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때 미래그림책 35
트리나 샤르트 하이만 그림, 바바라 슈크 하젠 글, 이선오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집에 돈이 없어 많이 힘들어 할때를 민감하게 느끼고 있을까?
구체적으로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어렴풋이나마 엄마,아빠의 힘든 때를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헌데....그 어렴풋이나마도 아이가 과연 몇 살때 느낄 수 있을지 나는 그게 항상 의문이다.
유치원 들어갈 나이가 되면 알까?
아니면 다섯 살??

얼마전에 친구를 만나 볼일을 보면서 잠깐 은행에 들러 CD기 앞에서 출금을 하느라 기계앞에 서 있으니 세 살배기 내 친구 딸아이가 내옆에 달라붙어 종이조각을 쥐고서 기계쪽에다 가만히 대고만 있었다...나는 쬐그만 요녀석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으나 하는짓이 귀여워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내가 기계앞을 나온후에도 녀석은 계속 서서 다른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어 계속 기계쪽에다 종이를 붙였다 뗐다를 반복한다...내가 이리 오라고 불러세우니 내게 다가와서 뭐라고 뭐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어 친구에게 물어보니 "저금 많이 했다~~"라고 하는 말이란다..^^
순간 지엄마가 저렇게 저금을 하는 양을 지켜보고 저러지 싶어 딸아이에게 "니네 엄마 저금 많이 해?"
물어보다 어쩌다보니 딸아이는 갑자기 유치원에 가고 싶은데 유치원에 엄마가 보내주질 않는다고 나한테 고자질을 한다...왜 유치원에 안보내주느냐고 물으니 꼬마녀석이 앙증맞게 하는 소리가.."엄마가 돈이 없어서 민주 유치원에 안보내준다"고 대답했다..ㅡ.ㅡ;;
순간 친구와 한바탕 웃어넘겼지만....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순간적으로 돈이 없어서 유치원에 못간다고 한 말이었지만 딸래미가 저렇게 말하는 것이 어째 좀 가슴이 아프단다...웃고 있는 나였지만 친구의 사정을 잘 알기에 나또한 가슴이 많이 아팠다.
세 살배기 아이를 현재 유치원에 보낼 이유가 없지만...이번에 신랑이 사업을 시작하게 된 내친구네는 은행 대출금을 갚느라 많이 버거워 보였다.
그야말로 지금이 친구에겐 '힘든 때'인 것이다. 

그리고 나도 좀 황당한 일을 겪은 것이 우리 아들녀석이 잘 놀다가 갑자기 뜬금없이 나에게 물어보는 말이 "엄마는 왜 돈이 없어요?"라고 묻는 것이었다...ㅡ.ㅡ;;;
나는 그 질문을 왜 갑자기 꺼내는 것이 순간 당혹스러워 계속 유도심문을 해보았더니..녀석은 마트에 장르 보러 따라갈때 마다 장난감을 사고 싶은데 내가 맨날 했던 소리가 "엄마는 돈이 없으니 이번엔 장난감을 사면 안된다"고 일러주었던 말이 녀석은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가 보다.
매번 장난감을 사주게 되면 버릇이 나빠질 것 같고 요즘 아이들 장난감 가격이 만만치 않아 되도록이면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라도 그냥 지나치거나 아니면 고무 찰흙 같은 것을 손에 쥐어주면서 장난감이라고 속여 데리고 온다.
녀석은 마트에 가면 지장난감을 당연히 사야 되는 줄 아는지.."오늘은 무슨 장난감을 살까요?"하며 큰소리를 쳐대기도 하는데...내가 안된다고 강하게 나가니...요즘엔 꾀를 부리는 녀석의 말!
"장난감을 사지는 않고 그냥 구경만 할께요~~~"....ㅡ.ㅡ;;

 우리아들녀석은 현재 네 살이지만...내가 말하는 돈이 없다는 것이 힘든 때라는 걸 아직은 잘 모를 것이다..하긴 나도 꽤나 철이 든 후에야 돈이 없는 것과 엄마,아빠가 힘이 드는 때라는 걸 알았던 것 같다.
이그림책을 읽으면서 어린시절 철모르고 부모님께 이것,저것 사달라고 졸라댔던 시절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솔직히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는게 더 크지만...그래도 이그림책을 통해 느껴지는 마음 아픔은 더하다.
어린시절의 내모습을 보는 듯도 하고...직장을 잃어 슬퍼하는 주인공의 엄마와 아빠 얼굴의 주름이 곧 내주름같아 보이기도 한다.

 아들녀석은 이제 서서히 자라기 시작하면서 생각하는 폭도 커짐과 동시에 갖고 싶은 물건도 많이 늘어나고 있나보다...이것 저것 사달라고 조를때가 간혹 있다.
그럴때 순간적으로 내가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푸념해 보기도 한다...아마도 내아이에게 모든 것을 다 사주고 싶은 부모 마음은 다 똑같을 것이다...사주고 싶어도 못사주는 심정은 안사주는 것과는 정말 별개의 감정이다..

 하지만 이책은 주인공 아이가 밖에서 집안으로 가지고 온 희망...즉 고양이로 인해 가족의 끈끈한 단결력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굳은 의지와 밝은 미래를 비춰주는 것을 봄으로 인해 돈보다 더 소중한 가름침을 받은 듯 하다.
자식에게 가난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이 힘든 시기를 박차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분명 무거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담담하게 그리고 세밀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힘든 때를 넘길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은 바로 가족간의 격려와 위로 그리고 끈끈한 정만 있다면 충분히 헤치고 나갈 수 있다고 간접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어두운 분위기를 밝은 희망의 분위기로 바꿔 준 결정적 매개체는 고양이이지만...식구들 마음속에는 각자 그 매개체를 다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솔직히 아이보다도 어른인 내가 더 감동스러운 그림책이었다.
아이들도 분명 이책을 읽고 나면 무언가를 느끼는 점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것을 조근 조근 아이와 마주 앉아 얘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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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08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05-07-11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