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괴담 - 비밀스러운 교도소의 미스터리 괴담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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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권선징악을 좋아한다. 착한 일을 하면 상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는 것. 간단하고 명확해서 참 좋은데, 세상 일이라는 게 명확하게 착한 일, 나쁜 일 나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게 아쉬울 뿐이다.


세상 일이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다 해도 이 책은 권선징악을 잘 보여주는 듯 하다. 왜냐하면 배경 자체가 교도소이기 때문이다. 죄를 지은 이들이 격리되어 교화되길 바라는 곳, 그 곳에서 범죄자들에게 일어나는 기이한 사건들을 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라도 피해자의 고통을 겪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첫 번째 이야기는 아주 마음에 들었다. 2하 1실에 나타나는 삿갓 쓴 노인은 그 방에 들어오는 죄인들을 그들이 지은 죄대로 똑같이 갚아준다. 강간범에게는 강간을 당하는 고통을, 소매치기에게는 손목이 잘리는 고통을, 경제사범 겸 정치사범에게는 그 권력을 깡그리 빼앗긴 채 칼을 차고 곤장을 맞고 주리를 틀리는 형벌을 시전한다. 그런 기이한 현상을 겪고 나서 그들은 개과천선 한다. 꼭 준대로 당해야 그 고통에 공감하는 이들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 


사실 이 이야기들이 슬픈 건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범죄자가 있다는 건 고통 받는 이가 있다는 이야기니까. '소녀와 백구' 이야기는 그 자체로 슬펐다. 소아성애자와 동물학대자들의 말로가 이승열처럼 되면 좋겠다. 미치거나 환영을 보거나 죽을 때까지 그 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그 피해자들의 한이 풀릴만큼 가해자들이 고통 받지는 않더라도, 그들이 지은 죄를 알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피해자들에게 사죄하며 살아간다면 좋을텐데. 이 책의 많은 이야기들이 귀신이 되어서라도, 혹은 귀신의 힘을 빌어서라도 가해자들에게 그들이 지은 죄를 상기시키고 비슷한 고통을 주려고 한다. 귀신의 힘을 빌리는 것도, 기이한 어떤 현상들도 재미있다. 섭주라는 곳이 주는 비밀스러움과 교도소라는 곳이 주는 폐쇄성 때문에 괴담은 더 그럴싸하고 더 괴기스러워진다. 


그래서 오늘 밤, 교도소의 누구에게 어떤 귀신이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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