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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라푼첼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오늘 낮에 책이 왔다. 책이 참 이쁘다는 생각을 했다. 작은 크기에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담은 라푼첼이 고양이의 시선을 받으며 자고 있다. 언뜻 보면 평화롭지만, 사실 이건 아직 깨어나지 못한 채 성 안에서만 살고 있는 한 여인의 무료함을 나타낸다.
어떻게 6년을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말이다.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남편에게 잔소리도 안 하고, 아이도 없고, 일도 안 한다. 무료할 때면 파친코에 가서 성인 오락을 하는 정도.. 그런 그녀의 일상이 소름끼쳤다. 하루 이틀 정도 뒹굴거리는 거야 누구나 즐긴다지만, 6년의 시간은 좀 너무하지 않을까.
그림동화 속 라푼첼은 왕자를 만나기 전까지 성 안에서 마녀만을 바라보며 산다. 젊은 나이에 사랑에 실패한 마녀는 라푼첼만은 그런 사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탑 안에 가두어 놓고 자신이 원하는 세상만을 보여준다. 라푼첼은 그게 전부인 줄 알지만, 결국 왕자를 만나 탈출을 시도한다. 여기서 왕자는 라푼첼과 마녀의 세상에서 금단의 열매다. 마찬가지로 시오미에게 로미는 자신이 갇힌 탑을 탈출하도록 유인하는 금단의 열매다. 그녀의 탈출이 라푼첼처럼 시련을 통과하여 해피엔드로 갈 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없다. 책을 읽는데 역동적인 느낌도 없고 긴장감도 없다. 그저 흐르듯이 섬세하게 감정과 감정을 연결하고 사건을 이야기 한다.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그저 무료하구나...
시오미는 진작에 정신과 상담을 받았어야 했다. 하는 일도 없고 꿈도 없고 의지도 없고 사는 데로 살아가니 불면증에 시달리고, 애정을 바라면서 애정을 주지도, 요구하지도 않으니 서로가 무관심하게 되는 거지.. 여하튼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