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갑작스레 하루키에게 꽂힌 계기는 가라타니 고진의 「역사와 반복」에서 하루키의 「1973년 핀볼」에 대한 평론을 읽은 것으로부터였다.

 



 

이 책에서 고진은 하루키가 고유명사를 소거하는 반면, 끊임없이 역사적 '사실' 들을 '풍경'으로 전도시켜 놓는 방식에 내재하는 아이러니의 의미를 분석한다.  

하루키는 90년대 언젠가 동생의 책이었던 「상실의 시대」를 읽으면서 접하게 되었다. 그 후 2003년 경이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당시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던 지인이 읽고 있던 「해변의 카프카」를 빌어서 읽은 정도가 전부였다.  

「상실의 시대」는 인상적인 소설이었고, 「해변의 카프카」는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후자는 내게는 아주 낯선 세계였던 것 같다.

판타지소설이나 환상문학류, SF소설 등에 대한 선호도가 약한 나로서는 「해변의 카프카」가 그런 류의 세계와 근접했던 것으로 인식되었다. 

하루키는 내 돈 들여 접해본 작가가 아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근 한달간 계속 망설이고 있다. 하루키의 장편들을 구입해서 본격적으로 읽어볼까 하는 것 말이다.

「댄스댄스댄스」역시 도서관에서 빌어왔다.

사람의 손 때가 많이 묻은 터라 께름칙했지만 일단 한 번 읽고, 반복해서 읽을만하다면 구입해야겠다는 계산을 했다.  

금요일 저녁에 도서관에 들러 대출해 온 뒤, 주말 동안 내내 읽었다.  

지금부터 20여년 전에 쓰여진 작품인데 20년의 세월은 견딘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과거 혁명을 향해 격렬하게 저항했던 행동의 끝, 그리고 그야말로 '고도 자본주의' 현실 앞에 내던져진 60년대 일본 전공투 세대의 나이듦, 자괴감, 허무, 고독, 죽음, 사랑 등의 테마는  여전히 울림을 갖고 있었다.

 (이 작품은 하루키가 서른아홉에서 마흔살에 이르는 시기에 썼다.) 

레이몬드 챈들러적 구조 - 처음에 무언가를 잃어버렸다, 혹은 상실했다, 해결 또는 상실된 것을 찾기 위해 필립 말로우는 온갖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겪은 뒤에 결론에 이르른다. 그러나 그 해결 또는 상실된 것의 되찾음은 온전한 것이 이미 아니다 - 를 차용하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되겠다.

사라져버린 키키. 그리고 나와 키키, 세계를 연결시켜 주기 위해 존재하는 '양사나이'.

그들을 찾아 이제는 허물어져 그 자리에 '고도 자본주의'의 모습으로 재 탄생한 삿포로의 고급 호텔 '돌핀호텔'을 다시 찾아간다.  

거기서부터 '나'는 되돌아와야 하는 현실과 이제는 단락을 지어야 하는 과거 또는 자꾸 죽음의 세계로 이끌지도 모를 벽 너머의 세계 사이에서 주저하고 있다.  

마지막에 분명 과거의 '나'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지만 또한 새로운 '돌핀호텔'의 직원인 삿포로의 여인 유미요시와 빛나는 초여름 아침을 맞이하는 장면은 굉장했다.

사라지지 않고 '내'옆에서 자고 있는 유미요시에게 하는 말 "유미요시, 아침이야" 이후 펼쳐진 장면은 어떤 것일 수 있을까? 

과연 '나'와 유미요시는 간밤의 벽 너머의 세계로부터 무사히 귀환하여 현실에 안착한 것일까? 

책의 2/3쯤 되어 호놀룰루에서의 '하얀 뼈'가 있는 방을 등장시킨 것에서 그리고 이후 그 예언적 환영 장면은 책 후반을 퍼즐 찾기로 만드는데 이는 급격하게 전반적인 리듬이나 흐름을 작위적이고 거칠게 하는 느낌이다.

그 때까지 읽으면서 쌓아온 소설에 대한 신뢰(?)에 금이 쩍가는 소리를 듣는 각성의 순간이 되버린다. 온전히 소설의 세계에 빠져 있다가 갑작스럽게 작가의 얼굴이 쓱 나타나는 듯한 이질감 같은 것? 

게다가 이 소설은 이렇게까지 길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할 정도로 장편이다.  

제이 루빈의 「하루키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를 보면, 이 소설을 쓸 때 하루키가 워드 프로세스라는 장치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키 자신도 이 소설은 '저절로 쓰여진 소설'이라고 할 정도로 '즐겁게' 썼다고 말한다.

