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부동(和而不同)’, 서로 같지 않은 것들이 하나로 어우러진다는 뜻이다.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그렇고, 무지개의 일곱 색깔이 그렇다. 공통점은 어느 것 하나 튀지 않고 완벽한 조화를 이뤄야만 완성된다는 것.

커피 블렌딩(Blending)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원두가 지닌 맛의 운율을 찾아 균형 잡힌 커피 하모니를 연주해야 한다.

물론 블렌딩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일 수 있다. 그렇다고 평생 아무개가 만들어 준 커피로 만족할 것인가?

COFFEE가 블렌딩의 모든 것, 그 최상의 조합을 준비했다.


블렌딩(Blending)이란?


‘커피 블렌딩(Blending)’이란 2가지 이상의 원두를 배합하는 것으로 커피를 다룸에 있어 느끼는 가장 큰 매력 가운데 하나다. 블렌딩의 목적은 서로 다른 원두를 혼합해 새로운 맛과 향기를 지닌 커피를 창조해 내는 데 있다. 물론 블렌드 커피의 맛과 향기는 커피콩의 품질과 로스팅에 따라 결정되기도 하지만 스트레이트 커피에서 느낄 수 없는 풍부함과 가능성은 바로 ‘블렌딩’을 통해 창출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로스팅에 못지않게 정교하고 감각적인 작업인 것이다.


블렌딩의 유용함은 비단 ‘창조성’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는 스트레이트 커피의 단조로움을 풍부하게도 하는데,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원칙을 기본으로 하여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꼭 같은 산지나 품종이 아니더라도 특징이나 로스트의 강약 정도에 따라 배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일본 모카 지역에서는 한 종류의 커피를 약, 중, 강으로 각각 볶기를 달리해 배합하기도 한다. 이 밖에 햇빈이나 묵은빈을 섞어 독특한 맛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도(正道)란 없는 것이다. (중략)


문화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고 개인마다 원하는 맛도 다르다. 블렌딩 스타일도 이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나간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나만의 맛’을 창조해 내는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맛보기에 앞서 먼저 향기로 그 맛을 확인한다. 그런 후에 향을 통해 느꼈던 것을 다시 맛으로 확인한다. 커피 향미평가는 블렌딩에 앞서 얼마만큼의 이상적인 커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가늠하게 하는 블렌딩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커피향미의 관능 평가


커피 향미란 향기와 맛이 코의 후각 세포와 입안의 미각 세포에서 동시에 느끼는 감각을 말하며, 코의 점막에 있는 후각 세포를 통하여 향기를 느낀다. 이렇게 냄새를 느끼는 인식 과정을 후각 체계라고 하며, 혀에 있는 미각 세포는 맛의 자극을 느낀다.


또한 맛을 느끼는 과정은 미각체계라고 하는데, 기본 맛인 단맛과 짠맛, 신맛, 쓴맛을 동시에 느낀다. 이 네 가지 기본 맛은 서로 강약을 조절하는 조정과정을 거치면서 더욱 많은 맛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또한 커피를 마실 때 증발하거나 녹지 않은 성분은 남아서 중후함(body)'을 느끼게 하는데, 이 중후함은 물과 비교하여 느끼는 입안의 촉감이다.


커피향미의 관능 평가는 후각과 미각, 촉각의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1. 후각(Olfaction)


먼저 후각은 향미를 느끼는 첫 번째 감각으로 자연적으로 생성되었거나 커피콩을 볶을 때 생성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관능적으로 느끼고 평가한다.


액체에서 기체가 되는 온도에 따라 결정되는 상대적 휘발성의 차이에 의해 커피향기는 네 가지로 다시 분류된다.


① 볶은 커피 향기(dry aroma): 일반적으로 방향(fragrance)이라고 하며, 상온이나 상온보다 약간 높은 온도에서 기체 상태의 방향 물질로 변화된다.


② 추출 커피 향기(cup aroma): 일반적으로 향기(aroma)라고 하며, 커피 추출액의 표면에서 생긴 증기에 의해 느끼게 된다.


