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중2혁명>
내겐 딸들도 있지만,아들도 있다.
그 아들이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다.
낙엽이 굴러가는 모양에 대책없이 깔깔거리다가도 라면에 계란을 넣어 주지 않았다고 갑자기 분노한다는 사춘기의 초절정, 사춘기의 꽃띠인 중2가 된다.
작년 후반쯤부터 '내 아들이 곧 중2'라는 생각만 하면 괜스레 두렵고 우울해지는 순간들이 몇 번 있었다.아마 주변에서 미리 주워들은 말들과 북한이 쳐들어오지 않는 이유,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할 수 없는 이유등 우스개 소리조차도 어마어마하게 부풀려 사회 분위기 자체가 중학교 2학년생들은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천하무적 절대강자로 몰아가는 이야기들에 상상이 더 보태어져 한 번씩 아들을 보고 있으면 걱정이 되곤 하였다.
아들은 중학교를 들어가고 작년 봄부터 사춘기가 시작 되었던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6학년 시기쯤 사춘기가 시작 되는 것 같다.
빠른 여자아이들은 5학년 후반부쯤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더라만...남자아이들은 1년 정도 좀 늦되는 것 같다.거기에 비하면 우리 아들은 또래에 비해 좀 늦는 감이 없진 않다.
1년 동안 솔직히 아들의 느닷없는 충동적인 행동들이 이해가 잘 안가 속으로 적잖이 놀랐었다.
특히나 인성적인 면에서 내눈에 도드라져 보이는 이기적인 행동들이 4년 터울인 여동생들과 비교가 되어 아들과 나 사이에선 눈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탄 적도 많았다.
봄이 한창 힘들었는데 가을부터는 분위기가 조금 많이 누그러진 듯하다.
아들의 행동이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모자간의 대화가 좀 많이 누그러졌단 것이다.
그것도 딸들이 곁에서 엄마와 오빠의 대화가 착해졌다고? 충고를 해줘서 알게 된 것이다.
나는 그순간까지도 아들과의 관계가 다른 가족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지 잘 모르고 그저 내식대로 아들을 몰아가려고 했었다는 것을 좀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내가 다 잘난줄 알고 살아 왔던 것이다.
아들도 14살이지만 엄마인 나도 아들이랑 똑같은 14살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중1이 속이 좀 시끄러웠는데 어마무시한 중2는?? 생각만해도 아이구야!!
안되겠다 싶어 한동안 손을 좀 떼고 살았던 육아서 코너를 다시 배회하던 중 제목이 눈에 와 닿아 이책을 읽게 되었다.도서관에는 어린 아이들 육아서만 있는 줄 알았더니 사춘기와 청소년에 관한 육아관련 서적들이 많아 좀 놀랐다.역시 엄마는 멈추지 말고 계속 읽어야 하는 존재구나! 감탄과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제목은 <중2혁명>이라 하여 중2병을 거대하게 부풀린 것인가? 제목을 하필 왜 이렇게?
못마땅하였으나 '인생이 결정되는 골든타임 15세의 비밀을 풀다'의 소제목을 상기해본다면 어쩌면 중2학년들은 가히 혁명을 이루어야함이 옳을 것이란 생각에 동의하고 본다.
혁명이라 하여 거창한 것이 있으려나?기대가 많았으나 그런 기대는 없다.
ebs 다큐프라임의 교육혁명이란 프로그램 중 '15세에 주목하라'는 제목의 방송분을 책으로 엮어 놓은 것이다.그래서 거창한 무언가를 기대한 나로서는 초반부에 실망이 좀 많이 컸었다.(내가 방송을 안봐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공진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생수업을 시도해보는데 1교시부터 4교시까지의 수업내용을 엿들으면서 1교시의 진부함을 넘어서서 2교시의 친구의 왕따와 학교 폭력에 대한 가상연극이나 신체활동을 해본 후 아이들의 솔직한 인터뷰에 확 끌리게 되었고, 3교시 사춘기의 성에 대한 수업에서 나는 이책에 별을 세 개를 주고 있었는데 하나를 더 얹어 주었다.
