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쯤 건강관련 커피 기사에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을 것이다. 주로 보도된 내용이 평소 알고 있던 것과 다르거나 같은 주제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접할 때 이런 경우가 발생한다.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했다가 불과 며칠 새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하면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매체에 대한 신뢰성까지 흔들리게 된다. 이번 호에는 왜 이러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는지 생각해 볼까 한다.


이는 크게 다섯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첫째로 관련 연구 시 혼란변수(Confounding Factor)에 대한 고려가 없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를 들어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흡연 집단과 겹친다고 가정해 볼 때 암 발생 증가가 커피에 의한 것인지 담배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두 가지 모두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따라서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두고 연구를 설계, 분석 해야만 정확한 결과 도출이 가능하다. 실제로 1970~1980년대의 많은 커피관련 연구가 이러한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커피에는 카페인 이외에도 많은 화학성분이 있는데 사람들은 카페인에 대한 연구결과를 커피와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페인 섭취로 인한 에피네프린이나 놀에피네프린의 증가는 인슐린 작용을 억제시켜 당뇨병 발병률을 높이지만 커피 속의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 등의 항산화물질이나 마그네슘, 칼륨 등은 오히려 인슐린에 대한 민감도를 증가시킨다. 때문에 커피와 당뇨와의 관계는 커피 속 여러 물질들의 복합작용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동물실험 결과에 대한 비현실적인 확대해석이 아닐까 한다. 대표적인 예로 카페인과 태아 기형발생의 관계를 살펴보기로 하자. 1980년 미국 FDA*는 카페인이 기형발생을 증가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는 쥐 실험을 통해 얻은 것으로, 같은 조건을 체중 60㎏이 나가는 사람에게 적용했을 때 하루 50~70잔의 커피를 상당 기간 마시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즉, 사람과 쥐의 카페인 대사능력을 감안했을 때 하루에 100잔도 넘는 커피를 역시 상당기간에 걸쳐 마시는 것과 같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현실적일 수 없다.


한편, 아크릴아미드(Acrylamide)*의 동물실험 연구에서도 신경 손상과 암 발생, 기형이 유발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사람의 경우 환경을 통한 간접적 영향으로 암 발생이 증가되기는 했지만 아직 먹어서 발생한 질병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 FDA는 올 상반기에 발표될 아크릴아미드의 최종 결론 또한 위의 카페인 연구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생쥐 실험에서 아크릴아미드가 발암물질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려하는 바처럼 사람에게도 발암물질로 확인된다면 실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커피(로스팅 과정)는 물론 프렌치프라이, 과자, 빵 등 고온으로 만들어지는 많은 음식물에서 아크릴아미드가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음식물에서 발견되는 발암물질은 실질적으로 암 발생을 증가시킬 정도의 양은 아니라고 한다.


네 번째로 과학연구의 산업화와 기업화가 어느 정도 관계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외의 많은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순수 연구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서로 업계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만 연구비의 확보가 가능해 지고 연구를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과적으로 실적이나 효과위주의 연구지원 분위기가 흐름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들은 연구비 확보를 위해 조금이라도 이슈거리가 된다 싶으면 확실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연구 결과라도 일단 저명한 잡지나 언론에 기사거리로 제공한다. 후에 수정된 결과가 다시금 발표되고, 번복된 정보를 접한 일반인들은 당연히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커피관련 단체들의 커피옹호 캠페인으로, 각종 커피관련 연구를 무조건적으로 지원하여 왜곡된 정보를 조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보다 과학자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연구가 더 많은 것을 볼 때 우리 스스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무조건적인 커피홍보성 기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현재까지 미국 의학협회나 FDA의 커피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하루 3잔까지는 건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각종 연구 결과에서도 커피 속 카페인에 대한 인체의 대사능력에 개인적인 차이가 있고, 지속적인 커피 음용에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어쨌거나 커피는 석유 다음으로 전 세계에 널리 유통되는 상품(Commodity)이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애용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명확하지도 않은 과학적 근거에 대한 지나친 염려 또한 극복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용어사전:
*아크릴아미드(Acrylamide):플라스틱 접착제의 원료
*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의 약자로 미국 식품의약국


글_ 유필문
(기사 전문은 월간 COFFEE 4월(64)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독 문의 02-388-5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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