 


초기의 절제된 단문의 리듬은 옅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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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흐리고, 일기예보를 제대로 못들었는데 그래서 일단 우산부터 들고 나왔다.

비 오나?

아침에 다음 책 질렀다.

 

 

 

 

[역사와 반복] (가리타니 고진 / 도서출판b]

세상 굴러가는 일이 하 수상타.

아, 사람들은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 생각을 못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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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들어왔네.

금요일이다. 오늘 아침은 조금 한가하다.

그래서 한가한 틈을 노리고 지름신이 왔나 보다.

[지젝이 만난 레닌]을 기어코 지르고 말았다. 사실 [혁명이 다가온다]를 예전에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봤기 때문에 많이 망설였는데 오늘 아침에 또 다시 로쟈님 땜에...

 

 

 

아니다.   촛불 집회 때문이다. ... 아니다. 결국 내 삶 때문이다. ...  

촛불 집회에는 한 번도 못 나갔다.  80년 4월이었나, 5월이었나.... 서울역 회군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 얼마 후 광주의 5월이 있었다.

2008년 회군인가? 아니면 다른 의미인가? 머리 나쁜 내가 요즘 같아서는 깊이 생각해 볼 시간이 없는 셈이다.....

당일 배송이니 오늘 퇴근 전에 받아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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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같은 날씨만 되도 내가 좀 살겠다.

5월 중순을 넘어섰는데도 너무나 춥고 으슬거려서 맥을 못췄는데... .

요즘 출퇴근 오며가며 그리고 가끔 자기 전 침대에서 넘겨보고 있는 책은 [제휴마케팅](김승용 /머니플러스/2008).

분명 출판일은 2008년인데 내용 중 많은 부분은 2~3년 전의 것들로 채워져 있어서 신선도가 낮다.

경제경영, 혹은 자기계발서 등에서, 심지어 몇 경제신문을 읽다보면 참 글 같지 않은 글들이 남발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경제에 대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그 차이에서 오는 동의하지 못함 등이 있기도 하고, 또 내 전공도 아니었고 오랫동안 별로 가까이 하지 않았던 분야이기도 해서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서 실용서인가? 일 하는 데 도움되는 부분만 챙기면 된다고 생각해야 하는가?

만족스럽지 않다. 금요일이다. 또 주말이면 숨좀 쉬겠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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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가족 행사가 있어 고향에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예매해두었던 열차표를 찾고도 시간이 남아 이리저리 역 구내 구경을 했는데, 버릇처럼 책 파는 곳에 들렀다가, 고른 책이 [스타일](백영옥) 이다.

아주 오랫만에 소설을 읽었다.

역시나 서울로 돌아오는 KTX 3시간이 훌러덩 갈 수 있게 도와주었기에 나는 이 책에 고마움을 느낀다.

이 책에 대해 어떤 얘기들이 오갔나 리뷰와 페이퍼들을 둘러보니 짐작했던 얘기들이 다 나온 듯 싶다.                      

'작가의 말'도 흥미로웠다. 이 소설이 집필된 곳이 동네 카페와 도서관, 작업실, 자신의 방 커다란 침대와 낡은 가죽소파, 지하철 6호선, 영국으로 가는 브리티시 에어라인비행기와 칸영화제가 열리기 직전 니스의 작은 호텔 등이다 .자신은 머리를 질끈 묶고 선글라스를 낀 채 이 책을 '집필' 했다고 하며, 

복잡한 사회에서 더 이상 단선적으로 설명되는 '이즘'이나 '고민'같은 것은 실종되고 자신의 소설을 '감히 화해에 관한 성장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단다. 

과거와의 화해, 원수라 생각했던 사람들과의 화해, 진정한 자기자신과의 화해, 세상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다양한 스타일들과의 화해... . 

역시 당차다. 74년생인 이 여성의 '성장'은 자신이 이 소설을 집필하면서 거쳐가는 곳들과 책에서 '화해'하게 되는 주제와 범주들의 궤적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 성장과 화해에 대해 동감하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 70년대 생들, 80년대 생들의 성장소설은 계속 나와야 한다. 그들은 무엇으로 성장하고 화해했다고 생각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오렌지'가 아니라 '어륀지'라고 발음해야 한다는 대학총장이며 대통령인수위원장의 일침을 듣고,  교복 입고 촛불 들고 모여서 정치적 집회가 아니라 '문화제'를 치러야 하는 요즘 여고생들의 성장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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