨울 스포츠인 보드를 너무 좋아해서 동생을 두고 혼자 보드 타러 다닌다고 했다. 그것도 매주.

 

동생이 따라간다고 하니, 자기는 동호회가 있다면서 같이 갈거면 아는 동생인 척 하라고.

 

가르쳐주지는 않을 거니까 알아서 배우라고.

 

그러면서 알고보니 그 남자는 동호회에서 여자들 강습해주고 있었다. 강습비를 받는 것도 아니고 점심으로 햄버거 먹으며 시시덕거리면서.

 

나는 말했다.

 

"궁합이 좋다는 건 그냥 그 사람이랑 너랑 궁합이 좋다는 거지, 꼭 천생연분이라는 거 아니야. 솔직히 아무 남자들 사주 들고 가도 그들 중에 궁합 맞는 사람 있어. 궁합에 연연하지 말고 그 사람이랑 너랑 가치관이나 취미 같은 게 맞는지를 봐야지. 그 사람은 솔직하지 못하고 너무 이기적인 듯 하네. 그러니까 그 사람은 안 만나는 게 좋을 거 같아."

 

문득, 또 베르테르가 떠올랐다.

 

한 사람만을 사랑했던, 신분 차별에 상처 받았던, 관료 사회에서 꼭두각시가 되는 것을 두려워했던, 그 베르테르 말이다. 로테만 보면 세상 모든 것이 하얗게 변해버렸던 아름다운 젊은이 말이다.

 

베르테르는 자살했기에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성직자가 따르지 않았는데, 거기서 다시 오필리어가 겹쳐졌다. 미쳐서, 발을 헛디뎌서 죽은 것 같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자살했다고 수군댄다. 아름다운 오필리어, 아버지에게 순종하던 오필리어... 자신의 슬픔이 너무 커 다른 사람의 슬픔을 보지 못한 햄릿을 사랑한 죄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어리석고 불쌍한 소녀.

 

오필리어는 베르테르만큼 사랑하지도, 추억거리도 만들지 못하고 물 속에 잠기고 말았다.

 

다시, 콰지모도가 겹쳐진다. 에스메랄다를 꼭 끌어안은 채 발견된 가여운 남자. 사랑했고, 사랑했고, 죽음의 길마저 따라갔던 불쌍한 그 사내 말이다. 그는 다른 이를 사랑하는 여자를 잊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을 완성한다.

 

그러다보면 왜 또 안나 까레리나는 떠오를까... 사랑과 현실에 배신당한 그 여자는... 아.. 그만하자. 소설들 속엔 사랑하다 죽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가.

 

 

나의 삶이 송두리째 존재와 무(無) 사이에서 전율하는 이 끔찍한 순간에 내가 창피해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지나간 시절이 미래의 캄캄한 심연을 번갯불처럼 비추고, 내 주위의 모든 것이 가라앉고, 나와 더불어 이 세계도 무너져내리는 이 끔찍한 순간에. (pp.148-149)


성직자는 한 사람도 따라가지 않았다.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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