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주성치 영화를 보고 떼굴떼굴 구르는 사람과 도대체 왜 옆 사람이 웃는지 이해 못하는 사람, 두 종류가 있다. 나는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극장에서 볼 땐 죄송하게도 다른 사람의 관람을 다소 방해하는 사람이 되버린다. 어찌나 웃던지 관객들이 웃음의 진원지를 찾아 돌아볼 때가 있다. 내가 좀 크게 웃는다.
어쩌다 이 책을 손에 쥐게 됐는지 모르는데, 여튼 '차례'부터 웃긴다.
'안내서에 대한 안내 - 작가가 말하는 별 도움 안되는 이야기들'이라니.
아, 이런 상상력을 만나면 할 말이 별로 없다.
어쩌다 히치하이커가 되어 은하수를 여행하게 되었느냐 하면, '보고행성 공병대'(ㅎㅎ)에 의해 '초공간 고속도로'를 내기 위해 지구가 그만 파괴되어 버렸는데, 주인공은 친절한 외계인 '포드 프리펙트'에 의해 구출되어 팔자에 없는 여행을 하게 생겼다.
쓰러지게 만드는 장면들이 지뢰처럼 곳곳에 묻혀있다.
이제 1권 절반을 읽어가는데 단연 압권은 주인공과 친절한 외계인이 시 감상용 의자에 앉아 은하계에서 가장 독한 것으로 유명한 '보고인들의 시'를 들어야하는 장면이다. 팀 버튼의 <화성침공>에 나오는 지구인들의 요들송 보다 더 독한 듯하다. 영화를 못 봤는데 이 씬이 연출되었는지 모르겠다. 아, 간만에 진짜 웃긴 책 보고 있는 중이다. 영화도 챙겨봐야겠다. 어쨌든 강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