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여행하며 경험했던 커피 에피소드를 말씀드릴까 합니다.

여러 가지 일본과 관련된 전설(?)들이 있지만 커피를 좋아하시는 커피 메니아들께는 일본사람들은 깡패(?)라면서요?
아름다운 카리브해에 동서로 길게 누운 섬 자메이카(Jamaica)에서 생산되는 블루 마운틴을 싹쓸이 해가는 그런, 일본 자신들 말로 야쿠쟈.

카리브 해의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짙푸른 바다가 산에 그대로 투영돼 바다로 착각했다는 콜롬부스가 지은 산 이름 블루 마운틴.
어쩐지 블루 마운틴은 커피원두도 푸른색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예 그 블루 마운틴 커피농장을 사들여 90%를 독점하는 일본. 나머지 10%로 전세계가 나눠 마신다는 블루 마운틴을 수입하는 일곱 번째 나라가 한국이고, 최고급 커피인 블루 마운틴 정도를 알아보고, 비싼 값에 사다 마시는 우리나라가 커피 선진국이라고 하더군요.

푸후~ 세계에서 자판기 커피장사와 1회용 커피 장사가 제일 잘되는 나라인데도...?
커피 메니아들이 들으면 기절초풍할 말이지요. 좀 우습기는 합니다. 인스턴트 커피 왕국이라면 몰라도...

여러 전설 가운데 하나가 일본인의 영어발음의 탁월함 아닐까 합니다.
맥도날드 햄버거의 발음이 안돼서 ‘마꾸또나루도’라고 하고...

그 일본인의 발음과 관련된 에피소드 입니다.

그 사건(?)의 무대는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의 교토역 이었습니다.
도쿄로 가는 신간선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 승강장에 서있었습니다.

때는 여름이었고, 일본의 더위는 습하기로 유명해서 많이 더웠습니다. 캔커피라도 마시려고 아주머니가 지키고 있는 키오스크, 매점에 갔습니다.

커피를 달라고 ‘커피 플리이즈~’하고 미소 지으면서 말을 건넸습니다. 아주머니는 의아한 표정으로 저를 찬찬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말을 잘못 들으셨을까?
다시 ‘커피 플리이즈’ 했더니, 이 아주머니가 ‘나니?’ 하고 되묻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아주머니 자신이라는 ‘나냐?’ 하는 뜻이 아니라 '뭐요?' 하는 뜻이지요. 아무려면 그 아주머니가 '나?' 그렇게 말했겠습니까.

다시 발음도 정확하게,그리고 강조해서 또박또박 “커/피/ 플리이즈” 했겠지요.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은 지나가던 젊은 신사분이 쳐다보다가 “코히!”라고 외치고 갔습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일본에서는 커피를 코히라고 하더군요. 그 여름날 넥타이를 비끄러 맨 신사분이 어찌나 고맙던지. 친절도 해라.

그런데 또 그런 장면이 또 반복되어 벌어졌습니다.
그 아주머니 말씀 “호또? 쿠루?”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건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정말 난감했습니다.
그들의 발음을 이미 경험했기에 대충 어림짐작해보려 했지만, 그러나 쿠루와 호또는 도대체 알 길이 없었습니다.

결단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외쳤지요. 외쳤다는 말이 딱 어울리게 큰소리로,
“코카콜라!”

이 아주머니도 답답했던지 반색을 하고 빙그레 웃으시면서 울그락 불그락 하는 내 심정 같은 붉은 색의 코카콜라 캔을 꺼내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어쨌튼 커피는 못마셨지만 시원하기는 하더군요.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호또는 핫(Hot)이고, 쿠루는 쿨(Cool)이라는 것을.....

즉, 이 아주머니는 ‘찬커피? 아니면 뜨거운 커피?’ 하고 내게 친절하게도 되물었던 것이지요. 그 친절도 모른채 답답하다고 코카콜라.... 했으니. 원 참.

두가지만 더 말씀 드리겠습니다.

일본에서는 커피를 코히라고 합니다. 이는 발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는 말과 글이 좋아 어느 발음이나 다 되지만 일본은 안되는 발음이 많아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접한 것이 일본은 1,600년대이고, 그 당시 접한 나라가 코히라고 커피를 호칭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일찌감치 큐슈의 나가사키를 통해서 유럽과 교류를 했습니다. 당시 주로 교역을 한 나라가 홀랜드 왕국이었고, 지금의 네덜란드입니다.

일본을 다녀온 후 네덜란드를 여행할 때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어라? 이 사람들 내가 일본 사람인 줄 아나? 하는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난 코리언이라구! 그 유명한 구호 ‘대~한민국, 짜자작 작짝’의 코리언!

그런데 그들이 커피를 코히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하 여기에도 발음 안되는 나라가 있군!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 웃음이 나올 밖에요.

헌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네덜란드어로는 커피를 코히 = Koffie 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커피가 일본에 가면 코히가 되는 까닭입니다.

일본인들이 커피를 처음 배운 말이 코히(koffie)였던 게지요.
그들이 나를 일본사람으로 지레 짐작해서 코히라고 한 것도 아니구요.

일본에서 코피라고 발음하면 그건 복사입니다. 카피 (copy)입니다. 그러니 가게에 가서 코피라고 말하면 ‘뭘 복사해줘요?’ 하고 되묻거나, ‘우리는 문방구 아닙니다’라는 정중한 말을 듣게 될 개연성이 있습니다.
하하 웃자고 한 소리입니다.

다른 한가지는 아이스 커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아이스 커피(Ice coffee)라고 하지만, 일본은 쿨커피 (Cool coffee)라고 합니다.
그럼 미국은 뭐라고 하느냐구요? 영어로는 콜드 커피(Cold coffee)라고 합니다.

아이스 커피가 일본인들의 발음으로는 제가 알아듣지 못한 호또와 쿠루의 '쿠루 커피' 입니다. 그러니 저는 쿠루 커피 대신 쿠루 콜라를 마신 것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우리는 얼음을 동동 띄워서 마시니까 얼음에 초점을 맞추어서 아이스, 일본은 마시면 시원하니까 쿨, 미국은 차게해서 마시니까 콜드.

내친 길에 해석(?)까지 하자면, 우리는 얼음커피, 일본은 시원한 커피, 미국은 찬 커피입니다.

우리는 현상을 보고, 일본은 마시는 사람의 느낌을 보고, 미국은 상태를 보고 이름을 짓는 관점의 차이 같습니다.

아, 쿠루 커피요?
제가 드린 질문에 대한 답은 '한여름의 환상적인 음료'입니다.
저는 한여름에도 '블루 마운틴 그린' 호또 에스프레소를 좋아하긴 합니다만....


- Alhambra™ (커피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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