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의 여자
이진현 지음 / 영언문화사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어려서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믿고 따르던 풀솜 할미도 멀어지고, 자라서는 아버지도 떠나갔다. 마음 둘 곳 없었던 경휘는 화평도의 이질금. 화평도방을 이끌어 나가는 젊은 지도자였다. 가락국 귀족의 딸이자 신라 왕족과의 혼인을 앞둔 미례는 할머니를 뵈러 아유타국에 들렀다가 돌아가는 길에 해적에게 붙잡혀 그들의 본거지인 화평도로 끌려온다. 섬을 지키기 위해 해적질도 하는 경휘는 몰아닥친 폭풍 끝에 지쳐있는 미례의 배를 손쉽게 점령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리디 어려 보이는 미례가 당당한 어조로 노예가 아니라는 말을 하자 한순간의 감정으로 그녀를 끌고 화평도로 와 버린다. 그리고 노예로 팔거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가져버린다. 강간. 그것은 명백한 강간이었다. 사랑 받고 싶어하던 경휘는 애정을 주는 방법을 몰랐다. 아니, 자신이 품고 있는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도 몰랐다. 단지 미례가 가지고 싶어서, 그녀가 곁에 있어주었으면 해서,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았으면 해서 그녀를 구속했다. 자신의 집에 가두어 두고서. 그녀에게 다정하지도 않았고, 그녀에게 어떤 확신도 주지 않고서 말이다. 뒤틀린 심사를 가누지 못하고 늘 그녀에게 역정을 내고, 짜증을 부리고, 맘에도 없는 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주면서. 미례는 반응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그를 거부했다. 언제나 차가운 표정, 그가 다가오면 두려움과 거부감으로 온 몸을 무장한다. 그녀에게 그는 해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늘 고향을 그리던 그녀에게 경휘는 몹쓸 사람이었다.

화평도의 마을 살마들과는 쉽게 어울리지 않던 그녀는 아이들과는 사이좋게 지냈다. 아이들에게 글자도 가르쳐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 주면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얼음지치기를 하며 놀던 한 아이가 얼음이 깨지면서 물에 빠졌다. 근처에 있던 미례는 그 아이를 구하러 뛰어들다 자신마저 물에 빠져 극도의 공포를 느꼈는데, 죽는가 싶었던 순간 강한 힘이 자신을 끌어당겼다. 경휘였다. 자신을 구하고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해오는 그의 모습을 보며, 미례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의 과거를 알고 난 뒤 그의 태도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더이상 그가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마음을 열고 조금씩 화평도의 삶에 익숙해질 무렵, 경휘는 중원에서 사마가문의 공자와 여인을 데려왔다. 심각하게 혼인을 생각하며 말이다. 물론 경휘는 미례는 미례고, 사마월은 사마월이라고 생각하던 그는 미례를 찾아 화평도를 공격한 미례의 오라버니 미루를 보고 미례에 대한 마음을 규정짓는다. 바보같이 자신의 마음을 속이던 그는 결국 그녀를 보내버리지만, 새타니의 도움으로 그녀를 다시 되찾는다. 이제는 사랑을 주는 법을 배웠겠지. 사랑을 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을 주어야지... 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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