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프레이야 > 돌려준다는 것의 의미

낮에 창원에서 막내 숙부님과 숙모님, 6학년 도련님이 집에 왔다. 작년에 이사를 한 후 여태 못 와 봤다고 미안해 하셨다. 집에서 간단히 다과를 먹고 좀 앉았다가 차로 한 15분 되는 곳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가는 길에 Y는 역시 괜찮은 사람이야, 하는 생각이 드는 말을 희원이에게 하는 것이다. 남편 자랑은 팔불출이었던가. 그래도 해야겠다.

우리 동네 아이들은 비교적 경제적으로는 어려움을 모르고 엄마 아빠도 다들 많이 배웠고 사회적으로도 소위  괜찮은 자리에 앉아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나는 이런 아이들과 수업 중에 가끔 실망, 아니 충격을 먹는다. 이 아이들은 하나같이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돈 많이 벌고 출세해서 좋은 자리 앉으면 그걸로 인생의 의미는 다 한 것처럼 생각한다.

난 너무 어이가 없어 한번은 6학년 남자아이에게 사회적 환원과 기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아이는 '왜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남을 위해 내 놓아야 해요? 그 사람들이 열심히 일 하지 않아서인데요. 나는 나 혼자 돈 벌어 잘 살면 돼요.' 이러는 거다. 또 5학년 남자아이 중 한 명은 '난 그딴 거 안 할 거에요. 필요없어요. 우리 아빠가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러는 거다. 

난 정말 화가 났다. 소위 사회적으로 지도격인 층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녀에게 적어도 기본적인 양심의 소리에 귀막고 살아라고 말하고 있는가. 열심히 일하려고 해도 주어진 달란트가 워낙 모자라는 사람들도 있다.  많이 받고 태어난 사람들은 더 내어놓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출발선이 다르니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많이 받고 태어난 사람들이 더 엄살을 떤다. 남편이 희원이에게 오늘 차 안에서 들려준 말을 희원이가 살면서 잊지 않으면 좋겠다.

"희원아, 예를 들어 네가 학비를 내고 공부를 한다고 해도 네가 내는 그 돈만으로 네가 공부를 한 건 아니야. 국민들이 내는 교육세 등의 세금이 들어가는 거지. 그러니 너는 온전히 너의 힘으로 공부를 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 힘으로 공부하고 하고 싶은 것도 하고 그러는 거야. 그러니 네가 커서 뭔가 이루어가면서 해야할 일은, 끊임없이 돌려줘야한다는 거야.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우리 사회가 살 만한 거야. 내가 돈 많이 번다고 과소비로 외제차 타고 다니는 것도 안 돼. 내가 번 돈은 온전히 내 힘으로 번 게 아니기 때문이지. 아빠도 어떨 때 사고 싶은 고가의 카메라 사면서도 그냥 주위 사람들에게 미안해. 우리가 손쉽게 할 수 있는 돌려주기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는 것에서부터 가까운 이웃 중 어려운 사람 돕기에서, 인류를 위한 위대한 발명을 하는 것까지 아주 많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내는 희원이가 미덥다. 욕심도 많고 이기적인 편인 희원이에게 생각할 수 있는 과제가 되지 않았나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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