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스펜서 존슨 지음, 형선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성공이란 무엇일까? 성공과 행복은 동의어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난 뒤 제일 먼저 떠오른 질문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불쾌감이 따랐다. 마치 내가 좀 더 진화한 형태의 나사를 조는 '찰리 채플린'이 된 기분이었다.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간단하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현재에 충실하며, 과거에서 배우고 미래를 계획하라.' 누구를 위해서? 이 책에서는 본인의 행복과 성공을 위해서라고 이야기 하지만, 사실 기업을 위해서, 최고경영자를 위해서이다. 현재에 충실한다는 의미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업무에 집중하고 충실하다는 의미이다. 곧 업무효율성과 관련된다. 그 업무만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한다면 당연히 효율이 올라갈 것이다. 게다가 과거에 실수했던 일들을 반성하여 다른 방법으로 해 보고, 하루 하루 계획을 세워 성실히 수행한다면 그 사람의 실적은 올라가게 된다. 그렇게 기업을 위해서 내 능력을 다 발휘하면 누구나 이 책에 나오는 소년처럼 성공한 삶을 산 것인가? 꼭 그렇게 삶을 분석하고 계획적으로 짜맞춘 것처럼 살아야 성공한 삶이고 행복한 삶일까? 기업의 부품이 되어 높은 실적을 올리고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하는 것이 정말로 최상의 가치인 걸까?

 

소명의식 역시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하나의 기본개념으로 등장한다. 서양에서 칼뱅이 직업소명설을 주창하면서 서구사회는 급격하게 변화한다. 부자가 되는 것은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상업으로 돈을 버는 것은 더 이상 손가락질 받거나 죄악시 되지 않았다. 그와 같이 이 소명의식은 돈 많이 버는 게 좋은 거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이 주장하고픈 바는 순간을 살라는 한계 개념의 극한이었다. 동양적 사고방식, 즉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사고를 하는 우리에게 한계 개념은 낯선 사고방식에 불과하며, 그저 서양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불과하다. 이렇게 살아야 성공하는 삶이고, 저렇게 살면 불행해진다는 것은 억지주장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의 가치에 매몰되어 서구인이 되고 싶은 열망을 안고 사는 저 일본인들처럼 우리는 서구인에게 열등의식을 가진다. 삶은 하나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성공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다.'를 온몸으로 부르짖는 책, 미국이 경제의 우위에 서야한다는 주장을 포장하여 좋은 것인양 선전하는 책.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 뒤이은 또 하나의 실망.

이 책을 선물해주신 분께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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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넬 2004-10-06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하 그렇네요. 거기다가 피라미드적 상술까지...

꼬마요정 2004-10-06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
예쁜 약사님~ 님도 그렇게 느끼셨다니.. 정말 저런 책 베스트셀러 안 됐으면 좋겠어요...^^;;

쥬넬 2004-10-0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의 노동자가 나사를 조이는 제조 공정의 노동자였지만 현재는 사무직 등 복잡 다양해지고 수도 많아졌겠죠. 그들에게 권하는 책이라는 데 동감, 주인공이 '농부'나 '주부'였다면 이런 생각이 안들었을까요? ^^

꼬마요정 2004-10-0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처만 밝혀주시면 아무 상관없답니다. 오히려 제가 더 고맙죠~~^^*
맞아요.. 농부나 주부였다면 또 다르게 나왔겠죠... 어쩌면 서양적 시간개념부터 뜯어고쳐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