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야마 히데오의 소설을 꾸준히 읽게 된다. [살인방관자의 심리]는 형사물이 아니다. 본격적인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엔 딱히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그래서인지 출판사(노마드북스)의 장르규정은 "휴머니즘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개척이라고 운운했다.  

실린 5편의 단편들을 읽으며 답답하고 힘들었다.  편치 않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첫번째 소설 [진상]은 10여년전에 아들을 죽인 살인범이 잡히면서 드러나는 '진상'을 펼쳐보인다. 

[마음의 지옥]은 주인공이 지닌 과거의 죄와 그로부터 기인하는 자신을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까지 믿지 못하면서 겪게 되는 '마음의 지옥'을 그야말로 지옥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러고보면 저자가 애초에 붙인 제목이던지 편집자가 붙인 것이든 각 제목은 내용에 딱 맞는 의미를 담고 채택된 것이다. 

중년 실업가장, 과거 가담한 사건으로 전과자가 되어 전전하게 되는 삶의 피폐함.  

굳이 자신이 저지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찌됐든 '가담'하거나 '연루'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선택에 처한 인물들의 고통이 이 소설집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 같았다. 

인물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상황에 맞닥뜨려졌을 때 하게 되는 선택에 의해서라는 것은 소설이나 영화의 캐릭터 설정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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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릭 포사이드 [어벤저] 

어제, 결국 기획하고 있던 일 하나를 접기로 결정하고 며칠간 긴장하며 만들었던 모든 작업을 스톱한 채 이 책을 읽었다.  

[자칼의 날]의 저자라고 하는데 책은 읽지 못했고 영화는 EBS에서 해줄 때 봤었다.  프레드진네만 감독과 주연 에드워드 폭스,  

1973년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 긴장감이란 지금처럼 초광속 편집이 난무하여 만들어내는 것과는 전혀 질이 다른 클래식한 긴장감으로 사로잡는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구호활동을 하던 리키라는 미국청년이 조란 질리치라는 밀로셰비치가 거느린 민병대 대장에게 처참하게 살해 당한 후 거부였던 그의 외할아버지가 '어벤저'를 고용하여 마침내 체포, 미국으로 들여와 법정에 세우게 한다는 줄거리를 가진 복수 추리물이다.  

미국의 오만함이 거슬리는 부분을 결코 간과할 수 없지만

P.S. 이 때 무슨 일 땜에 쓰다가 말았을까? 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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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씨네21'을 사서 꼼꼼히 읽었다. 실로 정말 오랫만에 사보는 잡지였다.  

2009년의 국내외 영화를 총망라하여 소개한 '스페셜 에디션'이었는데 올해 한국영화는 조금씩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했다. 그러나 한국영화보다 가장 흥미로운 얘기로 나를 끌어들인 영화는 2월 12일에 개봉할 예정인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브레드피트, 케이트 블란쳇이 주연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였다.  

F.스콧 피츠제럴드의 1922년 발표작이자 그의 나이 스물여섯에 쓴 소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시작과 함께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떠올렸다고 한다.

피츠제럴드의 원작은 짧지만 강렬하게 슬프다. 원작의 늙은 채 태어나서 어린아이로 죽는 벤자민 버튼의 생을 통한 삶의 슬픔이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촛점으로 하여 표현한 듯 하다. 다운받아서 볼 수도 있는 모양이지만, 개봉을 기다려보겠다.   

씨네21의 소개 중 일부는 이렇다. 이 글에 혹했었다.  

태어날 때는 노인이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거꾸로 먹으며 점점 젊어지는 한 남자가 있다. 벤자민 버튼은 1918년에 태어나 격변의 20세기를 관통하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고 무수한 이들을 만나고 몇번의 운명적인 사랑을 경험한다. 그는 그에 대해 수다스럽게 늘어놓지 않는다. 거꾸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깊어가는 지혜와 젊어지는 육체라는 축복(혹은 무서운 저주)을 묵묵히 감내할 뿐이다.  

"모두가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고 있었더라면'이라고 한탄한다. 삶 전반을 이처럼 지름길만 골라 갈 수 있다면 멋지기야 하겠지. 하지만 삶은 지식의 작은 편린들로 이뤄진 축적물이 아니라, 그걸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성숙을 뜻한다."(데이비드 핀처) 

 스틸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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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사르두의 작품 역시 처음 읽은 것이었다.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다.  

"사람들이 내가 누군지 알게 되는 날, 작품을 쓰기 위해 내가 어떤 희생을 치렀는지 알게 되는 날, 내 책들은 날개 돋친 듯이 팔릴테니까!"  

모든 계획이, 인생 전체가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오랜 심사숙고와 탐구를 거쳐 끈기 있게 준비해 잔인하게 실행에 옮긴 목표. 

그런 것을 가진 자와 실행자가 퍼펙트 범죄인이다.  

보기 드문 캐릭터를 보여준다.   

범죄도 워크홀릭처럼 할 수 있다는 것, 끈질기게 노력하는 연쇄살인범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지인의 얘기를 들었을 때 얘기로는 재미있겠다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살인범과 범죄에 공을 들여야 하는 그 지인의 직업에 혀를 끌끌찼었다. 인간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래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면 그 또한 전혀 무해한 일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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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의 계절]은 처음 읽은 요코야마 히데오의 단편소설집이다. 이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는 한겨례21의 출판섹션에서 정보를 얻었다. 사건기자출신으로 중년남성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작품세계를 갖고 있다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집 근처 도서관에 있는 것들 중 우선적으로 골라 읽었는데 지금 내가 필요로 하고 있는 소재를 담고 있어서 더욱 의미있었다.  

요즘 너무 흔한 형사 얘기나 형사 캐릭터들이 난무하지 않고 경찰조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했다. 조직과 미스터리, 일의 특성과 그로부터 비롯되는 사건의 어쩌면 지극히 일상적인 특성들이 이 작품집을 더욱 귀하게 느끼게 했다.  

직장생활을 비롯한 조직생활을 하면서 매일같이 감지되는 기류들을 따라 분석하고 해석하고 대처방법을 찾아나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를 얘기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내러티브는 이런 소설들을 통해서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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