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주성치 영화를 보고 떼굴떼굴 구르는 사람과 도대체 왜 옆 사람이 웃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 두 종류가 있다.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극장에서 볼 땐 죄송하게도 다른 사람의 관람을 다소 방해하는 사람이 되버린다. 어찌나 웃던지 관객들이 웃음의 진원지를 찾아 돌아볼 때가 있다. 내가 좀 크게 웃는다.

어쩌다 이 책을 손에 쥐게 됐는지 모르는데, 여튼 '차례'부터 웃긴다.

'안내서에 대한 안내 - 작가가 말하는 별 도움 안되는 이야기들'이라니.

아, 이런 상상력을 만나면 할 말이 별로 없다.

어쩌다 히치하이커가 되어 은하수를 여행하게 되었느냐 하면, '보고행성 공병대'(ㅎㅎ)에 의해 '초공간 고속도로'를 내기 위해 지구가 그만 파괴되어 버렸는데, 주인공은 친절한 외계인 '포드 프리펙트'에 의해 구출되어 팔자에 없는 여행을 하게 생겼다.

쓰러지게 만드는 장면들이 지뢰처럼 곳곳에 묻혀있다.

이제 1권 절반을 읽어가는데 단연 압권은 주인공과 친절한 외계인이 시 감상용 의자에 앉아 은하계에서 가장 독한 것으로 유명한 '보고인들의 시'를 들어야하는 장면이다. 팀 버튼의 <화성침공>에 나오는 지구인들의 요들송 보다 더 독한 듯하다. 영화를 못 봤는데 이 씬이 연출되었는지 모르겠다. 아, 간만에 진짜 웃긴 책 보고 있는 중이다. 영화도 챙겨봐야겠다. 어쨌든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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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DVD를 선물받았다. 신채커플이 나오는 대목만을 골라서 봤음에도 하루종일 걸렸다. 밀린 책도 보고 싶었고, 쉬는 김에 보충할 것들도 있었는데 다 내팽개치고 몰두했다.

다시 출근해야 할 시간이 가까와지니 밀어두었던 일들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리고 후회로 가슴이 답답하다. <궁>은 내게 있어서 기획에 대한 회한으로 아픈 드라마다. 그러나 주지훈을 얻었고 그의 다음 행보에 신경쓰이는 중이다. 지난 화요일에 연예계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그들이 발 딛으려 하는 곳의 냉혹함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리지만 나보다도 훨씬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는 생각에 어쩐지 부끄럽고 민망해졌다.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그들의 말에서 가끔 그들이 벌써 힘들어하고 있음이 감지되기도 했다. 말할 수 없이 복잡하고 쓸쓸한 시간이었다.

가끔 내게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

그래도 다행이다. 이틀만 지나면 또 주말이지 않는가? 그나저나 월드컵이 걱정된다. 내 성격에 밤새서라도 경기를 볼 텐데... 체력이 버티려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쿄기담집]을 벌써 3주째 읽고 있다. 출퇴근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만 몇 쪽씩 읽을 뿐이다. 하루키의 책으로 제목이 '기담'이라 흠칫 했다. 아니, 하루키가 이상해졌다!  그러나 보아하니 역시 하루키다.  진도가 더 나아가면 진짜 '기담'이 나오려나? 하긴 기이하긴 기이한 얘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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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서재 쥔이 뉘여? 이리 방치해도 되는겨?

정신없었고 당분간도 힘들듯. 오랫만에 찾아와 보니 오늘도 방문해주신 분이 계시고.... 면목이 없네.

이 누추하다 못해 먼지 쌓인 서재를 즐겨찾는 분들이 있다니 신기하도다.

그 동안 드라마 <궁>에 빠졌고(화면발 좋고, 주인공들-특히 주지훈!- 이뻐서 다 용서해주기로 했다. ) 일본 소설에 쪼매 관심을 가졌고, 잡다하게 여전히 관심갖고 읽고는 있지만 이 서재에 흔적까지 남기진 못했다. 최근에 김훈의 소설집 [강산무진]을 흥미롭게 봤다.

그 중 [머나먼 속세]는 마틴 스콜세지의 <Raising Bull> 을 떠올리게 했고, 김훈 개인적 역사를 생각했을 때 나름대로 의미심장하지 않았나 싶다.

먼지 좀 털긴 털어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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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3월 1일, 대한민국은 온통 대~한민국!을 외칠 준비로 들썩거리는 듯 하다. 86년전 일보다는 4년전의 일을 되새기고 또 기념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이 되었다.

역사비평사에서 나온 윤치호 일기는 '3.1운동 전후'의 일기를 따로 편집했다. 제1장의 제목은 '내가 3.1운동을 반대하는 까닭은' 이라는 그의 일기 부분을 뽑았다.

몇 번이나 집어 던져버리고 싶었다. 욕을 해대면서, 한숨을 쉬면서 한장 한장 읽고 있는 중이다.

