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성배는 없다. 성배는 단지 모험을 위한 하나의 물질적 핑계에 불과하다. 성배는 우리 자신을 찾는 일이다. 존재의 외적 형태와 내용이 일치한 상태. 성배는 인간 행위의 첫 번째 문명적 행위, 무엇인가 그릇에 담기에서 비롯했는지도 모른다. 최초의 형태 만들기, 이 원초적인 열망은 가장 높은 수준의 존재를 향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고대의 솥과 중세의 성배, 그리고 현대의 사발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나는 사발을 들고 서 있다. 그 사발은 대충 깨어진 막사발이다. 나는 그 사발을 사랑한다. 사발이 내 상처투성이 존재와 똑 닮았으므로. 나는 그것으로 무엇인가를 퍼먹을 수도 있고, 머리에 뒤집어 쓸 수도 있다. 나는 신화가 지극한 물질의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은..... 오래 꿈꾼 자들이 고통스러운 탐색의 끝에 발견하는 '있는 없음'이다. 그렇다. 그것은 종교가 아니라,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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