③ 마시면서 느끼는 향기(nose):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향기를 말하며, 커피를 입으로 마시면 커피 추출액의 일부는 증기로 변해 코의 후각 신경에 전달된다.


④ 뒷맛(aftertaste): 커피를 마신 후 혀에 남아있는 커피의 잔류 성분으로부터 생긴 것으로 증기로부터 느끼는 향기이다.


2. 미각(Gustation)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기본 맛은 단맛과 신맛, 짭짤한 맛이다. 쓴맛은 다른 세 가지 맛의 강도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맛을 느끼는 감각, 미각은 추출 과정에서 분쇄 커피로부터 용해되어 나온 가용성 성분을 관능적으로 인식하고 평가하는 감각 체계이다. 이 가용성 성분은 무기 및 유기 화합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커피의 유기 성분은 과실과 야채, 견과류에 있는 당과 지방 과일 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약한 단맛과 신맛을 나타낸다.


커피 성분 중 카페인, 알카로이드(질소를 함유한 활성 천연물질) 형태의 유기 화합물과 클로로제닉산, 에스텔(산과 알코올이 작용하여 탈수반응을 일으켜 생긴 화합물의 통틀어 이르는 말) 형태의 유기 화합물들은 쓴맛을 나타낸다.


무기질은 주로 무기염 형태로 들어 있는데, 농도에 따라 짭짤한 맛과 떫은 맛, 금속 맛을 나타낸다.


3. 촉각(Mouthfeel)


커피향미를 평가하는 세 번째 단계는 입안의 촉감에 의한 관능적 인식과 평가이다. 촉감을 느끼는 곳은 혀와 입안에 있는 말초 신경 조직이다. 커피를 관능적으로 인식할 때 이러한 말초 신경은 커피의 점도와 지방질을 느끼는데, 이를 포괄적으로 ‘증후함(body)'라고도 표현한다.


커피의 관능 용어


커피는 후각, 미각, 촉각에 의해 그 향미를 느낄 수 있는데, 꽃향기나 바디감, 라이트 등의 용어를 사용해 표현한다. 그 용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중략)


자, 그렇다면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직접 커피를 통해 알 수 있는 후각, 미각, 촉각의 감각을 느껴보자. 커피의 향기와 맛의 특성을 평가하는 과정을 컵핑(Cupping)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후각, 미각, 촉각의 관능적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관능평가의 단계에는 냄새 맡기(sniffing), 입안으로 흡입하기(slurping), 삼키기(swallowing)가 있는데, 이는 일상생활에서 먹고 마시는 동작보다 과장되게 한다. 커피향미 평가는 여섯 단계로 나뉘는데, 분쇄커피 향기, 추출커피 향기, 맛보기, 마시면서 느끼는 향기, 뒷맛, 중후함을 단계적으로 평가한다.


① 분쇄 커피 향기(Fragrance): 향미평가의 첫 단계는 볶은 커피의 건조 향기를 평가하는 것이다. 볶은 커피를 분쇄하여 컵에 8.25g 씩 담고 갓 분쇄한 커피 입자에서 탄산가스와 함께 나오는 가스를 코로 들여 마시면서 평가한다.


② 추출 커피 향기(Aroma): 향미 평가의 두 번째 단계는 추출한 액상 커피의 향기를 평가하는 것이다. 150㎖의 갓 끓인 물을 8.25g의 분쇄 커피를 담은 컵에 붓고 약 3분간 침지한다. 커피 입자들은 추출액 표면에 층을 만들어 뜨는데 컵핑 스푼으로 저어서 가라앉힌다. 코를 컵 가까이 대고 높은 온도에 의하여 발생하는 가스를 코로 깊이 들여 마시면서 향기를 평가한다.


③ 맛(Taste): 향미평가의 세 번째 단계는 커피의 맛을 음미하는 것이다. 보통은 둥근 수프 스푼으로 6~8㎖의 추출커피를 떠서 입 앞에 대고 강하게 들여 마신다. 이러한 흡입 방법으로 커피를 혀의 전면에 고루 퍼지게 하여 추출액의 단맛과 쓴맛, 신맛을 균형있게 느낄 수 있다.