1919년 3월 1일 토요일

... 1시 30분쯤 거리 쪽에서 군중의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를 가득 메운 학생들과 시민들이 '만세'를 외치며 종로광장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창문을 통해 우리의 눈에 들어왔다. 소년들은 모자와 손수건을 흔들었다. 이 순진한 젊은이들이 애국심이라는 미명하에 불을 보듯 뻔한 위험 속으로 달려드는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리는 이 시위와 연루되는 걸 피하기 위해 회관(YMCA)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곧바로 군인, 기마 경찰, 형사, 헌병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들은 군중 속에서 주동자들을 붙잡으려고 바삐 움직였다. 시내 전체가 흥분의 도가니였다. 33인이 서명한 독립선언서는 내용이 매우 부실해 보였다. ...

1919년 3월 2일 일요일

(오사카 마이니치 신문 기자와의 인터뷰)

내 입장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최근에 조선 청년들에게 말해왔던 것을 거듭 말했다.

1)조선의 독립 문제는 파리 강화회의에 상정될 기회가 없을 것이다. 2)유럽의 열강이나 미국이 조선 독립을 지지해 일본의 심기를 건드릴 만큼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다. 3)설령 독립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우리는 독립에 의해서 이득을 볼 준비를 갖추지 못했다. 1894년에 일본이 우리에게 독립을 주었다.우린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했나? 4)약소민족이 강성한 민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면, 자기 보호를 위해 그들의 호감을 사야 한다. 5)학생들의 이 어리석은 소요는 무단통치를 연장시킬 뿐이다. 만약에 거리를 누비며 만세를 외쳐서 독립을 얻을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남에게 종속된 국가나 민족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6)천도교 인사들 같은 음모꾼들에게 속아서는 안된다.

1919년 3월 9일 일요일

외출하지 않고 집에 있었다. 주요 거리의 점포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1919년 3월 19일 수요일

경찰 수사관들이 죄수들, 특히 여학생들에게 온갖 종류의 야만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고 한다. 내가 들은 얘기들 중에 사실이 아닌 것도 있겠지만, 난 이 고통을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들의 고통에 대한 상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저 이 용감한 남녀들 중 단 한명도 나의 그릇된 약속이나 조언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뿐이다.

1919년 3월 26일 수요일

독립소요가 진정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상점들은 더욱더 문을 굳게 걸어 잠근다.

1919년 4월 1일 화요일

경찰이 상점 주인들에게 문을 열라고 강요했다. 무장한 군인들이 주요 도로를 지키고 순찰을 돌았다.

1919년 5월 11일 일요일

이 세상은 이상을 숭앙하지만, 결국엔 현실에 굴복하고 만다. 만약 3억 인구를 가진 인도가 독립을 얻는다면, 그건 정의로운 이상에 좀더 부합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영국 통치자들이 지난 200년 동안 인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 일이 인도인 통치자들이 자기네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 일 보다 더 많았다는 걸 부인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론적으로야 인디언들이 미국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도록 놔두는 게 정의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백인들이 인디언들의 황량한 사냥터를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강성한 공화국으로 변모시켰다는 게 엄연한 사실인 이상, 세상 사람들은 이 이론이라는 걸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대고 아주 기꺼이 날려버릴 것이다. ...

1919년 5월 26일 월요일

며칠 전 밤에 독립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들이 만세를 외치는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퍼졌다고 한다. 대단히 어리석긴 하지만, 그들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1919년 5월 28일 수요일

... 어떻게 하면 두 민족이 하나로  '병합된 '국가에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1919년 7월 11일 금요일

... 일본 정부가 기꺼이 자치를 허용할 것인지, 설령 허용한다 하더라도 조선인들에게 자치를 잘 운영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난 너무 소심한 탓인지는 몰라도 내가 다룰 수 없는 도구나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누군가가 나 혼자 조종한다는 조건으로 비행기나 잠수함을 준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그걸 받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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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만세운동은 한달 이상 계속 되었고, 상인들까지 철시하는 사태가 지속되었다. 윤치호가 보기에 어리석은 행동이었겠지만, '병합되어'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하지 않은 절대 다수 조선 인민이 참여했고 지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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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은 엄청난 지적 샤워를 안기는 책이다. 매우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아직까지 뚜렷한 견해를 세울 수 없는 것은 [쾌도난마 한국경제]를 읽으면서도 보류했던 이 시대, 국가의 문제였다고 하겠다.

[제국]에서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는 "국민국가의 역능에 대한 그 어떤 향수를 간직하거나 국민국가를 찬양하는 그 어떤 정치라도 되살아나게 하는 것은 잘못"일 뿐 아니라 "무익하다"고 일갈한다. 

또 한편으로 신자유주의자들이 '거대정부는 끝났다'고 부추기는 것과 반대편에 [쾌도난마 한국경제]의 장하준, 정승일이 '강한 정부'에 주문하는 역할들이 있는데, 신자유주의자들의 구호는 위선적일 뿐 아니라 배은망덕 -그들이 지금 그러한 구호를 부르짖기 전까지 국가와 자본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생각해보라 - 한 것이며 '거대정부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장하준류의 전술은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전통을 아주 오랫동안 괴롭혀 온 환영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제국]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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