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편지를 타고
줄리아 퀸 지음, 장원희 옮김 / 신영미디어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줄리아 퀸이 브러지튼 가의 8명 모두를 연애결혼 시키기로 작정을 했나보다. 다프네를 위시하여 앤소니, 베네딕트, 콜린까지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게 하더니 이번엔 엘로이즈의 차례다. 물론 중간 중간 프란체스카의 이야기를 들먹이며 다음 차례는 프란체스카구나, 라는 예고마저 한다. 언제나 처음이 제일 재미있다. 그래도 이런 소설처럼 한 집안을 다룬 이야기라면 대체적인 등장인물들이 낯이 익기 때문에 그 재미로도 볼 수 있다. 밑에 분이 적어주신 것처럼 조안나 린지의 말로리 가문 이야기도 그와 비슷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말로리 가문 이야기가 더 재미있긴 하지만.

엘로이즈는 엄청난 수다쟁이다. 입으로 말을 하다 못해 손으로 편지까지 써 가며 의사를 전달하는 못 말리는 이야기꾼. 그렇다고 모두 재미난 이야기만 하는 건 아니다. 브리저튼 가 모든 남매 및 그들의 배우자가 그렇듯이 냉소적이면서도 허를 찌르는, 그러다가 물을 타서 유쾌하게 흘려버리는 대화의 귀재다. 그런 화술은 타고나는 듯 한데, 정말 대단하다. 어쩌면 화술의 달인들이 이렇게나 많을까. 물론 그 대화를 모두 못 봐서 안타깝지만 작가가 그렇다고 하니 그런거겠지. 충분히 책에 나오는 대화들로도 유쾌하니 상관은 없다.

엘로이즈 역시 콜린과 마찬가지로 정열적인 사랑은 없다. 그렇다고 끔찍한 오해나 가슴 저민 안타까움도 없다. 다만 결혼의 의미, 다른 배경 속에서 성장하고 생활한 두 사람이 어떻게 하나가 되어 함께 살아가는가에 대한 진지한 생각이 엿보인다. 어쩌면 사랑은 첫눈에 반하여 불처럼 타오르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나도 모르게 은근하게 다가와 어느 날인지도 모를 때부터 그 사람을 가슴 속에 담아두게 되는 건 아닐지... 필립과 엘로이즈는 티격태격 안 좋게 시작했을지는 몰라도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끌어안아줄 수 있는 용기와 신뢰를 가지고 있었기에 결국 사랑을 깨닫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덧붙이자면 앤소니, 베네딕트, 콜린, 그레고리가 등장하는 장면이 제일 웃기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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