④ 마시면서 느끼는 향기(Nose): 향미 평가의 네 번째는 세 번째 과정과 동시에 이루어진다. 추출커피를 혀의 표면에 분사시키면서 기화되어 액체 상태로 있던 유기화합물의 일부는 증기압의 변화에 따라 기체 상태로 변한다. 이러한 강한 흡입동작에 의하여 기체로 변한 커피의 향기 성분은 코의 후각조직에 전달되고, 커피의 향기 속성을 분석하게 되는 것이다.


⑤ 뒷맛(Aftertaste): 향미평가의 다섯 번째는 추출커피의 뒷맛을 평가하는 과정으로 흡입한 커피 액을 몇 초간 머금다가 소량을 삼키면 혀의 뒷부분에 있던 증기는 코의 후각세포로 전달된다. 뒷맛이 남아있는 향미 화합물들은 초콜릿과 같은 단맛의 느끼게 하거나 캠프파이어나 파이프 담배 연기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⑥ 증후함(Body): 향미평가의 마지막 단계는 커피의 촉감을 평가한다. 이 단계에서는 혀를 입천장으로 부드럽게 접촉하면서 감촉을 평가한다. 기름진 느낌이나 매끄러운 느낌은 커피 중의 지방함량과 비례하고 진함과 첨작성은 커피 중의 섬유질과 단백질 함량에 비례하는데, 이 두 가지 느낌이 결합되어 증후함을 구성한다.


물론 오랜 훈련 시간을 거쳐야만 완벽한 컵핑이 가능하겠지만 내가 마시는 커피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향미평가 훈련을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커피, 이젠 향과 맛으로 느끼자.


취재 및 정리_ 온송금 / 참고자료_SCAA 커피향미 평가 핸드북



커피를 마시고 그 커피가 구체적으로 어떤 향미로 이루어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면, 이제 블렌딩을 통해 원하는 향미의 커피를 창조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산지별 단종 커피의 향미적인 특성을 알고 있어야 한다. 블렌딩할 때 흔히 쓰이는 커피 12종의 특징과 향미특성, 그 적절한 로스팅 포인트를 소개한다.


글 김태성 사진 김진아/감수 전광수(전광수 커피아카데미)


로스팅 단계는 일반적으로 볶는 정도에 따라 8단계로 나뉜다. Light로스팅에서 에서 Italian로스팅으로 갈수록 커피는 진하게 볶이게 된다.


1. 탄자니아 AA(Tanzania AA)


탄자니아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커피로 원두의 조밀도는 중간이고 원두의 크기도 균일한 편이다. 스크린사이즈와 중량에 따라 등급을 구분하기 때문에 안정된 품질이 보장된다. 탄자니아 AA는 가장 큰 규격으로서, 상급커피이며 우리나라 로스터리 숍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상큼한 맛과 과일향, 와인 맛이 특징. 비교적 연한 맛이어서 아침저녁으로 마시기에 좋다. 중강배전(시티)에서 와인, 꽃향기가 상큼해진다. 강배전(풀시티 이상)하면 Body가 훌륭해지는데, 그러면서도 중강배전의 향미를 잃지 않는 로스팅 기술이 요구된다.


2. 멕시코 치아파스 SHB(Mexico Chiapaz SHB)


멕시코는 연간 38만톤의 커피를 생산하는 세계 5위 커피생산국이다. 최상급 커피는 1,600미터 이상 고지대에서 재배한 ‘Estrictamente Altura’ 등급. Altura는 고지대란 뜻으로 1,000 – 1,600 미터에서 재배한 고급 커피에 붙는 등급이다. 멕시코 커피는 ‘멕시칸’, 또는 ‘멕시코 아라비카’라고도 불리며, 중후함이 강하지는 않지만 향과 신맛이 적당히 어우러져 있어 블렌딩에 많이 쓰인다. 가장 좋은 멕시코 커피에서는 백포도주의 풍미가 느껴지며 부드러우면서도 잔잔한 신맛과 은은한 단맛이 난다. 멕시코 치아파스 SHB(Strictly Hard Bean)는 과테말라와 인접한 멕시코 ‘치아파스 주’에서 생산된 커피로 커피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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