사춘기 성에 관한 지식들은 어쩌면 요즘 중학생들이 어른인 우리들보다 더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왜냐하면 입학하자마자 가정교과서 1,2단원에 정확한 정보로 교육을 받고 아이들은 실제로 중간,기말고사를 치더란 말이다.그래서 좀 식상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시험을 치기 위한 의무교육이 아닌 실생활에 적합한? 성교육이어서 좀 놀랐다.(이부분은 아들에게도 직접 읽혀주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이성관계에 관한 좀 더 직접적인 성적 의사소통이 다른 이유는 성적 반응이 남녀가 다르기 때문인 것이라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피임법에 관한 설명도 사실적으로 알려주고 있고,심지어 콘돔 사용법 또한 아이들과 직접 교실에서 실험을 한 듯한 사진도 있었다.
또한 데이트 실습을 아이들은 직접 체험해 봄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예의를 알아가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 대표적인 나라가 네덜란드다.네덜란드는 청소년 성교육을 통해 1970년 중반까지 12.4세였던 첫 성관계 연령이 2006년 17.7세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첫 성관계 시 피임 도구 사용률도 95%까지 상승했고, 데이트 강간, 청소년 출산율과 낙태율도 세계에서 가장 낮다.어떤 성교육을 했기에 이처럼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남자와 여장의 몸의 차이부터 시작해서 임신과 출산,피임,성행위,성에 대한 사회적 가치등 성에 대한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면서 어른과 아이가 차마 알려주거나 묻지 못한 민감한 성 지식까지 솔직하고 명쾌하게 묻고 가르쳐주는 성교육이 이루여졌기 때문에 네덜란드는 30년 만에 이런 기적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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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 저절로 알게 되는 지식이 아니다.배우고 익혀야 하며,그교육은 아주 어릴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그래야 아이들은 긍정적이고 올바른 성 개념과 의식을 가지게 되어 자신의 성과 사랑에 대해 책임지는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 할 수 있다.그러니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성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까봐 두려워 실제적이고 올바른 성 지식을 알리는 교육을 망설이지 말자.가짜 성과 가짜 사랑에 대한 정보가 범람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실제적이고 정확한 성교육뿐이다.
(341~343쪽)
책을 읽는 동안 어느덧 내가 사춘기를 치뤄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아이 나이가 곧 엄마 나이라고 나는 사춘기 아들을 처음 키우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이 서툰 엄마였다.아무리 많은 육아서를 읽으며 내 아이가 사춘기가 되면 이렇게 해줘야지! 저런 말을 해줘야지! 다짐하면 뭘하나? 나도 서툴러 내 감정만 아이 앞에서 앞세우기 바쁜데....그러니까 나도 올해들어 15살 엄마인 것을!
청소년기는 아이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성인의 삶으로 입문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준비하는 시기,부모로부터 서서히 독립하여 홀로 서기를 시작하는 시기,자아정체감이 형성되는 시기,즉 미래의 삶과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틀이 만들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뇌가 준비한 골든타임을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된다.이때 긍정적인 경험과 적절한 교육이 주어지면 아이는 성숙한 성인의 모습으로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아름답고 조화롭게 완성할 수 있다.
(75쪽)
아이들에게 진짜 남자가 되는 날,진짜 여자가 되는 날에 조촐한 축하 파티를 열어주겠노라 얘기한 적이 있었다.그러곤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문득 아들에게 물었다.진짜 남자가 되었느냐고?
아들은 갑자기 대답이 없다.늘 아직!!이라고 답하더니....이젠 올 것이 왔구나!
언제 축하를 해줘야겠냐고 물으니 아들은 중2가 끝나는 날에 해달란다.
왜 중2가 끝나는 날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올 해 1년동안 정말 남자답게 멋지게 살아보라고 대답은 해줬다.성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 인생이 결정되는 골든타임 15세를 무사히 잘 통과하였다면 그날 축하해주는 것 또한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